골목서 1시간 고함, 교습소 벽에 '사랑한다' 낙서..바둑기사 조혜연, 1년여 스토킹 피해 호소

김명일 2020. 4. 24.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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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류 프로바둑 기사 조혜연 九단(35·사진)이 "신원 미상인 남성에게 1년여 동안 스토킹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 한 남성이 처음 교습소에 나타나 '조혜연을 보러 왔다'며 횡설수설하기에 잘 달래서 보냈다"고 말했다.

남성은 결승전을 하루 앞둔 9일에도 조혜연이 강사로 재직 중인 바둑 학원에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가해 남성의 스토킹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혜연은 가해자를 고소하고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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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결혼했다 퍼트리기도.." KBS와 인터뷰
주변인도 피해..고소 후 경찰 신변보호 요청
"경미한 처벌 탓 반복..법 개선을" 靑 청원도
한국기원 제공
 
여류 프로바둑 기사 조혜연 九단(35·사진)이 “신원 미상인 남성에게 1년여 동안 스토킹 피해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조혜연은 24일 KBS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4월 한 남성이 처음 교습소에 나타나 ‘조혜연을 보러 왔다’며 횡설수설하기에 잘 달래서 보냈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교습소에 나타나기를 반복했고, 교습소 건물 벽에 ‘사랑한다’, ‘보고싶다’, ‘널 원한다’ 등 낙서를 남기기 시작했다. 또 “조혜연은 나와 결혼한 사이”라며 허위 사실도 퍼트렸다.

남성의 스토킹은 점점 더 빈도와 강도가 심해졌다.

조혜연은 지난 10일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에서 우승했다. 여성으로서는 최초였다.

기쁨이 컸으나 조씨는 마음껏 감격을 누릴 수 없었다. 남성은 결승전을 하루 앞둔 9일에도 조혜연이 강사로 재직 중인 바둑 학원에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

건물 외벽에는 ‘하나님’을 언급하며 자신이 조혜연의 짝이라는 낙서도 나타났다. 구애와 같은 문구를 넘어 ‘더러운 여자’ 등 모욕적인 낙서도 보였다. 낙서가 건물 외벽을 가득 채울 정도가 되자, 조혜연의 아버지는 외벽 도배 공사를 했다.

22일 밤에는 으슥한 곳에서 나타나 온 동네에 들릴 만큼 큰 소리로 한 시간 정도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가해 남성의 스토킹이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조혜연은 가해자를 고소하고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글을 올렸다.
조혜연이 스토킹 피해를 호소하며 23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하루 만에 1000명이 넘는 인원이 참여했다.
 
청원에서 조혜연은 “공권력이 이 사람을 가두기는커녕 구류도 하지 못한다”면서 “바둑 교습소의 어린 학생과 학부모도 피해를 입고 두려워하는 데까지 이르렀는데, 그간 경찰에 신고한 결과는 벌금 5만원이나 훈방조치 등이 전부”라고 말했다.

이어 “스토킹 피해자가 입는 상처에 비해 현행법은 가해자 처벌이 너무나 경미하다”라며 “스토커 처벌법을 개선해달라”고 밝혔다.

조혜연의 고소장을 접수한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1997년 12세 나이로 프로에 입단한 조혜연은 2003년 제9기 여류국수전에서 루이나이웨이를 꺾고 우승한다. 이듬해에도 제5기 여류명인전에서 루이나이웨이를 꺾고 우승해 세계 정상의 여류 기사로 우뚝 섰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단체 종목에서 중국에 승리하며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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