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새벽 배송'이 뭐길래..국내 통신업계 부글부글

김경진 입력 2020. 4. 7. 16: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구독형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1위 사업자인 넷플릭스가 자사의 ‘새벽 배송’ 정책에 대한 홍보에 나섰다. 그러자 국내 통신사들은 “망 이용료를 내지 않으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식료품도 아닌, 구독형 OTT인 넷플릭스가 말하는 ‘새벽 배송’은 뭘까. 왜 국내 통신사들은 넷플릭스의 정책을 못마땅해 하는 것일까.

사진 AFP=연합뉴스

넷플릭스는 7일 “쾌적한 인터넷 환경을 위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에게 ‘오픈 커넥트’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의 오픈 커넥트란 전 세계 통신사 네트워크에 캐시서버를 설치해 회원들이 자주 시청하는 콘텐트를 새벽 시간대에 미리 저장해 두는 ‘새벽 (콘텐트) 배송’ 프로그램이다. 캐시서버를 설치하는 비용은 넷플릭스가 부담한다.


“새벽 배송으로 트래픽 낮추고 비용 절감”
넷플릭스 측은 “회원과 가까운 곳에 저장해 둔 콘텐트를 스트리밍(재생)하기 때문에 넷플릭스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을 현저히 낮춘다"며 "먼 거리 데이터 비용을 절감하고 빠른 속도로 고품질의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 넷플릭스가 물류 창고(캐시서버)를 따로 두고 잘팔리는 물건(인기 콘텐트)을 새벽에 미리 창고에 쌓아 둔 뒤 배송량(트래픽)이 많은 낮 동안에는 창고에서 고객에게 바로 배송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운송료도 아끼고 고객은 더 빨리 물건을 받아 볼 수 있다는 논리다.


“망 이용 대가 회피하려는 꼼수”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내 ISP는“망 이용 대가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넷플릭스와 망 이용 관련 계약을 맺고 있는 ISP는 LG유플러스ㆍLG헬로비전ㆍ딜라이브 3곳이다. SK브로드밴드와 KT 등 대형 사업자는 협상이 진행 중이다. 특히 SK브로드밴드는 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넷플릭스와 망 사용에 대한 갈등을 중재해 달라”는 재정 신청을 냈다. 이들 통신사는 넷플릭스에 캐시서버 설치ㆍ운영에 대한 비용뿐 아니라 트래픽 증가에 따른 망 사용료를 별도로 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통신사 관계자는 “네이버ㆍ카카오 등도 캐시서버 설치ㆍ운영 비용 외에 트래픽에 따른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며 “글로벌 기업에만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새벽 배송’으로 트래픽 과부하를 충분히 해소할 수 있는 만큼 트래픽에 따른 별도의 망 이용료는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소비자가 이미 망 이용료(통신비)를 통신사에 지불하는데 콘텐트공급자(CP)에게까지 망 이용료를 내라고 하는 것은 이중 납부”라며 “넷플릭스의 정책과 기술로 망에 대한 과부하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내 통신사 관계자는 “캐시서버를 이용한 트래픽 분산 방식은 이미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하는 방식이며, 이 중 페이스북은 협상을 통해 망 이용 대가를 별도로 부담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르면 5월 중재안, 다른 유사 사례 참고 될 것”
국내 통신사와 글로벌 CP 간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업계의 눈은 방통위의 중재안에 쏠리고 있다. 방통위가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를 상대로 낸 중재 신청에 어떤 중재안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다른 통신사와 CP 간의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법적 기한인 5월까지 중재안이 마련될 수도 있지만, 3개월 연장될 가능성도 열려있다”며 “다른 유사사례에 대한 참고가 될 수 있다는 점, 향후 증가하는 트래픽에 대한 고려, 국제적인 기준 등을 종합해서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