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TALK] 갈수록 고도화하는 해킹, 양자암호통신은 '궁극의 방패'?

황민규 기자 2020. 4.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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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SKT⋅KT⋅ETRI 등 양자기술 개발 속도
불안한 양자 상온서 안정적으로 다루는 기술이 관건

지난해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게재된 구글의 논문이 전 세계에 충격을 불러일으켰다.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걸리는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200초면 풀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양자컴퓨팅이 수학으로 된 기존 암호 체계를 무력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있었지만,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인 구글의 이같은 주장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이같은 양자컴퓨팅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드러내왔다. 업계에서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는 것은 10년 이내가 될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문제는 이 기술이 해킹에 활용될 가능성이 다분히 높다는 것이다. 이 때가 되면, 현재 은행 전산망이나 국가 기록 보관소, 전자상거래나 등에 쓰이는 RSA라는 암호화 알고리즘이 순식간에 뚫릴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술 혁신에서 새롭게 태어난 무시무시한 ‘창’(양자컴퓨팅)을 어떻게 통제하고 막을 수 있을까? 그 새로운 방패 역시 양자를 이용한 암호통신기술이다. 최근 각국 정부를 비롯해 대형 IT기업, 이동통신사 등이 양자역학을 이용해 양자컴퓨터에 대항하는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을 본격화 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SK텔레콤과 KT, 전자통신연구원(ETRI)등이 나섰다. 삼성도 아랍에미리트 무바달라캐피탈과 함께 지난해 미국 양자컴퓨터 스타트업 이온큐(IonQ)에 5500만 달러(645억 원)을 투자했다. 특히 최근 SK텔레콤은 자사가 개발한 양자키 분배 적용 네트워크의 필요 보안 사항을 국제 표준에 등록시키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기존의 일반적인 암호키 기술은 수학적으로 풀기 어려운 소수를 활용하거나, 송·수신자만 알고 있는 비밀키를 사용한다. 고성능 컴퓨터 1600대를 병렬로 연결해 제작한 슈퍼컴퓨터로 129자리 숫자를 소인수분해 하는 데 8개월이 걸리고, 56비트로 되어 있는 암호키를 대입해 맞히는 데 100년 넘게 걸리지만, 양자컴퓨터는 수 시간 만에 이를 가능하게 한다.

양자암호통신은 암호통신에서 사용되는 비밀키를 통신에 참여하는 사용자들 사이에서 안전하게 나누어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차세대 보안통신이다. 양자암호는 양자상태를 이용하여 비밀키 정보를 정당한 사용자들끼리 나누어 갖는데, 이때 임의의 양자상태는 완벽하게 복제할 수 없다는 ‘복제불가원리’에 의해 양자역학적으로 그 안전성을 보장한다.

도청자가 중간에서 양자측정을 통해 양자상태에 대한 정보를 가져가면, 양자상태에 변화를 주게 되고 이러한 변화는 송신자와 수신자의 키 분배의 오류 통계에 변화를 가져오게 되므로 송신자와 수신자는 도청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가령 통신 당사자 이외에 외부에서 통신정보에 접근하면, 양자 얽힘과 불안정성에 의해 암호가 반응, 암호(양자 상태)가 바뀐다. 이렇게 되면 통신 내용이 변질돼 통신 당사자가 도청당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양자역학적인 특성을 이용해 송수신자 간 비밀키를 나누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에 양자 키 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로 명명하기도 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 리서치 미디어(Market Research Media)에 따르면, 글로벌 양자키 분배 관련 시장이 오는 2025년 약 26조9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현재 기술로는 불안정한 양자를 상온에서 대량으로 다룰 수 없기 때문이다. 구글에서 양자컴퓨터·암호를 연구하는 존 마티니스(John Martinis) 산타바바라대 물리학 교수는 "양자 암호·컴퓨터에 이용하는 양자가 온도, 소음, 주파수 변화에 쉽게 손상되는 문제가 있고 아직은 내구성도 떨어진다"며 "이 문제만 해결한다면 양자 기술 상용화는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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