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흡연, 최악 조합"..밀폐된 흡연부스 더 위험하다

정종훈 2020. 4. 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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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시내의 한 흡연부스 모습. 뉴스1

'흡연자=고위험군'. 지난 2일 보건당국은 이러한 내용을 새로 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지침 7-4판을 공개했다.

이전까지 코로나19 고위험군은 65세 이상 노인, 각종 지병(기저질환)을 앓는 사람 등이었다. 정부가 흡연자의 코로나19 위험이 이들과 비슷하다고 인정한 것이다. 현 지침상 코로나19 환자 중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병원서 격리 치료를 받도록 규정됐다.

흡연자는 왜 뒤늦게 코로나19 고위험군에 추가됐을까. 이들의 바이러스 감염, 증상 악화 위험이 크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어져서다. 중국에선 흡연한 적 있는 코로나19 환자의 폐렴 악화 위험이 14배로 뛴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기저질환자뿐 아니라 흡연자도 코로나에 감염되면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흡연자가 심각한 코로나 증상을 보일 가능성이 비흡연자의 1.4배, 중증 치료를 받거나 사망에 이를 확률은 2.4배로 높아진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바이러스와 담배라는 '최악의 조합'을 경고하는 연구가 속속 나오는 것이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흡연자는 코로나19가 중증으로 가거나 사망할 위험이 커진다"면서 "흡연하면 니코틴이 호흡기 점막 세포를 손상시키고 방어 기능도 약화된다. 이 때문에 코로나 바이러스에 더 취약하고, 감염되면 중증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흡연자는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가장 위험한 대상으로 꼽혀왔다. 2015년 국내에서 유행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마찬가지였다. 2017년 공개된 남해성 충남대병원 교수 연구팀 논문에 따르면 현재 흡연자이거나 과거 담배를 피운 적 있는 메르스 환자는 비흡연 환자와 비교했을 때 치명률이 2.6배 높았다.

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서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의료진이 PAPR(전동식 공기 정화 호흡기)를 착용하고 격리병동으로 들어가고 있다. 뉴스1

2009년 발생한 신종플루 당시에도 흡연자의 감염 비율이 1.5배 높고,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도 2배 가까이 차이 난다는 이스라엘 분석결과가 공개됐다. 미 CDC는 아예 신종플루 예방지침에 개인 위생 챙기기 다음으로 금연을 올렸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배를 피우면 외부 물질이 우리 몸으로 들어오는 입과 코가 취약해지고 폐 면역력 등도 떨어지게 된다. 흡연자는 항상 호흡기 감염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코로나19를 통해 흡연이 건강과 직결된다는 점을 다시 확인했다. 편의점 불법 광고 단속 등 금연 정책을 미뤄선 안 된다"고 말했다.

대한금연학회·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6일 공동 성명서를 내고 코로나19 유행기에 담배를 꼭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흡연자는 코로나19로 더 큰 피해가 예상되기 때문에 금연이 시급하다는 학술적 근거가 발표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흡연자를 코로나 위험군으로 분류한 건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감염부터 시작해 증상 악화, 사망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흡연이 매우 중요한 고리라는 것이다.

미국 뉴욕 사무실 건물 바깥에 어지럽게 놓여진 담배 꽁초들. [AP=연합뉴스]

코로나19 감염 시 폐렴으로 악화되는 걸 막으려면 손 위생, 마스크 착용, 만성질환 관리와 더불어 금연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흡연부스는 밀폐된 공간이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 무증상 확진자들이 흡연부스를 이용하면 주변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많은 사람이 모이는 밀폐된 흡연부스는 가능한 피하는 게 좋다.

이들 단체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시기에 단기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을 줄이기 위한 금연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담배에 따른 암 발생과 혈관ㆍ폐 질환을 줄이기 위해 금연할 것을 권고한다"면서 "정부도 코로나19 확산, 중증 진행 예방을 위해 금연 정책 추진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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