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돼요, 느려요, 끊겨요".. 400만명 수업 첫날 아우성

곽수근 기자 2020. 4. 17. 03: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일 3차개학인데 여전히 접속장애.. 출석도 못부른채 끝난 경우 속출
부모들 "학습효과 있을지 의문"
교육부 "시스템은 안 멈춰 다행"

"선생님 접속이 안 돼요." "또 오류 나와요." "영상 끊겨요."

16일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 내내 선생님에게 이런 하소연을 했다. 담임교사는 "클래스팅(출석 확인 등을 위한 학급용 소셜미디어)은 지금 안 되는 것 같고, 교육방송(EBS) 온라인 클래스는 2교시 영상이 좀 느리게 나올 거예요. 조금만 기다려요"라고 아이들을 달랬다.

"선생님, 접속 안돼요" 전화 호소 - 전국 중·고교 1~2학년과 초등 4~6학년이 추가로 온라인 개학을 한 16일 오전 강원 춘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온라인 수업 사이트에 접속이 안 된다고 호소하는 학생의 전화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고교 3학년과 중학 3학년 85만8000여명이 1차로 온라인으로 개학한 데 이어 이날 초등 4~6학년, 중학 1~2학년, 고교 1~2학년 등 312만7000여 명(교육부 추정)이 2차로 개학했다. 오는 20일에는 초등 1~3 학생이 3차로 개학해 540만명에 달하는 모든 초·중·고교생이 원격 수업을 받게 되는데, 원격 수업 접속 오류 등은 여전했다.

◇서버 용량 문제없다는데… 곳곳 접속 지연·중단

이날 오전 원격 수업을 진행한 학교는 5500여 곳으로 전체 초·중·고교의 46%였다. 전날 총선에서 투표소로 사용된 학교들은 오전 수업을 하지 않고 오후 1시에 개학을 했다. 그런데도 교육부 산하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운영하는 '위두랑' 사이트는 오전 9시부터 접속이 되지 않아 오후 수업이 끝날 때까지 먹통이었다. 위두랑 사이트를 통해 출석 확인을 하기로 한 학교들은 사실상 개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온라인 학급을 개설하고 수업을 관리하는 e학습터도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30분간 구글·네이버 아이디 등으로 접속할 경우 지연되는 문제가 나타났다. 이 사이트는 지난 14일에도 접속 장애가 발생해 이튿날 오전까지 서비스가 중단됐다. 지난 9일 첫 온라인 개학 이후 세 차례 접속 장애가 발생한 교육방송(EBS) 온라인 클래스는 이날도 오전 9시 52분부터 10시 37분까지 45분간이나 일부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거나 끊기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EBS는 "교사들이 제작해 올린 동영상의 연결에 문제가 있었고, 서버 문제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날 최대 동시 접속자 수는 EBS 온라인 클래스의 경우 67만5000명, e학습터는 66만4000명, 위두랑은 8만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500만~600만명이 뛰어놀 서버를 구축한다"고 장담했지만, 접속 지연 등이 발생했다. 교육계에서는 400만명이 오전부터 원격 수업을 받는 17일과 초등 1~3학년까지 개학하는 오는 20일을 큰 고비로 보고 있다.

◇"사실상 부모 개학"

교육계에서는 이날 초등 4~6학년 개학에 대해 "수업 준비부터 과제 제출까지 일일이 도움이 필요해 '조부모·부모 개학'과 마찬가지"라는 말이 나왔다. 이날 서울 용산구의 한 초등학교 5학년 교실에선 손자의 온라인 수업 준비를 도와주던 할머니가 혼잣말을 한 것이 반 전체에 생중계됐다. 수업 중 한 학생이 하품을 크게 하자, 옆에 있던 부모가 죄송하다고 사과하는 경우도 있었다. 맞벌이 부부가 자녀의 원격 수업 준비를 챙기지 못해 1교시 내내 참석하지 못하기도 했다. 초등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는 "오늘은 휴가를 내고 돌봐줬는데 내일부터는 아이 혼자 둬야 해 불안하다"며 "영상 강의가 5분도 안 되는 경우도 있어 학습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일부 초등학교는 실시간 출석 확인, 수업 등을 전혀 하지 않고 홈페이지에 댓글로 출석을 남기게 했다. 초등 4학년 딸을 둔 한 학부모는 "아이가 담임 선생님 얼굴 보고 싶다고 기대했는데, 과제만 내주고 댓글도 달아 주지 않아 실망했다"고 했다.

◇교육부 "이 정도면 성공적"

일부 학교에서 원격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지만 교육부는 "완전히 먹통이 돼 시스템이 멈추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아 다행"이라며 "400만명이 원격 수업을 한 점을 고려하면 성공적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EBS 고위 관계자는 "일본 언론을 비롯해 외신들이 온라인 개학에 대해 취재 중"이라며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일을 해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날 접속 장애를 겪은 교사, 학생들은 "접속이 안 돼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고 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10시쯤부터 온라인 클래스가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아 난감했다"고 했다.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한 부모는 "아들이 접속 불능으로 수업 진행이 안 되자 인터넷으로 웹툰을 보고 게임을 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이럴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