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경의 콘텐츠 인사이드] 영화에서 찾은 예언의 조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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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영화·넷플릭스 다큐 예지력은
미래에 대한 치열한 사유의 결과
《페스트》처럼 연대 움직임 활발"
미래에 대한 치열한 사유의 결과
《페스트》처럼 연대 움직임 활발"
![[김희경의 콘텐츠 인사이드] 영화에서 찾은 예언의 조각들](https://img.hankyung.com/photo/202004/07.14242339.1.jpg)
더 날카로운 경고도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는 지난 1월 22일 ‘판데믹: 인플루엔자와의 전쟁’이란 제목의 6회짜리 다큐멘터리를 공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수개월 전 제작된 것이다. 다큐멘터리에서 데니스 캐럴 미국 국제개발처 신종위협 부서장은 말한다. “신종 바이러스가 갑자기 나타나 전 세계에 퍼질 거예요. 중국은 주의해야 할 곳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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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정답은 아닌 것 같다. 콘텐츠는 인류가 생존과 문명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자 결과물이다. 미래에 대한 놀라운 예언은 사유가 만든 씨앗인 셈이다. 그래서 이런 작품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안심이 된다. 우리 스스로를 위해 작게 그려놓은 새로운 길이 어렴풋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 길을 가는 것이 쉽진 않다. 하지만 사유를 축적한 시간은 통행권이 되어 준다. 콘텐츠엔 그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과거에서 얻은 깨달음, 현재의 불안, 미래에 대한 고뇌가 있다.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는 과거의 기록이자 미래를 향한 메시지다.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흑사병의 시대. 거대한 공포에 짓눌려 있던 사람들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고 연대한다. 1947년 출간된 이 소설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요 서점의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올랐다. 위기가 찾아오자 사람들은 그동안 인류가 쌓아온 시간을 다시 들춰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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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끝을 알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걷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 축적의 시간이 담긴 조각들을 두 손 가득 움켜쥐고 있다. 덕분에 목표는 더욱 분명해지고, 머리는 또렷해지고 있다. 어둠이 끝나고 눈부신 빛이 다시 비추는 날, 새로운 길이 펼쳐지기를.우디 앨런 감독이 그린 '벨 에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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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연인 아드리아나(마리옹 코티아르 분)는 ‘벨 에포크(belle epoque·아름다운 시대)’를 동경한다. 아드리아나가 살고 있는 1920년대 프랑스 파리에도 피카소뿐 아니라 살바도르 달리,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 훌륭한 예술가가 많다. 하지만 그는 유독 19세기 말 벨 에포크의 예술가들을 흠모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기적처럼 벨 에포크의 파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그는 1920년대로 돌아가지 않고 과거에 머무르려 한다.
프랑스인들에게 벨 에포크는 그만큼 아름답고 위대한 시기로 기억되고 있다. 당시 문화가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예술가들의 과감한 시도 덕분이었다. 모네를 비롯한 인상파 화가들은 기성 화단의 조롱에도 새로운 화법을 선보였다. 드뷔시는 바그너로 대표되는 후기 낭만파 음악에 용감히 도전장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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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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