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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기차 전환 가속화, 코로나 위기 극복 최선책

입력
2020.04.15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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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 업체들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빌미로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연비규제나 배기가스 배출기준 등 기후위기 정책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미국 연방 정부는 지난달 말 석유와 자동차 업계의 로비를 받아들여 자동차 연비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비 기준을 갤런(3.8L)당 54.4마일(87.7㎞)에서 40마일(63.4㎞)로 후퇴시켰다. 이 조치로 미국에서 자동차들은 이산화탄소 10억톤 이상을 추가 배출한다. 미국 환경방어기금 추산에 따르면, 이로 인해 205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사망자는 1만8,500명, 호흡기 질환자는 35만명이 추가 발생한다.

유럽연합은 미국과 달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화한다. 유럽 집행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1990년 대비 40%로 감축하는 기존 목표를 50% 또는 55%로 올린다고 9월 발표할 예정이다. 유럽연합은 또 올해 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 당 95g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을 경우 g당 벌금 95유로를 물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러한 움직임에 딴지를 걸고 있다. 유럽자동차제조협회(ACEA)는 3월 25일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내고 “기한 내 법과 규정에 따르기 위해 준비했지만 코로나 위기 탓에 그 계획이 뒤집어졌다”며 “규제 실행을 늦출 것”을 요구했다.

국내 형편은 더 한심하다. 환경부는 자동차의 이산화탄소 배출목표 기준안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반대하면서 의견수렴에 실패한 탓이다. 해당 기준안은 2021년 도입 예정이라 2월까지는 발표해야 했다. 현행 자동차 이산화탄소 배출목표치는 ㎞ 당 97g이다. 국내 자동차에너지소비효율 분석집에 따르면, 2017년 승용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43.9g/㎞로, 2013년 120.8g/㎞보다 오히려 늘었다.

전기차로 전환을 서둘러야 자동차 업체들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꾀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캘리포니아 등 10개 이상 주 정부가 전기차 의무판매제를 잇달아 도입했다. 중국과 유럽은 내연기관차 규제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전기차 개발과 생산을 늦추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 위기를 핑계로 내연기관차로 돌아가려는 업체들은 다가오는 현실을 외면하려 모래에 얼굴을 파묻는 타조와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업계의 로비에 굴복해 이런 불순한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은 실책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내연기관차 산업에 인공 호흡기를 달아 강제로 연명하는 정책은 한국 자동차 산업을 좀비로 전락시킬 것이다. 정부는 이번 위기를 기회 삼아 충전시설 확충 등 인프라를 늘리고 세제 혜택과 개발비 지원 등 전기차로 전환을 가속화해 자동차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정책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 독일 싱크탱크 ‘생태사회 시장경제 포럼’은 “각국 정부는 기존 한계산업을 연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코로나 위기가 사라진 뒤에도 마주하게 될 기후위기와 사회적 불평등 같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성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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