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장수 프로그램 비결? 시청자와 같이 나이드는 거죠

홍진수 기자 2020. 4. 6.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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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29년째 안정적인 시청률 끌어낸 KBS ‘6시 내고향’과 ‘아침마당’
ㆍ22년째 호흡 맞춰온 남녀MC의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ㆍ1236회 맞은 MBC ‘PD수첩’ 등 큰 틀 지키며 섬세하게 변화해와

KBS를 비롯한 지상파에는 20년 이상 된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KBS <전국노래자랑>(위 사진)은 1980년 11월30일 시작해 올해로 41년째를 맞이했다. SBS의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가운데)는 첫회부터 지금까지 22년간 임성훈·박소현 콤비가 사회를 보고 있다. 진행자의 비중이 어느 프로그램보다 큰 SBS <그것이 알고 싶다>(아래)의 김상중도 1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KBS·SBS 제공

지난달 30일 KBS의 시사교양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이 7000회를 맞이했다. 1991년 5월20일 첫 방송을 했으니 올해로 29년째 전파를 타고 있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에는 20년 이상 된 ‘장수 프로그램’이 많다. 섣부르게 유행을 따라가지 않고 꾸준히 한자리를 지킨 이 프로그램들은 방송사의 상징이다. 큰 변화 없이 섬세하게 ‘충성 시청자’들의 구미를 맞춰주며 안정적인 시청률을 끌어내는 ‘알짜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 웬만해서는 명함도 못 내미는 KBS

<6시 내고향>은 방송을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빼앗긴 적이 없는 ‘저녁의 최강자’다. 그런데 KBS에는 <6시 내고향>에 필적하는 ‘아침의 최강자’도 있다. 평일 오전 8시25분 방송되는 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방송한 <6시 내고향>과 <아침마당>의 시청률(전국)은 똑같이 8.5%였다. 나란히 동시간대 1위다. <아침마당>은 <6시 내고향>과 함께 1991년 5월2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쌍둥이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1985년 11월4일 시작한 <가요무대>는 35년째 매주 월요일 밤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지금까지 <가요무대>를 진행한 사회자는 단 2명뿐이다. 김동건 아나운서(81)는 첫 회부터 2003년 6월16일까지 18년간 진행한 뒤 전인석 아나운서에게 물려줬다가, 2010년 5월24일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가요무대>의 35년 역사 중 28년을 함께했다. 마흔여섯에 첫 방송을 했던 김 아나운서는 팔순을 넘기고도 무대를 지킨다.

<6시 내고향>도 <가요무대>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는 장수 프로그램 역시 KBS에 있다. 프로그램을 소재로 동명의 영화까지 만들어진 <전국노래자랑>이다. 1980년 11월30일 시작한 <전국노래자랑>은 ‘93세의 MC’가 진행하는 ‘40년 된 프로그램’이다. 초대 MC 이한필을 시작으로 이상용, 고광수, 최선규 등을 거쳐 1988년 5월부터 송해가 마이크를 잡아 지금의 <전국노래자랑>을 ‘완성’했다. ‘대국민 참여형 오디션 프로그램’의 원조격이지만, 치열한 긴장감은 없다. 흥에 취해 ‘땡’ 소리 이후에도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와 의자에서 일어나 춤을 추는 관객의 모습은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 MC와 함께 장수하는 SBS 프로그램

SBS는 프로그램과 함께 사회자도 장수한다. 1992년 3월31일 첫 방송을 시작한 탐사보도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가 대표적이다. 진지한 목소리와 강렬한 눈빛으로 시청자들을 이끄는 배우 김상중은 2008년 3월부터 진행을 맡아 12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국의 재밌고 신기한 일을 찾아다니는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는 남녀 MC가 함께 장수하고 있다. 임성훈(방송인)-박소현(배우)은 1998년 5월21일 첫 방송부터 지금까지 22년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남녀 메인 MC가 이토록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고 있는 것은 한국 TV 프로그램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일요일 오전 방송하는 <TV 동물농장>의 터줏대감 신동엽(개그맨)도 프로그램의 탄생을 함께했다. 그는 2001년 5월1일 첫 방송 때 등장해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공동 MC 정선희(개그맨)도 첫 방송부터 2008년 9월까지 함께했다. 개인사로 6년간 휴식기를 가졌던 정선희는 2014년 1월 다시 합류했다.

■ 장수 프로그램의 명가였던 MBC

MBC도 과거 장수 프로그램의 산실이었다. 국내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1980년 10월~2002년 12월), 지금은 EBS에서 이어가고 있는 <장학퀴즈>(1973년 2월~1996년 10월) 등이 모두 MBC의 작품이었다. 그러나 현재 20년 이상 된 프로그램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다.

MBC 시사 프로그램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시사매거진 2580>은 1994년 2월에 시작해 2017년 8월13일 종영했다. 대표적 연예정보 프로그램으로 20년 이상 방송했던 <섹션TV 연예통신>도 지난 1월23일 막을 내렸다.

현재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 중 가장 오래된 것은 <PD수첩>이다. 1990년 5월 시작한 <PD수첩>은 지난달 31일 1236회로 ‘악의 끝판, N번방’을 내보냈다. 1993년 10월 <비디오 산책>으로 시작한 <출발 비디오 여행>도 MBC를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외국인 재연배우들의 어설픈 연기가 되레 재미를 더해주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도 2001년시작해 지금까지 방송되고 있다.

장수하면서 꾸준히 사랑받는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큰 틀은 유지하되 섬세한 변화를 계속 주는 것’이다. <6시 내고향>의 심하원 총괄PD는 “<6시 내고향>은 총 14개 코너가 돌아가는데 그중에는 전통적인 ‘휴먼다큐’도 있고, 유튜브 같은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코너도 있다”며 “고정 시청자층의 요구를 잘 파악해 꾸준히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10~20대 때는 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중·장년이 되면 <6시 내고향>을 재밌게 본다”며 “세대에 맞게 변화하되, 그 연령대에 맞는 흐름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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