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인도..조선·해운 "부활 기대"

황재락 2020. 4. 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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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세계 경제가 크게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이 아예 꽁꽁 문을 걸어 잠그고 봉쇄 정책을 펴면서, 이번 경제 불황의 바닥이 어디일지 가늠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 경남 거제에서는 국내 기술로 만든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 선박이 세상에 모습을 처음 드러냈습니다.

컨테이너 2만 4천 개를 한번에…세계에서 가장 큰 선박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 조선소. 힘찬 뱃고동이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HMM(옛 현대상선)의 '알헤시라스호'는 길이 400m, 너비 61m, 높이 33m로, 축구장 4개를 합친 크기입니다. 이 선박을 세로로 세운다면 63빌딩(264m), 여의도 국제금융센터(285m), 한국종합무역센터(227m)보다 높고, 잠실 롯데타워(555m)보다는 낮은 크기입니다.

덩치가 큰 만큼 선박의 사양도 최고 수준입니다. 이 선박은 현재 유럽항로 평균 선형인 만 5천 TEU급 선박에 비하면 운항 비용이 약 15% 절감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탈황 장치인 스크러버를 장착해 세계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앞으로 LNG 연료탱커 탑재가 가능하도록 설계된 최첨단 선박입니다.

이 선박은 20피트 컨테이너 2만 4천여 개를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규모입니다. 길이 6.1m인 컨테이너를 한 줄로 연결하면 145km로, 서울에서 대전까지 거리와 맞먹습니다. 한꺼번에 실을 수 있는 2만 4천 개의 컨테이너를 가로로 쌓아올리면 높이가 55㎞를 넘어, 지구의 대기권(10~30㎞)을 지나 성층권에 도달할 정도입니다. 상상이 가시나요?

글로벌 해운사 규모의 경쟁…갈수록 커지는 컨테이너 운반선


20년 전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은 20피트 컨테이너 8천 개를 싣는 규모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조선기술의 발달과 운항 원가를 줄이려는 선사들의 수요가 맞물리면서 급속한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요즘 해운업계에서는 20피트 컨테이너 만 8천 개 이상을 싣는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덴마크와 스위스, 일본과 중국 등 세계적인 해운사들은 초대형 컨테이너 수십 척을 보유하고, 오대양 육대주 바다를 부지런히 누비고 있습니다. 선사들이 규모의 경쟁에 나선 것은 더 많은 화물을 실어 운송비를 낮추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런 초대형 선박은 세계적 선박 건조 기술 능력을 갖춘 한국 조선소에서 많이 만들어졌습니다.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초대형 컨테이너선 발주


하지만 그동안 국내 해운업체들은 이런 규모의 경쟁에서 아쉽게도 한발 비켜서 있었습니다. 지난 2017년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70년 동안 국내 해운업계가 구축해온 물류망은 한순간에 무너졌습니다. 국내 수출입 물량의 99.7%를 처리하고, 조선과 항만 등에 큰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국내 해운 산업이 깊은 침체의 나락에 빠진 것입니다.

위기 속에 정부는 해운 산업 재건을 위하여 지난 2018년 해운 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 해양진흥공사를 출범시켰습니다. 이를 통해 국적선사에 대한 금융과 경영 지원을 추진해왔습니다. 특히, 국내에서 유일하게 남은 원양선사인 현대상선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선박 금융 지원을 통해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을 비롯해 선박 20척 발주를 지원했습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끝에 살아남은 현대상선은 지난달 HMM으로 사명을 바꾸고 이번에 인도받는 초대형 컨테이너선과 새 출발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HMM은 이번에 인도받는 2만 4천 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 외에 모두 20척의 컨테이너선을 확보해, 내년 말까지 세계 8위 수준의 선사로 도약하게 됩니다. 또, 초대형 선박을 다수 확보함에 따라, 이달부터는 세계 3대 해운 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해 서비스 항로를 확대하고, 비용 개선을 통해 경영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충무공 열두 척 배로 국난 극복…해운산업 위상 되살려야"


문재인 대통령은 영부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거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알헤시라스호' 명명식에 참석해, 이번 선박의 인도는 대한민국 해운 재건의 신호탄을 세계로 쏘아 올린 것이라며, "정부는 긴급 수혈과 함께 체질 개선으로 우리 해운의 장기적 비전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400여 년 전 충무공께서 12척의 배로 국난을 극복했듯, 12척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우리 해운 산업의 위상을 되살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해운 산업의 어려움을 결국 극복했다고 언급한 데 이어 ▲ 상생형 해운 모델 정착 ▲ 해운에서의 4차 산업혁명 ▲ 친환경 선박산업 육성 등 세계 5위 해운강국 도약을 위한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아울러 정부는 코로나 19로 피해를 본 해운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이미 3천8백억 원 규모의 재정 금융 지원에 나섰고, 이날 1조 2천백억 원 규모의 추가 금융지원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 19와 저유가 여파로 인한 전 세계적인 경제 위기는 이제 시작일지도 모릅니다. 국내외 산업계 전반이 위축되고 일자리가 사라져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세계 제일의 조선 강국인 우리나라가 해운 산업의 힘찬 재도약을 선언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대한민국 경제호'가 세계 경제 위기의 거센 파고를 힘차게 헤쳐나갔으면 하는 것이 모든 국민의 바람일 것입니다.

황재락 기자 (outfocu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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