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아홉 살 ‘휘파람 소년’ 또래 7명에 새 삶 주고 하늘로

권기정 기자

뇌사 고홍준군 심장·각막 등 기증

지난 6일 장기를 기증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고홍준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지난 6일 장기를 기증해 7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하늘나라로 떠난 고홍준군.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한 제주의 아홉 살 소년이 또래 7명에게 새 삶을 선사하고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6일 고홍준군(제주 화북초)이 제주대병원에서 심장과 폐, 간, 신장, 각막 등 장기를 기증하고 생을 마감했다고 7일 밝혔다.

고군은 1일 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제주대병원에서 치료받았으나 의식을 찾지 못했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해 친구들이 그립다고 했던 고군은 5일 뇌사 판정을 받았고 다음날 병원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고군은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해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고군이 오는 줄 알 정도였다. 음악적 재능도 있어 학교 관악부와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친구들과 축구 하는 것을 좋아했고, 맛있는 과자는 꼭 나눠 먹는 등 친구 사이에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가족들은 고군을 떠나보내는 것이 큰 고통이지만, 다른 생명을 살린다면 고군도 좋아했을 거라고 생각하며 장기 기증을 결심했다.

고군의 어머니는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 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라고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유가족과 천사 홍준군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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