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IST, 삭제 결정 두달 만에 조국 딸 이름 지웠다

최준호 2020. 4. 6.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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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50주년 기념 조형물 속에 새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이름(왼쪽)이 6일 제거됐다.(오른쪽). 최준호 기자

서울 홍릉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50주년 기념조형물에 새겨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이름이 공식 삭제 결정 두 달여만에 결국 지워졌다.

KIST는 6일 오후 본관 역할을 하고 있는 L3동 입구에 세워진 50주년 기념조형물에서 조씨를 포함한 23명의 이름을 지웠다고 이날 밝혔다. 지난 1월말 조형물심사위원회에서 이들 23명의 이름을 지우기로 결정한지 두달여 만이다. 중앙일보가 확인한 결과 지난 50년간 KIST를 거쳐간 연구원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 조형물의 일부에 가로 2㎝ㆍ세로 1.5㎝의 검정색 아크릴 조각들이 덧씌워져 있었다.

KIST 관계자는 “명단을 지우는 작업이 지연된 것에 총선 시기 등 정치적 고려는 전혀 없었다”며 “조만간 결정될 차기 원장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사회 개최 전에 지우기로 했는데, 그간 차일피일 미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KIST는 오는 10일 차기 원장을 선임하기 위한 이사회를 앞두고 있다. 이병권 전 원장은 지난달 12일 임기 6년을 마치고 퇴임했다.

KIST는 지난 1월말 조형물심사위원회에서 조형물 내에 새겨진 명단 중 문제가 있는 사람의 이름을 지우는 쪽으로 결론을 내리고 ‘①근무 1개월 미만 ②급여를 받지 않았으며 ③자진해서 퇴직한 사람, 이 세 가지 조건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를 삭제 원칙으로 정했다. 조사 결과 역대 연구원(학생연구원 포함) 중 조씨를 포함한 23명이 이 같은 조건에 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KIST 설립 50주년 기념 조형물


KIST에 따르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는 고려대 2학년 여름방학 기간이던 2011년 7월 KIST에서 한 달간의 학생연구원 계약을 하고, 단 3일만 근무한 뒤 3주짜리 가짜 근무 증명서를 받아냈다. 이 같은 과정은 모친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초등학교 동기동창인 KIST 연구원의 개인적 친분을 통해 이뤄졌다. KIST 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연구원은 조 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을 준비하던 고려대 4학년 당시인 2013년 정 교수의 부탁을 받고 조 씨의 2년전 학생연구원 근무 경력을 3주로 부풀려 적어 e메일로 보내준 것으로 알려졌다.

KIST 50주년 기념 조형물에는 최형섭(1920~2004ㆍ 2대 과학기술처 장관) 초대 원장을 필두로, 1966년 KIST 창설 이래 2016년까지 계약 형태로 KIST에 근무한 총 2만6000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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