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했던 지난 100일..판흔든 '코로나'와 '말'(言)

김민우 기자 2020. 4. 1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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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1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거가 15일 실시됐다. 지난 100일간 여야는 '코로나 19'로 인해 울고 웃었다. 선거 막판에는 '말' 한마디에 선거판은 크게 요동쳤다.이는 각 정당의 선거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선거판 흔든 '코로나19'와 '막말'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제21대 국회의원선거 당일인 15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해공체육문화센터에 마련된 투표소에서 선거사무원들과 유권자들이 마스크와 일회용장갑을 끼고 있다.2020.04.15. misocamera@newsis.com

선거초반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의 후폭풍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촛불혁명에 동참한 국민들의 상당수가 문재인정부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까지 추락했고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며 민심에 불을 당겼다. 코로나 19는 이번 선거판을 좌우한 핵심 키워드다. 초반에는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이 발생하자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부 책임론이 커졌다. 마스크 대란과 초동대처 미흡 등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켰다.

야당의 '정권심판론'은 이렇게 힘을 받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한국의 방역대응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졌다. 드라이브스루 형태의 검체 검사, 우수한 품질의 진단키트 등이 재조명됐고 이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긍정적 여론으로 이어졌다.

막말 파동도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김대호 통합당 서울 관악갑 후보는 "30대 중반에서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막연한 정서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차명진 통합당 부천병 후보는 '세월호 유가족이 광화문 세월호 텐트에서 여성 자원봉사자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고 발언했다.

통합당은 두사람의 막말이 선거판 전체를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선거도중 후보자격을 박탈하는 사상 초유의 '제명'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법원이 차 후보가 제기한 제명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인용해 차 후보는 후보자격이 부활됐다.

막말은 아니지만 선거를 5일 앞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고 한 말도 선거판을 흔들 변수로 부각됐다.

선거 전략 바꾼 여야…與 '문재인마케팅' 野 '견제프레임'
'코로나19'와 '막말파동'은 각 정당의 선거전략에도 영향을 미쳤다. 여당은 '야당심판'을 선거전략으로 내세우며 미래를 이끌어나갈 능력이 여당에 있음을 강조했다.

반면 야권 선거초반 프레임을 '정권심판'으로 잡았다. 조국사태에 대한 정부의 불공정을 꼬집었고 지난 3년간 경제실정을 부각시켰다.

'정권심판'과 '야당심판'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코로나19'사태로 인해 승기는 야당으로 기우는듯 보였다.

민주당은 즉각 코로나19사태로 여론이 악화하자 '야당심판론'을 버리고 선거슬로건을 '국민을 지킵니다'로 바꿨다. 야당은 '바꿔야 산다'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여당을 더욱 몰아세웠다.

그러나 코로나19사태의 정부대응에 대한 여론이 좋아지고 막말파동으로 통합당에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여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국난극복'을 더욱 강조하며 문재인 대통령 마케팅에 나섰다. 정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힘있는 여당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전략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총선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과 울산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 7번에 걸쳐 문 대통령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도 선거 전날까지 "국회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심의해 통과시키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지급 대상자들에게 미리 통보해 주고 신청을 받으라"고 지시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였다.

통합당은 "탄돌이 대신 코돌이가 대거 당선되면 나라가 망한다" "코로나19가 지나고 나면 경제코로나가 올 것"이라며 반격했지만 '막말파동'의 여파로 분위기는 쉽게 반전되지 않았다.

여권내부에서는 제1당을 넘어 과반의석을 차지할 수 있겠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러한 분위기가 외부로 표출된 것이 유 이사장의 '범진보 180석' 발언이다.

유 이사장의 발언 이후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걸었던 통합당은 즉시 '견제'로 선거전략을 수정했다. 슬로건을 '폭주냐! 견제냐!'로 바꾸고 정부를 '견제'할 수 있는 힘을 달라며 '읍소'했다.

통합당 내에서 터진 잇따른 막말파동에는 '막말폭로'로 대응했다. 통합당은 김남국 민주당 안산단원을 후보는 과거 인터넷방송에서 여성을 상품화하고 성적으로 비하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한 사실을 폭로해 막말파동에 맞불을 놨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29일 오후 재단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를 통해 검찰이 조국 전 법무부장관 지명에 앞서 조 전 장관 일가를 내사했다는 근거를 설명하고 있다. 유 이사장은 '내가 봤더니 조국은 문제가 많은 사람이다. 절대로 법무 장관이 되면 안된다'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석 발언을 공개했다. (유튜브 캡처) 2019.10.29/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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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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