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37달러.. 305% 폭락 '사상 첫 마이너스' 가격
코로나 확산에 수요 실종
원유 비축 저장공간 부족
선물만기 겹쳐 초유 사태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가격대로 추락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실종에 원유시장 선물 만기가 겹치면서 발생한 일시적 현상이지만 생산된 원유를 저장할 비축공간이 부족하다는 경고음이 커지면서 유가 하락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전략비축유 구매, 조기 감산 돌입 등 추가하락을 막기 위한 각종 대책에도 코로나19로 멈춰선 경제활동이 재개되지 않을 경우 마이너스 유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0일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에 따르면 이날 미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장 대비 305%(55.90달러) 폭락한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마이너스 유가는 원유생산업체가 돈을 얹어주고 원유를 팔아야 한다는 의미다. WTI는 이날 오전 개장과 함께 급락하면서 10달러 선이 무너졌고 오후 들어 마이너스로 접어들었다. WTI는 장중 한때 배럴당 -40.32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WTI가 마이너스를 기록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전략비축유를 채울 예정”이라며 “7500만 배럴을 채우는 것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는 5월 선물거래 만기(21일)를 앞두고 발생했다. 선물계약의 경우 만기가 지나면 실물을 인수해야 하는데 원유 재고가 넘쳐나고 저장시설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5월물 원유를 떠안기보다 손해를 보더라도 6월물로 갈아타는 ‘롤오버’를 택하면서 비정상적으로 가격이 추락한 셈이다. 무엇보다 이날 유가폭락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요 감소로 원유 비축공간이 곧 한계에 다다를 것이라는 공포에서 비롯됐다. 라보뱅크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허브로 꼽히는 오클라호마주 쿠싱에 저장된 원유 재고는 5500만 배럴을 넘어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개월 이내에 저장 한도에 도달할 전망이다. 특히 WTI의 경우 주로 육상에서 생산되는 특성상 다른 유종에 비해 저장공간 확보가 어렵다. 실제 유조선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저장공간 제약이 덜한 브렌트유의 경우 이날 배럴당 25.57달러에 거래됐다. 현재 유조선에 실린 채 바다 위에서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원유 재고 추정치는 1억6000만 배럴에 이른다.
21일(현지시간)부터 6월물 WTI가 거래되면 WTI 역시 마이너스를 벗어나 배럴당 20달러 선으로 제자리를 찾을 전망이다. 이날 선물시장에서는 WTI 6월물이 배럴당 21.22달러에 거래 마감했고 7월물 27달러, 8월물 29달러, 9월물 30달러 등으로 결제월이 늦은 선물일수록 경기회복 기대에 가격이 높게 형성되는 ‘콘탱고’ 현상이 나타났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결국 코로나19 흐름 및 경제활동 재개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언제든 마이너스 유가가 재현돼 ‘뉴노멀(새로운 정상)’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에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가 2.44% 하락한 23650.44에 마감하는 등 미국증시도 추락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1.79%, 1.03% 하락했다. 유나이티드항공의 1분기 손실이 21억 달러(약 2조56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항공사, 에너지, 소비재 기업들이 1분기 실적발표를 앞둔 점도 주가를 끌어내렸다. 한편 사상 첫 마이너스 유가 출현에 국내 정유업계도 패닉 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본격화 이후 석유제품 가격이 급락하고 제조비용이 판매가격을 웃도는 역마진 사례가 속출하면서 현재 손실 규모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1분기 국내 정유업체 4사의 적자 규모가 4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2분기에도 대규모 재고 평가 손실 등으로 조 단위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됐다.
김남석·김윤희·권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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