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소영 연출 "표현방식 다른 '차미' '렁스' 동시작업 재밌어"

박은희 2020. 4. 10.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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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과 대화 많이 하는 편..작품 선택 책임감 더 무거워졌다"

[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오래 함께 한 만큼 꼭 바깥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작품이에요.”

박소영 연출은 다른 작품들에 비해 완성 시기가 늦어진 뮤지컬 ‘차미’를 아픈 손가락에 비유했다. ‘차미’는 2016년 우란문화재단의 ‘시야 플랫폼: 작곡가와 작가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개발됐다.

“조민형 작가와 최슬기 작곡가가 소재를 두고 차미랑 미호의 듀엣곡인 ‘이해해’ 한곡을 먼저 만들었어요. 그리고 작품을 만들어가기 시작하면서 연출이 필요했던 거죠. 우란 측에서 작가·작곡가와 얘기하면서 감사하게도 저를 생각해주셨어요.”

이듬해인 2017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통해 무대화 과정을 거친 뒤 대본과 음악을 수정·보완해 지난해 리부트 공연을 선보였다. 그렇게 박 연출과 4년간 함께 한 ‘차미’는 오는 14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초연 막을 올린다.

박소영 연출. [PAGE1]

‘내가 완벽한 존재가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한 작품은 평범한 주인공 ‘차미호’와 그의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속 완벽한 자아 ‘차미(@Cha_ME)’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다룬다.

차미호는 현실에서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소심한 취준생이지만, 온라인 속에서는 현실과 다른 모습을 꿈꾸며 거짓으로 자신을 꾸민다. 어느 날 차미호 앞에 차미가 나타나면서 상상초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심한 경쟁으로 끊임없이 타인과 비교하며 지쳐가는 현대인에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사랑하라’는 교훈과 함께 따뜻한 위로와 공감을 전할 힐링 코미디다.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박 연출은 ‘차미’ 개막을 일주일여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 배역이 트리플 캐스트니까 절대적으로 런 스루 횟수가 부족해요.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이 돌 수 있게 조율하고 있어요. 모두 코로나19 때문에 더 긴장하고 있지만 연습실 분위기 자체는 굉장히 유쾌해요.”

뮤지컬 ‘차미: 리부트’ 공연 사진. [우란문화재단]

‘차미’는 본공연에 오면서 주요인물의 관계성을 강화하기 위해 6인극에서 4인극으로 변경됐다. 이에 따라 12명의 배우가 참여한다. ‘차미호’ 역은 유주혜·함연지·이아진이 맡고 ‘차미’ 역으로는 이봄소리·정우연·이가은이 출연한다. ‘김고대’는 최성원·안지환·황순종이, ‘오진혁’은 강영석·서경수·문성일이 연기한다.

박 연출은 “트리플의 매력이 하나의 뿌리에서 나오지만 디테일의 줄기들은 다 다르게 형성된다는 것”이라며 “뿌리를 단단히 하기만 하면 배우들의 매력을 살려서 다채롭게 뻗어갈 수 있게 해주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우들끼리 얘기를 많이 하면서 각자의 개성이 잘 보일 수 있게 만들고 있다”며 “사이들이 워낙 좋아서 같은 배역끼리 대화를 많이 하더라”고 귀띔했다.

“다들 사이가 좋아서 무대에 넷만 남았을 때 되게 섭섭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예요. 이렇게 밝고 유쾌한 작품을 다루는데 팀워크가 안 좋으면 그것만큼 괴로운 게 없잖아요. 팀워크를 만드는 데는 제일 선배가 어떻게 하는지가 중요한데 성원이랑 주혜가 너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최성원과 유주혜는 후배들에게 말로써 행동을 강요하지 않고 스스로 열심히 하면서 본보기가 된다. 그리고 나이와 경력을 떠나 편하게 잘 어울릴 수 있게 후배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분위기를 만든다. 박 연출은 “두 배우가 지붕을 잘 만들어주는 것 같다”고 최성원과 유주혜를 칭찬했다.

뮤지컬 ‘차미: 리부트’ 공연 사진. [우란문화재단]

작품의 달라진 부분에 대해 박 연출은 “트라이아웃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는 것에 목표를 뒀다”며 “리부트는 트라이아웃에 대한 반응과 리뷰들을 수렴해 뒷부분을 조금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엔 미호의 선택 과정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저는 미호가 차미와 결별하게 되는 그 부분이 늘 걸렸거든요. 미호 스스로 더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게 선택을 다르게 수정했어요. 무대 같은 경우 극장의 특성상 리부트 때처럼 런웨이 무대를 쓸 수가 없어서 그 콘셉트는 버렸죠. 직접적으로 보여주진 않지만 저희 안에서의 내부적인 콘셉트는 쇼윈도 같은 느낌이에요.”

뮤지컬 ‘차미: 리부트’ 공연 사진. [우란문화재단]

박 연출은 “노래가 추가되거나 바뀐 것도 있고 춤이 많아졌다”며 “배우들이 체력적으로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리딩공연 때부터 함께 해 온 영석이는 너무 힘들다며 ‘가성비가 안 좋아졌다’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래도 춤은 잘 춰요. 경수는 동작을 캐치하는 것도 빠르고 워낙 잘 추니까 좋아하고 성일이는 춤선이 예뻐요. 고대 역의 배우들이 힘들어했는데 성원이는 은근히 괜찮은 것 같아요. 연습을 정말 많이 하는 타입이거든요. 우연이는 살도 빠졌대요.”

그는 “되게 교훈적인 내용일 수 있는데 어렵지 않게 병맛코드를 최대한 살려서 장르적으로 풀려고 했다”며 “초연으로 오면서 배우들이랑 같이 장르적인 부분을 더 힘주긴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관객들이 재밌게 봐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조심스럽게 덧붙였다.

