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 제보자는 이철 대리인..야권선 "제2 김대업사건"

한영익 2020. 4. 5.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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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정치권에서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을 MBC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진 지모(55)씨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지씨가 현재 수감중인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VIK) 대표의 대리인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확산했다. 미래통합당에서는 “제보가 처음부터 윤석열 검찰총장을 잡기 위한 정치공작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발단은 MBC의 지난달 31일 보도다. "채널A 기자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 유착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고 이 전 대표를 강압했다"는 취지였다. 그러자 여권에선 즉각 “윤석열 사단에서 한 일”(유시민 이사장) "수사가 정도를 걷지 않는다는 것"(최강욱 전 공직기강비서관) "모종의 기획에 윤석열 검찰총장이 개입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법무부도 대검에 공문을 보내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법과 원칙대로 이뤄질 것이다. 누구나 예외 없이"라고 말했다.

돌발 변수는 MBC 보도를 제보한 이가 지씨로 알려지면서다. 조선일보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며 “지씨가 평소 ‘윤석열 검찰’을 신랄히 비난해 온 현 정권 골수 지지자이자, 신라젠 대주주인 이철 전 대표의 대리인”이라고 했다. ‘노사모’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유 이사장이 2010년 국민참여당으로 경기지사에 출마할 때 같은 당 의정부 지역위원장이었다. 이 전 대표는 현재 7000억 원대 불법 투자 사기 등의 혐의로 지난해 9월 대법원에서 징역 14년 6월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이다. MBC와 지씨측은 제보자가 지씨라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별도 반박은 하지 않았다.

이철 전 VIK 대표 측근으로 알려진 지모(55)씨가 지난달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MBC 보도 내용을 암시하고 있다. [사진 페이스북]


지씨는 또 MBC 보도 직전 페이스북에서 여권 핵심과의 친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라는 가명 계정을 통해 페이스북에 “갑자기 꿈에 내일 MBC 뉴스데스크를 보라는 신의 메시지가… 모지? 왜지? ㅋㅋㅋㅋ”(3월30일) “이번 주말에는 유시민 작가님한테 쐬주 한잔 사라고 할 겁니다. 왜 사야 되는지 금요일쯤은 모두가 알게 될 걸요?”(3월31일) 등의 글을 남겼다. 5일 현재 지씨의 관련 페이스북 메시지는 모두 삭제된 상태다.

앞서 지씨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10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정경심 교수가 투자한 기업의 범죄 행위를 밝히다가 그게 흘러가서 정 교수에게까지 가야 하는 건데 이건 정 교수를 타깃으로 해서 거꾸로 시작됐다. 비정상”이라고 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이 5일 오전 이은권 대전 중구 후보 선거사무실에서 열린 대전 현장 선거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같은 지씨의 행각을 두고 통합당은 “제2의 김대업 사건”(김근식 대변인)이라고 지적한다. 김대업씨는 2002년 대선 직전 언론에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 장남의 병역 비리 은폐를 위한 대책회의가 열렸고, 이후 병적기록이 파기됐다”는 취지의 제보를 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이 후보 아들 병역 문제는 당시 대선의 승패를 갈랐다는 평가마저 나왔지만, 정작 대선 이후 제보한 증거 자료 등이 위조된 것으로 결론 나면서 김씨는 징역 1년 10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특정인사가 4ㆍ15 총선 직전 다소 불명확한 내용을 언론에 제보하고, 이를 부각하는 행태가 김대업 사건과 판박이라는 게 통합당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대위원장은 3일 입장문을 통해 “선거일이 임박하니 전형적인 공작이 난무한다. 고약한 사람들이 공영방송을 이용해 윤석열 검찰을 흔드는 데 여념이 없다”며 “친여 전문 고발꾼을 동원해 공영방송과 짜고 다른 언론사를 공격하는 것으로 자기들의 비리를 덮어보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김근식 대변인도 같은 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분이 마치 객관적이고 신빙성 있는 제보자로 포장되면서 메신저 역할을 하고 있다. 명백히 그분의 정치적 의도, 부적절한 행태에 대해서는 같이 집중적으로 사실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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