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12% 이스라엘 0.5%..코로나19 치명률, 왜 다를까

박수현 인턴기자 2020. 4. 6.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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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AP/뉴시스]1일(현지시간)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핫스폿인 뉴욕에서 장의사와 병원 직원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0.04.02.

전세계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늘어만 간다. 5일(한국시간) 오후 6시 기준 세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20만 4782명, 사망자는 6만 4849명이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병원에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통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코로나19의 치명률은 약 5%다. 그러나 나라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코로나19 확진자 상위 20개국 중 치명률이 가장 높은 이탈리아는 12%, 가장 낮은 이스라엘은 0.5%, 우리나라는 1.6%다. 나라별로 최대 24배까지 차이가 난다. 나라마다 다른 치명률의 이유는 무엇일까.
1. 확진자 집단의 차이…연령대와 기저질환 여부
[로마=AP/뉴시스]3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무명군사 기념비에 이탈리아 국기가 걸려져있다. 이탈리아 전국 관청 등은 이날 정오 일제히 국기를 게양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해 1분간 묵념하며 애도했다.
세계 각국의 확진자 집단은 조금씩 다르다. 많은 전문가는 이탈리아의 치명률이 높은 이유로 확진자 중 고령층이 많은 점을 꼽는다. 이탈리아의 확진자 평균 연령은 62세로, 치명률 1.3%인 이웃 나라 독일(49세)보다 13세 높다.

미국 의사협회저널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이하 현지시간)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치명률은 60세~69세에서 3.5%였지만, 80세 이상은 20.2%에 달했다.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60~69세의 치명률은 3.6%였지만, 80세 이상의 치명률은 14.8%에 달했다.

반면 치명률이 0.5%인 이스라엘의 확진자 집단은 훨씬 젊다. 이스라엘 텔아비브 셰바 메디컬센터의 여행 의학과 열대성질환 센터 담당자 에얄 레셈(Eyal Leshem)은 이스라엘의 치명률이 낮은 이유에 대해 "확진자 대부분이 여행을 하면서 감염됐거나, 여행하는 친구들과 접촉한 젊은 층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보건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37%가 30세 이하라고 발표했다. 이어 30~39세는 15%, 40~49세는 13%였고 60세 이상 감염자는 38%에 그쳤다. 이달 2일 기준으로 이스라엘에서 60세 이하 사망자는 2명뿐이었다.

감염자의 기저질환 여부도 치명률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치명률은 심혈관 질환(10.5%), 당뇨(7.3%), 만성 폐질환(6.3%) 등 기저질환을 가진 감염자에게 확연히 높았다. 이탈리아 보건국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기준 이탈리아 사망자의 99.2%는 기저질환을 가졌다. 특히 48.5%는 3개 이상 기저질환 보유자였다.
2. 초기 대처와 검사 규모…의료체계 편차도 영향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옥외공간에 설치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킹스루형·Open Walking Thru)에서 영국 런던발 여객기를 이용한 외국인 입국자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코로나19 검사 수는 치명률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 하나다. 치명률 계산에서 확진자 수는 분모, 사망자 수는 분자가 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유행 초기에 더 광범위한 검사를 수행한 국가들은 대체로 치명률이 낮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1일 보도에 따르면 나라별 검사 수는 크게 차이가 난다. 우리나라는 인구 1000명당 8.16명을 검사했고, 노르웨이는 17.56명, 독일은 11.3명을 검사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치명률은 1.6%, 노르웨이는 0.9%, 독일은 1.3%으로 모두 세계 평균보다 크게 낮다.

반면 미국은 1000명당 3.34명으로 한국의 절반에 못 미치며, 영국은 2.30명으로 더 적다. 미국의 치명률은 2.4%, 영국의 치명률은 10.1%다.

뉴욕타임즈는 독일의 빠르고 광범위한 검사가 코로나19 치명률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많은 검사 수는 무증상과 경증 확진자를 통계에 포함시켜 치명률을 실제에 가깝게 만들었고, 코로나19의 유행을 억제하고 확진자들을 분류해 의료체계가 적절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 간 의료설비 차이도 치명률 차이를 불렀다. 다수 유럽 국가는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곤란을 겪었다. 이탈리아는 코로나19 발생 초기 중환자 병상이 5000개밖에 확보돼 있지 않았고, 영국은 4100개뿐이었다. 반면 독일은 2만 8000개 병상이 있었고, 이후 군 병원을 개방해 5만개 이상 병상을 확보했다. 이 차이는 같은 유럽 국가 내에서도 9배 넘게 차이 나는 치명률로 이어졌다.
3. 통계의 함정…치명률 1위, 이탈리아 아닐수도?
(샌프란시스코 AFP=뉴스1) 2일 (현지시간) 코로나19 확산으로 자택 격리 명령이 내려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택시회사 주차장에 택시들이 주차해 있다. ⓒ AFP=뉴스1
통계상의 치명률은 참고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 나라마다 확진자와 사망자 집계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치명률 집계 방식은 '사례 치명률(CFR)'과 '감염 치명률(IFR)'로 나뉜다. 사례 치명률은 양성 판정을 받고 사망한 사람들의 비율이며, 감염 치명률은 감염됐지만 확진 판정을 받지 못한 사람까지 포함해 계산하는 추정치다. 일반적으로 발표되는 치명률은 대개 사례 치명률이다.

사례 치명률은 집계에 포함되지 못한 경증·무증상 감염자를 누락할 수 있으며, 다른 질환으로 인해 사망한 확진자까지 코로나19 사망자 집계에 포함해 치명률을 과대평가할 수 있다는 함정이 있다. 옥스포드 대학교 근거중심의학센터(CEBM)는 "이탈리아가 확진자 중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모두 코로나19 사망자로 집계해 치명률이 높아진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사례 치명률이 실제 치명률보다 높게 나타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신종플루(H1N1)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지난 2009년 세계 각국은 치명률을 낮게는 0.1%에서 높게는 5.1%로 추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WHO가 발표한 신종플루의 치명률은 0.02%였다.

유행병학자이자 CEBM의 책임자인 칼 헤네한(Carl Heneghan)은 "대유행 시기에는 사람들이 모든 죽음을 감염병과 연관 짓는다”며 “코로나19의 치명률이 과대평가 돼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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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인턴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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