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Edge] 코로나서 비친 R&D대국의 明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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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선임기자·공학박사
![[오춘호의 글로벌 Edge] 코로나서 비친 R&D대국의 明暗](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07.14213004.1.jpg)
美, 감염병 연구도 사망자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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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과학저널 네이처는 지난주 미국이 그런 훌륭한 R&D 시설과 업적이 있는데도 바이러스 피해가 막심한 이유를 짚었다. 네이처는 무엇보다 대학 실험실과 병원 그리고 감독기관 등이 유기적이지 못하고 따로 대처했다는 데 방점을 뒀다. 병원마다 엄격한 관리 절차가 있어 샘플을 대학에 제대로 건네지 못한다. 오히려 병원은 그들과 친숙한 진단 기업들에 샘플을 건넨다. 대학에 섣불리 줄 수 없다는 병원의 자존심도 한몫한다고 이 저널은 지적한다. 감독기관 등의 행정부처는 프로토콜에 익숙해 시간을 지연시키고 말았다. 네이처는 결국 분열된 미국 건강복지 체계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감염병 연구라면 프랑스도 뒤지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공립병원은 의료기관 중 감염병 연구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한다. 프랑스 국립보건연구원은 CDC에 이어 공공연구기관에선 두 번째로 논문을 많이 내는 기관이다. 하지만 프랑스는 15일(현지시간) 기준 14만7800명의 확진자가 생겨 세계 네 번째로 감염이 많은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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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언론들도 그렇게 많은 연구비를 써 나온 우수 논문이 많다고 자랑하지만 정작 생사를 가르는 질병의 현장에선 속수무책이었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 진단 키트도 부족하고 마스크도 제대로 찾을 수 없는 마당에서 코로나19와 힘든 사투를 벌이는 의사들의 긴장만이 전해지고 있다.
과학계는 지금 다시 국가 R&D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지 되묻고 있다. 그토록 R&D에 많은 성과를 냈지만 지금 벌어지는 것들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이 허사가 됐다고 개탄한다. 발데마르 퀴트 유럽연합(EU) R&D 디렉터는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해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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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가연구개발 사업도 이런 숙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위기 때 진정한 방향성을 도출하는 게 미래의 성패를 가른다.
ohc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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