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장수 프로그램 비결? 시청자와 같이 나이드는 거죠

홍진수 기자

29년째 안정적인 시청률 끌어낸 KBS ‘6시 내고향’과 ‘아침마당’

22년째 호흡 맞춰온 남녀MC의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1236회 맞은 MBC ‘PD수첩’ 등 큰 틀 지키며 섬세하게 변화해와

KBS를 비롯한 지상파에는 20년 이상 된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KBS <전국노래자랑>(위 사진)은 1980년 11월30일 시작해 올해로 41년째를 맞이했다. SBS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운데)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22년간 임성훈·박소현 콤비가 사회를 보고 있다. 진행자의 비중이 어느 프로그램보다 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의 김상중도 1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S·SBS 제공

KBS를 비롯한 지상파에는 20년 이상 된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KBS <전국노래자랑>(위 사진)은 1980년 11월30일 시작해 올해로 41년째를 맞이했다. SBS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운데)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22년간 임성훈·박소현 콤비가 사회를 보고 있다. 진행자의 비중이 어느 프로그램보다 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의 김상중도 1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S·SBS 제공

지난달 30일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이 7000회를 맞이했다. 1991년 5월20일 첫 방송을 했으니 올해로 29년째 전파를 타고 있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에는 20년 이상 된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섣부르게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꾸준히 한자리를 지킨 이 프로그램들은 방송사의 상징이다. 큰 변화 없이 섬세하게 ‘충성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춰주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끌어내는 ‘알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 웬만해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KBS

<6시 내고향>은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는 ‘저녁의 최강자’다. 그런데 KBS에는 <6시 내고향>에 필적하는 ‘아침의 최강자’도 있다. 평일 오전 8시25분 방송되는 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방송한 <6시 내고향>과 <아침마당>의 시청률(전국)은 똑같이 8.5%였다. 나란히 동시간대 1위다. <아침마당>은 <6시 내고향>과 함께 1991년 5월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쌍둥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1985년 11월4일 시작한 <가요무대>는 35년째 매주 월요일 밤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지금까지 <가요무대>를 진행한 사회자는 단 2명뿐이다. 김동건 아나운서(81)는 첫 회부터 2003년 6월16일까지 18년간 진행한 뒤 전인석 아나운서에게 물려줬다가, 2010년 5월24일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가요무대>의 35년 역사 중 28년을 함께했다. 마흔여섯에 첫 방송을 했던 김 아나운서는 팔순을 넘기고도 무대를 지킨다.

<6시 내고향>도 <가요무대>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장수 프로그램 역시 KBS에 있다. 프로그램을 소재로 동명의 영화까지 만들어진 <전국노래자랑>이다. 1980년 11월30일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은 ‘93세의 MC’가 진행하는 ‘40년 된 프로그램’이다. 초대 MC 이한필을 시작으로 이상용, 고광수, 최선규 등을 거쳐 1988년 5월부터 송해가 마이크를 잡아 지금의 <전국노래자랑>을 ‘완성’했다. ‘대국민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이지만, 치열한 긴장감은 없다. 흥에 취해 ‘땡’ 소리 이후에도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와 의자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관객의 모습은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MC와 함께 장수하는 SBS 프로그램

SBS는 프로그램과 함께 사회자도 장수한다. 1992년 3월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대표적이다. 진지한 목소리와 강렬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이끄는 배우 김상중은 2008년 3월부터 진행을 맡아 1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국의 재밌고 신기한 일을 찾아다니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남녀 MC가 함께 장수하고 있다. 임성훈(방송인)-박소현(배우)은 1998년 5월21일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22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남녀 메인 MC가 이토록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은 한국 TV 프로그램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일요일 오전 방송하는 <TV 동물농장>의 터줏대감 신동엽(개그맨)도 프로그램의 탄생을 함께했다. 그는 2001년 5월1일 첫 방송 때 등장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동 MC 정선희(개그맨)도 첫 방송부터 2008년 9월까지 함께했다. 개인사로 6년간 휴식기를 가졌던 정선희는 2014년 1월 다시 합류했다.

■ 장수 프로그램의 명가였던 MBC

MBC도 과거 장수 프로그램의 산실이었다.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1980년 10월~2002년 12월), 지금은 EBS에서 이어가고 있는 <장학퀴즈>(1973년 2월~1996년 10월) 등이 모두 MBC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현재 20년 이상 된 프로그램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MBC 시사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사매거진 2580>은 1994년 2월에 시작해 2017년 8월13일 종영했다. 대표적 연예정보 프로그램으로 20년 이상 방송했던 <섹션TV 연예통신>도 지난 1월23일 막을 내렸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PD수첩>이다. 1990년 5월 시작한 <PD수첩>은 지난달 31일 1236회로 ‘악의 끝판, N번방’을 내보냈다. 1993년 10월 <비디오 산책>으로 시작한 <출발 비디오 여행>도 MBC를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외국인 재연배우들의 어설픈 연기가 되레 재미를 더해주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도 2001년시작해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다.

장수하면서 꾸준히 사랑받는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큰 틀은 유지하되 섬세한 변화를 계속 주는 것’이다. <6시 내고향>의 심하원 총괄PD는 “<6시 내고향>은 총 14개 코너가 돌아가는데 그중에는 전통적인 ‘휴먼다큐’도 있고, 유튜브 같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도 있다”며 “고정 시청자층의 요구를 잘 파악해 꾸준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0~20대 때는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중·장년이 되면 <6시 내고향>을 재밌게 본다”며 “세대에 맞게 변화하되, 그 연령대에 맞는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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