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기자회견, 실시간 소통..코로나 사태 속 주목받은 여성 지도자 리더십

입력 2020. 4. 23. 05:01 수정 2020. 4. 23.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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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각국 지도자들의 다양한 대응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코로나 사태 속에서 여성 지도자들이 특별한 리더십을 발휘하며 코로나19의 확산을 유의미하게 막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차이잉원 대만 총통 등 세계 여성 지도자들의 코로나19 대처 방안을 소개하며 “효과적인 메시지와 이성적인 대응으로 찬사를 받았고, 이는 바이러스 확산을 부채질한 몇몇 주요 남성 지도자들과 극명히 대조된다”고 평가했다.


따뜻한 ‘공감 리더십’ 돋보인 리더들

에르나 솔베르그 노르웨이 총리가 3월 16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어린이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2013년 10월부터 노르웨이를 이끌고 있는 에르나 솔베르그 총리는 이 나라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총리다. 코로나19가 유럽으로 확산되자 지난달 16일부터 모든 외국인 여행객 입국을 막는 등 과감한 조치를 단행한 솔베르그 총리는 이후 격의 없는 소통을 바탕으로 한 ‘공감 리더십’을 보였다.

지난달 16일에는 감염병 사태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어린이들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는 '어린이 대상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회견에서 “많은 어린이가 (이런 상황에서) 두려워하는 걸 안다”면서 “지금처럼 많은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 기간에는 무서움을 느껴도 괜찮다”는 위로를 전하기도 했다.

솔베르그 총리는 앞서 지난 8일엔 CNN 인터뷰를 통해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어린이들을 더 제대로 보살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2일 기준 노르웨이의 코로나19 확진자는 7113명, 사망자는 154명으로 확산세는 점차 잦아들고 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생방송을 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뉴질랜드의 저신다 아던 총리는 '포용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지도자다. 작년 3월 51명의 사망자를 낸 이슬람 사원 총기 테러 사건 때도 테러 희생자들의 장례식을 지원하고 총기규제법을 개정하는 등 빠르고 실질적인 대응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당시 아던 총리는 검은 히잡을 쓴 채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의회 연설에선 의원들에게 아랍어로 인사하며 '포용'을 강조해 세계의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코로나19 사태에서 아던 총리는 SNS를 적극 활용했다. 정기적인 공식 브리핑 외에도 자신의 집에서 수시로 페이스북 실시간 방송을 하며 코로나 상황과 대처 방안 등을 안내했다. 아던 총리는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들에게 생활 수칙 등을 상세히 설명하고 ‘(아이들의 빠진 이를 가져가는) 이빨요정은 코로나19 때도 일해야 하는 필수 노동자’와 같은 재치 있는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22일 기준으로 1113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인구 대비 확진자가 가장 적은 국가 중 하나다.


초기부터 '과감한 대응' 보여주기도


코로나19 확산 초기 단호한 리더십을 발휘한 여성 지도자도 있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대만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자 1월 22일 중국 우한으로부터의 여행객 입국을 막았고, 이어 2월 6일에는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했다.

그 결과 대만은 중국과 가장 인접한 국가임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425명에 불과하다. 차이잉원 총통은 자국의 방역 대책을 넘어 '대만은 도울 수 있다'는 캠페인을 펼치며 세계의 코로나19 대응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차이잉원 총통의 코로나19 대응은 대만 내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난 2월 24일 대만 여론조사 기관 대만민의기금회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도는 한 달 만에 11.8%포인트가 상승한 68.5%를 기록했다.


”사랑한 사람 잃을 수도” 진솔한 연설로 호평

3월 18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TV를 통해 대국민 연설을 하는 것을 시청자들이 지켜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국민에게 진지하게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며 위기를 헤쳐가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달 18일 대국민 연설에서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시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이 위기를 극복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얼마나 많이 잃을지 모른다”며 “상황이 심각하며 결과가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감염병에 대처하는 정부의 어려움을 진솔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또 이 연설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수차례 강조했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원은 이 대국민 메시지를 두고 “메르켈이 총리로 재직하며 14년 동안 했던 연설과는 다른 개인적이고 솔직한 연설”이라고 WP를 통해 평가했다.

지난달 27일 독일 ZDF방송이 발표한 여론 조사에서 메르켈 총리는 79%라는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독일 공공 방송 ARD가 지난 2일 공표한 조사 결과에서도 메르켈 총리의 지지도는 전월 대비 11%포인트 오른 64%였다. 인근 국가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의 코로나19 사망자가 2만 명이 넘은 반면, 독일 사망자는 현재 약 5000명이다.


”성평등이 세계보건 증진에 기여” 주장도

『빅브라더를 배신하다: 깨어나는 중국 페미니스트』의 저자 레타 홍 핀처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대처한 사람은 대부분 여성 지도자”라며 “성평등을 통해 세계 공중 보건과 국가 안보를 증진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의원연맹(IPU)에 따르면 2020년 1월 1일 기준으로 전 세계 152개국의 선출직 지도자 중 여성은 10명뿐이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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