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파람 들리면 너라고 알게"..7명 새 삶 주고 떠난 제주 9살

진창일 2020. 4. 7.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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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불고 친구와 나누길 좋아했던 고홍준 군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판정 받은 뒤 장기기증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리면 네가 오는 거라 생각할게."
휘파람을 부르며 친구들과 함께 뛰어놀고 즐거운 일이 있으면 나누길 좋아하던 9살 제주도 소년이 7명에게 새 삶을 주고 떠났다.

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지난 6일 고홍준(9) 군이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심장과 간장·신장 등 장기를 기증하고 생을 마감했다. 고 군은 지난 1일 집에서 저녁을 먹다 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판정을 받아 지난 6일 7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고홍준 군의 살아생전 모습.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고 군의 병명은 뇌출혈. 계속된 치료에도 끝내 의식을 찾지 못했고 지난 5일 뇌사 판정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해서 친구들이 그립다고 했던 그는 끝내 병원에서 짧은 삶을 마쳤다.

고 군의 부모와 친구들은 그를 흥이 많은 아이로 기억했다. 언제나 휘파람을 부르는 것을 좋아해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고 군이 오는 줄 알 정도였다. 음악도 좋아해 모교인 제주 화북초등학교에서 관악부와 윈드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호른을 연주했다.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판정을 받아 지난 6일 7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고홍준 군의 살아생전 모습.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고 군은 친구들과 축구를 하며 뛰어놀곤 했다. 과자는 친구들과 나눠 먹고 게임기도 여럿이 다루며 즐거워했다. 나누는 것을 좋아해 친구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다.

가족들은 3형제 중 막내인 고 군을 떠나보내면서 장기기증을 하기로 했다. 언제나 휘파람을 부르며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그를 떠나보내는 것은 고통스럽지만, 다른 생명을 살린다면 고 군도 좋아했을 거라 생각하며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고 군의 어머니는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 엄마는 앞으로도 홍준이를 사랑할 거고 평생 기억하고 있을게. 멀리서 휘파람 소리가 들려오면 네가 오는 거라 믿으며 살아갈게. 사랑하고 고마워"라고 아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갑작스런 뇌출혈로 뇌사판정을 받아 지난 6일 7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세상을 떠난 고홍준 군의 살아생전 모습. 사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고 군 가족은 "장기기증이 처음에는 무섭고 두렵게 느껴졌는데, 병원 의료진과 KODA 코디네이터가 정성으로 보살펴줘서 감동했다"며 "부모가 아이를 대하듯 따뜻하고 부드럽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며, 홍준이를 위해 많은 분이 함께하는 것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병원 의료진과 장기조직기증원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조원현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9살밖에 안 된 어린 홍준이가 쏘아 올린 생명의 불씨는 7명의 생명을 살렸을 뿐만 아니라 그 가족과 주변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주었다"며 "유가족에게 깊이 감사드리며, 9살 천사 홍준군에게도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제주=최충일·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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