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 돌담을 의지하며 걷노라면 서울시립미술관이 나오는데, 이 사거리에서 직진하면 이화여고, 러시아 공사관 터를 만나고, 그 오른편은 미국대사관저와 덕수궁 후문이다. 잠시 어느 길로 갈까 하는 순간, 붉은색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정동제일교회다. 이 교회를 보면 이문세 노래 ‘광화문 연가’가 생각난다. ‘언덕 밑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 물론 이 정동제일교회는 노래처럼 ‘조그만’하지는 않다.

교회 앞마당에는 흉상이 둘 있다. 왼쪽은 아펜젤러 선교사, 오른쪽은 최병헌 목사의 흉상이다. 최병헌 목사는 제4대 담임 목사다. 그는 책으로 처음 기독교를 접한 뒤, 1888년 아펜젤러를 찾아가 성경을 얻어 공부했다. 1893년 세례를 받고 아펜젤러 타계 후 담임 목사가 되었다. 이후 현순, 손정도, 이필주 목사와 박동완 장로가 모두 독립 유공자로 3.1운동에도 적극 참여한 분이다. 유관순 열사 또한 이 교회 신자였다.
1979년 4월15일, 감리교 선교 100주년을 기념해 새 예배당을 봉헌했다. 벧엘예배당과 통일감을 주기 위해 붉은색 벽돌을 사용했고 지붕 역시 검은색 박공으로 완공했다. 새로 지은 예배당 1층은 아펜젤러 기념 박물관으로, 아펜젤러 목사의 일기장과 당시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 눈과 마음으로 읽히는 글이 있다. 바로 아펜젤러 목사가 한국 땅에 첫발을 내딛고 드린 기도문이다. 종교를 떠나 한 인간의 숭고한 일념, 즉 ‘진심’이 담겨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정치인, 종교인은 물론이고 모두에게 필요한 마음 같다. “우리는 부활절에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오늘 무덤의 빗장을 산산이 부수고 부활한 주께서 이 나라 백성들이 얽매여 있는 굴레를 끊고 그들에게 하나님의 자녀가 누리는 빛과 자유를 허락해 주옵소서!”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정동제일교회 홈페이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26호 (20.04.28)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