“시기가 어렵다 보니 일상이 편치 않아 지치는 감정들이 있어요. 솔직히 저는 조금 지쳐있거든요. 코로나19로 인한 혼란이 길어질수록 불안함은 어쩔 수 없잖아요. 항상 아슬아슬한 상태인 거죠. ‘극장에 오시면 잠시라도 저희가 잊을 수 있게 해드리면 좋겠다’ ‘좀 편하게 웃으시고 그 웃음으로 힐링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으로 만들고 있어요, 요즘은.”

뮤지컬 ‘차미: 리부트’ 공연 사진. [우란문화재단]

2013년 창작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로 이름을 알린 박 연출은 뮤지컬 ‘사춘기’ ‘안녕! 유에프오’ ‘카라마조프’ ‘태일’, 연극 ‘만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등을 연출했다. 지난해 ‘차미: 리부트’를 시작으로 음악극 ‘섬’, 연극 ‘오만과 편견’,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까지 바쁘게 작업을 이어온 그는 현재 ‘차미’와 함께 연극 ‘렁스’ 초연도 앞두고 있다.

박 연출은 중앙대 연극과에서 연출을 전공했다. 연극집단 크리에이티브 바키(VaQi)의 창단멤버인 그는 당시엔 연기를 했다. 이후 조연출과 무대감독을 하면서 연기를 병행했고 결국 전공인 연출에 집중하게 됐다. 하지만 그는 “나중에 더 경험을 쌓으면 무대에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은 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인지 박 연출은 특히 배우의 입장을 잘 헤아리고 세심하게 챙기는 연출가로 알려져 있다. “배우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배우들이 무대에 섰을 때 불편한 순간이 없을 수 있게 소통하려는 노력은 늘 하죠. 같이 작업하면 그 친구가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이나 연기의 결에 대해서도 알게 되고 신뢰감이 쌓이잖아요. 그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뮤지컬 ‘차미: 리부트’ 공연 사진. [우란문화재단]

다음달 8일 개막하는 ‘렁스’는 영국 작가 던컨 맥밀란의 대표작인 라이선스 연극이다. 매사에 진지하고 사려 깊게 고민하고, 적어도 좋은 의도를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커플이 등장하는 2인극이다.

성두섭과 이동하를 제외한 김동완·이진희·곽선영 세 배우와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만났다는 박 연출은 “일상의 많은 소재를 대화로 풀어내는 작품이다 보니까 서로의 생각을 더 깊숙하게 알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번역한 대본만 가져와 배우들의 입에 맞게 만드는 과정이 좀 오래 걸려요. 말만 있는 작품이거든요. 무대장치나 조명효과 같은 게 거의 없어요. 최대한 절제된 상태의 무대에서 둘의 대사에 집중하니 배우들은 어떻게 보면 기댈 곳이 없죠. 엄청 힘들 거예요.”

극중 두 주인공은 평생에 걸쳐 각자의 감정과 아이를 갖는 것, 우리를 둘러싼 환경과 세계, 나아가 우리가 사는 지구에 대해, 또는 적어도 좋은 의도를 갖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이어간다.

박 연출은 “그 말을 자기 안에서 소화시켜 굉장히 능숙하게 내뱉어야 되니까 쉬운 일은 아니다”라고 배우들의 고충을 전했다. 그는 연출가로서 배우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방향성에 대한 것부터 말을 뱉었을 때 불편해 보이는 지점, 그리고 스스로 설득하지 못하고 나온 말 등을 파악해 짚어준다.

연극 ‘렁스’ 티저 포스터. [연극열전]

박 연출은 “하나하나 다 이야기를 하면서 만들어 가야하는 작품”이라며 “‘이렇게 치열하게 토론하면서 연극을 만들어 본 적이 있나’ 싶을 만큼 머리를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전혀 강요하는 작품이 아니다. 관객한테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지 않는 둘의 일상에 대한 대화”라며 “굉장히 개인적이어서 더 큰 이야기를 바라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부연했다.

“배우들한테 ‘렁스’는 매력이 있는 작품인 것 같아요. 배우가 해야 될 몫이 워낙 크다보니까 도전적인 작품인거죠. 연출 입장에서는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보니까 좀 두려운데 다들 도전정신이 있는 친구들이라 좋아해요.”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큰 사회문제인 코로나19 사태도 ‘렁스’가 다루는 소재들과 무관치 않다. 박 연출은 공연계 종사자로서 소신을 전했다. “거리두기를 해야 될 시기가 맞고 우려하는 걸 충분히 이해하거든요. 반드시 필요하다면 전체적으로 일정 기간을 정해 셧다운을 하고 다 같이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사실 대관료가 너무 비싸잖아요. 그걸 떠안고 버틸 수 있는 회사는 아무 곳도 없어요. 정부가 최소한의 대책을 만들어주면 모두가 따를 거예요. 건강에 대한 문제니까 당연히 그게 최우선돼야 되는 건 맞죠. 저희뿐만 아니라 직장인·자영업자 등 모두 어렵고 감당해야 될 몫이긴 한데 어떤 대비책도 없이 절벽에서 밀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고민을 안할 수가 없는 문제예요.”

마지막으로 연출자로서의 지향점을 묻는 질문에 박 연출은 “어떻게 보면 제작자나 작가·작곡가들한테 선택받는 직업이지 않나”라며 “그 안에서 내 기준을 잘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한다”고 답했다. “제가 고르는 작품들이 제가 걷는 길이 되고 제 시선들이 되는 거잖아요. 잘 골라서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명확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절대 제 프로필에서 지워지지 않는 거기 때문에 책임감을 조금 무겁게 가져야 할 것 같아요.”

박은희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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