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해병대 3주 훈련 미리보기

윤동빈 기자 2020. 4. 13.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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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기초군사훈련 타임라인.. 피복 수령부터 퇴소식까지
화생방, 사격, 수류탄 훈련 받지만 해병대 고유 훈련은 無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똑바로 발 맞춘다!”

훈련병들은 교관의 첫 이동명령을 듣고 입대를 실감한다. 교육대대장님의 환영 인사를 들을 때까지만 해도 짝다리 짚은 사람, 고개 숙인 사람 등 입대를 앞둔 착잡한 모습들이 천태만상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부모님이 계신 곳을 향해 큰 절을 올리고 부대로 이동할 때, 조금 전까지 존댓말을 쓰던 교관의 태도가 180도 돌변한걸 보면서 정신이 번쩍 들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민간인이 아닌 훈련병 신분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금메달로 병역혜택을 받은 손흥민(28·토트넘)이 오는 20일부터 제주도의 해병 9여단에서 3주(육군은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는다. 비록 3주간의 짧은 기간이지만, 청춘을 뒤로 하고 군 복무를 위해 입대하는 장병들의 마음을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손흥민은 3주 동안 어떤 시간을 보낼까.

해병대 디지털 군복을 합성한 손흥민

◇1주차 - 정신무장

훈련병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피복 수령’이다. 훈련 기간 동안 입을 CS전투복과 전투화(해병대는 세무 워커), 속옷, 체육복 등을 지급받는다. 과거엔 훈련병들이 연병장에 일렬로 서서 교관과 기간병이 마구 던져주는 휴지와 비누 등의 생필품을 낚아채느라 분주했다. 그러나 지금은 훈련병들이 차례로 빠짐없이 물품을 받고 목록표에 제대로 받았는지 체크도 한다. 해병대 관계자는 “언제 어디로 상륙작전을 떠나야 할 지 모르는 해병대는 정해진 시간에 배에 탑승하지 못하면 모두 무용지물이 된다”며 “예전엔 불시에 과업을 주고 병사가 빨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길렀다면, 최근엔 과업의 목적과 과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고 먼저 이해시키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해병대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포항 해병대 1사단에서 피복을 수령하는 해병대 훈련병들.

해병대 훈련병은 첫 식사에 앞서 ‘식사 구호’를 배운다. 이후 삼시세끼마다 동기생들과 함께 ‘나는 가장 강하고 멋진 해병이 된다! 감사히 먹겠습니다!’ 구호를 외쳐야 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나는 가장 강하고 질긴 해병이 된다’였으나, 어감이 좋지 않고 스스로를 도구로 인식한다는 비판이 있어 ‘질긴’이 ‘멋진’으로 바뀌었다.

/해병대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포항 해병 1사단 훈련단에서 식사하기 위해 자리에 앉은 훈련병들.

훈련병들은 입소 후 신체검사를 한다. 키, 몸무게, 가슴둘레 등의 신체를 측정할 뿐만 아니라 소변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훈련을 받을 수 있는 몸상태인지를 체크한다. 간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다거나 단체생활에서 피해를 줄 수 있는 전염병이 있는 경우 퇴소 조치된다. 훈련 중 발생할지 모르는 부상을 위해 파상풍 접종과 뇌수막염 주사 등의 ‘예방 접종’도 진행한다.

/해병대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포항 해병 1사단 훈련단에서 예방접종을 하는 훈련병들.

손흥민도 해병대 관할 훈련소에 들어온 만큼 해병대 군가와 ‘해병의 긍지’ 등을 외운다. 지상파 프로그램 ‘진짜사나이’처럼 군가를 제때 못 외울 경우 ‘쪼그려뛰기’ 벌을 받을 수도 있다. 이때 배운 군가는 3주 동안 행군을 떠나거나 연병장 구보 때 자주 부르게 된다. 이후 연병장에서 경례법, 제식훈련 등을 익히고 국군도수체조 등을 배운다.

◇2~3주차 – “소총은 나의 애인”

“소총은 나의 애인이다.” 2주차 때 훈련 교관들이 처음 소총을 지급해주면서 자주 하는 말이다. 교관들은 항상 함께 붙어있어야 하고, 절대 잃어버려서는 안되고, 녹슬지 않도록 늘 소중히 닦고 관리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6자리 일련번호가 찍힌 K2 소총을 받아들면, 이름 대신 “3852 훈련병”이라고 불리는 나 자신을 떠올리며 묘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소총을 받은 이후부터 집총 제식훈련과 소총 16개 동작, 총검술 등을 익히며 본격적인 군사 훈련에 들어간다. 소총 16개 동작의 구호는 군마다 다르다. 해병대는 “무적해병, 상승해병, 귀신잡는 해병대 악!”이란 구호를 외치며 각 글자마다 16개 동작을 펼친다.

/해병대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포항 해병 1사단 훈련단에서 총검술 훈련을 받는 훈련병.

수류탄 훈련은 모형 수류탄으로 진행한다. 보충역 뿐만 아니라 현역 훈련병들도 부상 위험 때문에 훈련소에서는 모형 수류탄으로 실시하고 있다. 사격 훈련 역시 영점 사격을 한 뒤, 주간 20발, 야간 10발 등 현역과 똑같이 받는다. 적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한 ‘화생방 훈련’도 방독면을 쓰고 똑같이 진행한다.

◇해병대 고유의 훈련은?

포항 해병 1사단 교육훈련단으로 정식 입소한 장교, 부사관, 병, 상근예비역들은 모두 해병대 고유의 훈련을 받는다. 육군 특전사, 해군 UDT 등의 특수부대원들은 모두 IBS(Inflatable Boat Small·고무보트) 훈련을 받지만, 일반 정규군 중에선 해병대만 IBS 훈련을 받는다. 무게 100㎏이 넘는 고무보트를 6명이 머리에 이고 바다로 이동해 페달로 저어 이동하는 기초 훈련이다. 각 부대에 배치되면 모터를 달고 본격적인 침투 훈련을 받는다.

/해병대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포항 해병 1사단 도구해안에서 IBS 보트를 머리에 이고 가는 훈련병들.

미 해병대와 마찬가지로 한국 해병대 역시 ‘격투봉 훈련’을 한다. 얼굴에 보호구를 착용하고 양 끝에 솜뭉치가 달린 격투봉을 가지고 1대1로 겨루는 훈련이다. 이 외에도 교관들이 한 밤중에 기습적으로 ‘빵빠레’를 울려 훈련병들을 깨운 뒤 약 150㎏의 통나무를 여럿이 드는 ‘목봉체조’도 예비역들이 추억하는 특별한 훈련이다.

/해병대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1대1 격투봉 훈련.

그러나 이런 고유의 훈련은 3주 간의 보충역 기초군사훈련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해병대 관계자는 “해병의 요람인 포항 1사단에서 진행하는 정규 훈련은 아니지만, 해병대 정신교육을 받으며 문화를 공유하고 무사히 훈련을 마친 것을 격려하는 차원에서 마지막 날에 해병대의 상징인 빨간 명찰을 달아준다”고 말했다.

/해병대 공식 블로그 '날아라 마린보이' 해병대 목봉 체조.

그러나 빨간 명찰을 단 손흥민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20일 입소도 비공개로 하기로 소속사가 결정했다. 또 제주 해병 9여단 훈련소는 훈련병과 가족들이 차량을 가지고 부대 안으로 들어가 입·퇴소 행사를 하기 때문에 손흥민 측이 공개를 거부할 경우 군복 입은 채 경례하는 모습은 취재진이나 일반인이 볼 수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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