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번방 신상공개..秋법무는 된다지만 法 따져보니 '글쎄'
특강법·성폭력처벌법 보니
기준 모호하고 신중론 무게
구체적 공개기준 개정 필요
12일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따르면 특정강력범죄처벌법(특강법) 8조의2와 성폭력처벌법(성폭법) 25조는 성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특강법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때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증거가 있을 때 △공익을 위해 필요할 때 △피의자가 청소년이 아닐 때에만 신상을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성폭법 25조는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 알 권리 보장과 재범 방지 및 범죄예방 등 공익을 위해 필요한 때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의자 인권을 고려해 신상공개를 신중히 하고, 남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입법 취지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적 분노심을 해소하려는 목적에서 가해자 신상을 무분별하게 공개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또 "경찰·검찰의 신상공개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기 때문에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실제 성범죄자 신상공개 기준은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기준보다 모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세징수법은 체납 액수와 기간 등 기준을 구체적으로 마련해 놨지만, 신상공개를 규정한 성폭법과 특강법은 추상적 문구만 나열돼 있다는 것이다.
지방세징수법 11조는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 초과 △최저체납액 1000만~3000만원을 고액·상습체납자 명단공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또 △체납액(가산금 포함) 30% 납부 △회생계획인가 중 지방세 징수 유예 △미성년자 해당 여부 등을 고려해 명단을 밝히지 않을 수 있다는 예외 조항도 두고 있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현행법도 신상공개 기준을 (예전보다) 많이 좁혀놨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특정 죄명이나 법정 구형을 기준으로 신상공개 기준 구체화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판 중인 성범죄자 신상공개 주장도 거세지만 쉽지 않다. '와치맨' 전 모씨와 '켈리' 신 모씨 등은 성범죄 혐의로 기소됐지만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검찰과 달리 법원에 피고인(가해자)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규정·절차가 마련되지 않은 탓이다.
법원은 아동·청소년 성보호법 49~52조에 따라 성범죄자에게 유죄 판결이 확정되면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공개를 명령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범죄가 발생한 지 몇 개월~몇 년 후에야 가해자 신상이 밝혀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다만 경찰이 증거인멸·재범 우려를 해소하려고 가해자 신상을 공개하는 점을 고려하면, 법원이 자체적으로 신상공개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누구나 법정에서 가해자 얼굴과 인적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재판 중인 상태에서는 증거인멸·재범 우려가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것이다. 또 신상공개에 따른 '여론재판'으로 재판 중립성·공정성이 침해될 우려도 있다.
여성변호사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왕미양 대한변호사협회 사무총장(52·사법연수원 29기)은 "변협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와 여변에서 성범죄자 신상공개 기준 구체화를 위해 관련 법 개정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희래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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