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는 고홍준 군(9)이 지난 6일 심장과 신장 등 장기 기증으로 또래 친구들에게 새 삶을 선물한 뒤 하늘나라로 떠나 주변 사람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7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고군은 지난 1일 저녁을 먹은 뒤 갑작스러운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이후 제주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의식을 찾지 못하고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고군의 어머니는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 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라는 말을 남겼다.

제주시 화북초에 다녔던 고군은 2010년 3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평소 휘파람 부는 것을 좋아했고, 음악적 재능도 뛰어나 학교 관악부와 화북 윈드 오케스트라에서 호른을 연주했다. 여느 아이처럼 축구를 하며 노는 것을 좋아했고, 논리적인 말로 친구들을 이끌어주는 인기 있는 아이였다.

가족들은 이런 고군을 떠나보내는 것이 너무나 큰 고통이었지만 어디선가 아이의 몸이 살아 숨 쉬고, 생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른 아이들을 살리고 떠나보내는 길을 택했다. 평소 나누는 것을 좋아하고 의로운 아이였기에 고군도 동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장기 기증을 결심한 것이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아홉 살밖에 안 된 어린 홍준이가 쏘아 올린 생명의 불씨는 7명의 생명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코로나19로 힘든 우리 사회에 더 큰 울림과 교훈을 줄 것"이라며 "유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아홉 살 천사 홍준 군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고 밝혔다.

고군이 기증한 심장과 폐, 간, 신장은 6일 또래 어린이 5명에게 이식됐다. 각막도 조만간 대기자에게 이식될 예정이다. 또래 친구들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난 고군의 장례는 제주시 부민장례식장에서 치러진다. 발인은 8일이다.

[박진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