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로 간 항공업계 노조 "붕괴 전에 정부 대대적인 지원 나서야"

최지희 기자 2020. 4. 1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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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앞 기자회견…"자구책만 강조하는 정부, 응급환자 치료 안하는 격"
"연관 종사자 25만명 생계 달려… 조건 없이 모든 항공사 지원해야"
조종사 자격 유지 한시적 완화·해고제한법 도입 등도 촉구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줄도산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 노동조합이 정부에 신속한 금융 지원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과 전국연합 노동조합연맹 소속 근로자 30여명은 14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늦기 전에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 시중은행에 대한 대출 보증, 세금 감면, 임금보조금 지급 등 위기 상황에서 항공사들이 버텨낼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 조종사 노조 연맹은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와 아시아나 조종사 노조 등 국내 7개 조종사 노조가 모여 만든 단체다. 전국연합 노조연맹은 지상조업사인 한국공항노조와 EK맨파워 노조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항공·공항 산업은 직접고용 8만여명, 연관 종사자 25만여명에 달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며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해왔다"며 "하지만 최근 인천공항은 이용객이 95% 이상 감소해 공항이 아닌 항공기 주기장 역할을 하는 처지가 됐고, 각 항공사는 적자에 허덕이며 전 직원 순환휴직을 실시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언제 진정될 수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라며 "항공산업은 여러 분야의 수많은 직종과 업무가 유기적으로 연관돼 한 항공사의 도산은 수많은 조업사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조업사의 하청 업체까지 줄도산을 야기하게 된다"고 호소했다.

이날 대표 발언자로 참여한 최현 대한항공 기장은 "정부는 항공사의 자구책이 선행되지 않으면 지원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며 "항공사업장을 필수 공익 사업장으로 지정하였음에도 자구책을 언급하며 지원책을 차일피일 미루는 것은 응급환자가 구조를 요청했을 때 수술비 지불 가능 여부를 따지고 치료를 안 해주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해외의 전방위적인 금융 지원 사례를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항공산업에 대한 대대적인 금융지원을 시작해야 한다"며 "항공기 운항 중단으로 힘들어하는 공항 지역의 모든 조업사까지 정부 지원을 확대해 붕괴 직전의 항공산업 전반을 지켜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부터 한달간 모든 노선의 운항을 전면 중단하고 직원의 20% 가량을 구조조정한 이스타항공에 대한 지원책 마련도 호소했다. 노조는 "이스타항공의 실절직인 오너는 총선에 출마하고, 오너 가족은 지분 매각으로 현금을 챙기며 정부는 대출을 막고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다"며 "아무 잘못 없는 직원들만 회사에서 쫓겨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정부는 자구 노력만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항공사 휴업 사태가 길어지면서 조종사 자격 유지 조건도 한시적으로 완화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현재 A380 등 대형 여객기가 모두 멈춰선 와중에 5월까지 현 사태가 지속되면 노선 투입에 배제된 상당수 조종사들이 운항 자격 유지를 하기 어려워진다.

노조는 "아랍에미리트(UAE)도 에미레이트 항공사 조종사의 자격 유지 조건을 4개월간 자동 연장하는 정책을 시행했다"며 "국토교통부는 항공사별 휴업 상황과 전망, 훈련 장비 현황 등을 전수 조사해 미래에 닥쳐올 조종사들의 대량 자격상실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부당 해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지상조업사와 협력사까지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하는 한편 전국 공항 지역을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하고, 공항 노동자에 대한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해고제한법'을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각 정부 부처는 항공업계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해외 사례 등을 참고해 대대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하며 기자회견을 마친 뒤 청와대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개서한을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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