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증권일반

증권사 HTS, 마이너스 유가 인식 못해 '먹통'...투자자들 '분통'

이정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0.04.21 10:09

수정 2020.04.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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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일부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1일 새벽 키움증권 등의 증권사 HTS에서 차트가 오류나는 '먹통사고'가 터졌다. 간밤 마이너스로 떨어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5월물의 가격이 인식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37.63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지난 17일 종가 18.27달러에서 55.90달러(305%) 폭락한 수치다. 국제유가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처럼 HTS가 사상초유의 마이너스 유가를 인식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원유 선물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대거 반대매매(강제청산) 당하거나 유가가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청산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 고객센터에 글을 올린 한 투자자는 "미니 크루드 오일 5월물 최저가인 0.025원에 매수했고 마이너스로 떨어지길래 -0.025원에 청산하려고 시도했으나 영웅문 글로벌 차트가 오류나고, 현재가 자동 청산 주문도 안되는데다 바로 팔기 주문도 거부되는 등 청산 주문 자체를 못했다"며 "마이너스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을 아무것도 못하는 채로 지켜만 봐야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그 이후 오일은 호가창이라도 움직이는데 미니 크루드 오일은 호가창도 움직이지 않않았다. 마이너스 판매 주문도 불가능하고, 이미 들어가 있던 주문의 수정 또한 거부 안내창만 뜨는 등 각종 오류와 시스템상 문제로 거래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 투자자는 키움증권의 100% 과실이라며 손실금과 원금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미니크루드오일 시세가 마이너스로 전환된 이후 HTS에서 인식이 안돼서 주문이 나가지 못한 부분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며 "미니크루드오일은 거래량이 많지 않고, 이에 따라 피해규모는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나금융투자, 이베스트투자증권, 삼성선물 등에서는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원유 거래는 삼성증권 자회사인 삼성선물에서 가능한데 이번에 삼성선물은 사고 없이 거래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하나금융투자 및 이베스트투자증권 관계자도 "간밤 유가 마이너스에 따른 투자자 및 회사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nvcess@fnnews.com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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