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놀이·오페라·결혼..온라인엔 다 계획이 있구나

오로라 기자 2020. 4. 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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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바뀐 일상..IT기업엔 '기회'로
기업들, 기술 지원 나서며 이용자 확보 나서
벚꽃/조선닷컴

“이렇게 화면이라도 보니 기분이 좋네요.”

지난 3일 서울 송파구청의 유튜브 채널 ‘송파TV’엔 ‘사이버 벚꽃놀이’가 열렸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해 올해 석촌호수 벚꽃축제가 전면 취소되자, 아쉬워하는 이들을 달래기 위해 송파구청이 석촌호수와 벚꽃을 생중계한 것이다.

석촌호수는 서울의 대표 벚꽃 명소 중 한 곳이다. 매년 이곳에 벚꽃을 보러 수백만 명이 찾는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우려로 인해 송파구청은 12일까지 석촌호수를 전면 폐쇄했다. 대신 유튜브에 ‘방구석 벚꽃 중계’를 마련했다. 석촌호수가 폐쇄되는 12일까지 총 9일간 하루 1회씩 진행된다.

송파구의 유튜브 생중계가 진행되는 동안, 유튜브 채팅창에는 “벚꽃과 하늘이 어우러지게 (카메라 앵글을) 잡아주세요” “벚꽃잎이 비처럼 흩날리는 것도 보여주세요”라는 시청자 주문이 들어왔다. 한 시청자는 “내년엔 실제로 볼 수 있겠죠!”라고 글을 남기며 아쉬움을 달랬다.

/송파구청 공식 유튜브 캡처

코로나 사태로 ‘온라인 생중계’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오프라인 행사·모임 등이 타격을 입으면서, IT(정보기술)를 이용한 ‘돌파구’를 찾아 나서면서다. 결혼식부터 미술관, 연극, 뮤지컬, 콘서트 등 전형적인 ‘오프라인 시장’이 모두 온라인으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국내외 대형 IT기술 기업들 이 같은 사회 변화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있다. 미국 대중문화지 롤링스톤즈는 “지금까지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온라인 공연 스트리밍이 코로나 덕분에 드디어 제 때를 만났다(having its moment)”고 보도했다.

‘물 들어올 때 노젓자’…공략 나선 IT기업들

네이버TV에서 라이브 중계된 뮤지컬 '마리퀴리'./네이버TV

지난달 31일 오후 7시 30분. 네이버가 운영하는 동영상 채널 ‘네이버TV’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서울시오페라단의 ‘오페라 톡톡-로시니’ 공연이 생중계됐다. 코로나 사태로 이날 공연은 무(無)관중으로 진행됐지만, 네이버 TV에서 온라인 공연의 재생수는 1만 6000회를 돌파했다. 네이버측은 “원래 네이버TV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려면 채널을 개설하고, 구독자가 1000명 이상이어야 하는 제약이 있었다”며 “하지만 코로나로 라이브 수요가 늘면서 이 제약을 구독자 수 300명으로 크게 줄였고, 세종문화회관 같은 법인의 경우엔 아예 구독자 수 제한을 없애 더 많은 공연을 라이브 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해 3~4월 네이버TV에서 생중계된 공연과 전시는 10개 안팎이었는데, 올 3~4월엔 60여개로 6배 급등했다.

카카오가 운영하는 ‘카카오 TV’의 생방송 영상 생산자도 코로나 사태 이전 대비 40% 이상 늘어났다. 카카오에 따르면 종교 예배나 교육계에서 방송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일반 공연이나 전시와 달리, 이미 카카오톡으로 연결된 종교 단체나 학교 등 사회적 그룹들이 동영상 서비스로 호환하기에 카카오TV를 쓰는 게 제일 편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지금까지 라이브 방송을 사용해보지 않은 사람이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도 쉽게 방송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코로나 이후 ‘카카오TV 라이브 방송 이용 가이드’를 만들어 배포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생중계 결혼식. /KT

결혼식도 온라인에서 열렸다. 지난 4일 오후 5시 서울 강남구의 한 예식장. 하객 한 명 없이 텅텅 빈 식장에서 신랑 신부는 결혼식을 촬영하는 카메라 4대를 향해 인사했다. 예식장에 설치된 큰 전광판에는 지방에 있는 신부 박지예(29)씨의 어머니를 비롯한 부부의 일가친척·친구 50여명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송됐다. 부부는 원래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하객들에게 ‘민폐’가 될까 봐 결혼식을 취소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KT가 식장과 집에 있는 하객들을 양방향으로 생중계하는 기술 지원에 나서면서 온라인 결혼식이 성사됐다. 이를 위해 KT는 예식장과 신랑 신부의 직계 가족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각 카메라가 촬영한 장면을 하나로 묶어 송출하는 영상을 제작했다. 이날 결혼식은 KT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생중계됐다.

KT는 아이돌 시장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KT측은 “지금도 VR(가상현실) 기술을 활용한 아이돌 공연 영상을 제공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아이돌 콘서트를 8K 화질로 VR 생중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별풍선’ 적용 범위 넓히며 라이브 장려

애플이 아이폰11 프로로 촬영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미술관‘온라인 투어' 영상/유튜브

페이스북은 지난달 27일 동영상 제작자 수익 시스템인 ‘스타’의 적용범위를 일반 게임 스트리머에서 뮤지션·문화단체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스타’는 미국판 ‘별풍선’과도 같은 과금 시스템이다. 페이스북의 허가를 받은 영상 제작자가 라이브 방송을 하면, 시청자들이 구매해둔 별을 쏘아 후원하는 방식이다. 페이스북은 별 하나당 0.01달러를 지불한다.

원래 이렇게 과금을 할 수 있는 스트리머는 ‘게임 동영상 크리에이터 페이지를 운영하고, 팔로어수가 100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제약이 있었다. 사실상 게임 관련 영상 제작자를 위한 시스템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라이브로 ‘집구석 공연’을 진행하는 가수들이 많아졌고, 페이스북의 규정상 영상으로 수익을 내기가 어렵다는 불만이 따라나왔다. 이에 페이스북은 재빠르게 수익 시스템의 범위를 확대하고, 이용자를 확보에 나섰다.

이 틈을 타 스마트폰 카메라 기능을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애플은 지난 9일 아이폰11 프로로 촬영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예르미타시 미술관의 ‘온라인 투어’ 영상을 자체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5시간 19분 28초에 달하는 이 영상은 세계에서 가장 큰 미술관을 직접 걸어서 관람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천천히 걷다가 주요 작품 앞에 멈춰 서서 클로즈업을 하는 식으로 촬영됐다. 4K 화질, 유명 화가 작품의 붓질 모양까지 자세하게 보인다. 이 영상의 조회 수는 현재 57만 6109회를 돌파했다.

☞국내에서 볼만한 콘텐츠는?

세종문화회관: 4월부터 매주 화·금요일에 네이버TV에서 온라인 ‘힘내라 콘서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는 7일에는 가수 빌리 카터, 10일에는 김보라의 소리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국립극단: 6일 오전 10시 유튜브 채널에서 연극 ‘페스트’를 실시간 중계한다.

국립국악원: 4일부터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네이버TV에서 온라인 라이브콘서트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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