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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코로나 고위험군`이라는데…여의도 흡연부스에 흡연자 빼곡히

박윤균 기자
입력 : 
2020-04-08 11:30:17
수정 : 
2020-04-08 11: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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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자들 "불안하지만 담배 필 곳이 없다"…부스밖 나오면 들어오는 단속
"흡연자 위한 공간 부족" 불만도
사진설명
[사진출처 = 연합뉴스]
보건당국이 흡연자를 코로나19 고위험군에 포함시킨 상황에서 흡연자들이 모이는 흡연부스는 여전히 붐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자체가 지정한 금연구역 인근에 있는 흡연자들은 코로나19를 우려하면서도 공간이 부족해 좁은 곳에 모일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쏟아냈다.

7일 오후 찾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증권가 금연거리 인근 흡연부스에서는 수십명의 사람들이 불과 20㎡ 남짓되는 공간에 옹기종기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부스에는 영등포구 보건소의 '흡연부스 이용 자제 권고' 안내문이 붙었지만 근처에서 일하는 흡연자들은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다. 영등포구가 올해 초부터 한화투자증권 등이 속해 있는 증권가 빌딩 지역을 여의도 금연구역으로 설정해 단속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이 곳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원을 물어야 한다. 대신 마련된 곳이 대로변에 있는 흡연부스 두 곳이다. 영등포구는 당시 이 공간이 흡연자와 비흡연자의 상생을 상징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부스를 슬며시 돌아나와 바깥에서 흡연을 하다가 구에서 나온 단속반의 제지를 받고, 바로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가 단속되는 경우도 있었다. 여의도 증권가에서 근무하는 이 모씨(37)는 "너무 좁은 공간이라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우려가 되는 것은 사실이다. 옆에 있는 벤치까지만 흡연 공간을 늘려줘도 조금 안심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단속반 관계자는 협소한 흡연공간으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있는 등 위험성은 인지하고 있지만 부스 밖으로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어렵다는 입장이다.

흡연자들은 국가에서 담배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면서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 마련 등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한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조 모씨(40)는 "흡연자들을 위한 공간이 너무 부족해 위험을 감수하면서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다"면서 "담배에 이미 세금을 많이 물리는만큼 국가에서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2025년까지 공중 이용시설 실내 흡연시설을 모두 폐쇄하면서 실외 흡연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편 한국금연운동협의회와 대한금연학회는 지난 6일 "흡연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금연을 통해 이런 감염성 질환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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