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위협하던 '루이싱' 몰락 위기..중국 유니콘 거품 커지나

송경화 2020. 4. 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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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부풀리기 드러나 하룻새 6조 시총 '증발'
IT 기반 영업과 할인 마케팅, 배달 서비스로
중국 내 스타벅스 대항마로 단시간 떠올라
'마케팅 과다 출혈' 우려 속 회계부정 드러나
그래픽_고윤결

‘중국판 스타벅스’로 불리며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중국 루이싱(Luckin)커피가 매출 조작으로 몰락 위기에 놓였다.

루이싱커피는 2일(현지시각) 미국 증시 개장 직전 최고운영책임자(COO) 류젠과 일부 직원들이 허위 거래를 통해 매출을 부풀린 게 드러나 추가 조사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특별위원회의 1차 조사 결과 지난해 2~4분기 ‘뻥튀기’한 매출액이 22억위안(3811억원)에 달했다. 1~3분기 전체 매출액(29억2900만위안)에 맞먹는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4분기 실적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 시장 추정치를 반영하면 작년 한 해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허위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주가는 급락했다. 전날 26.2달러에서 장중 85%까지 떨어지다 막판 75.57% 급락한 6.4달러로 장을 마쳤다. 하루 사이 49억7000만달러(6조1200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판 엔론 사건’이라 부르고 있다.

‘파란 사슴’을 로고로 쓰는 루이싱은 국내에선 생소한 브랜드지만 중국 국민과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선 최근 가장 주목받는 커피 프랜차이즈였다. 2017년 12월 설립된 뒤 1년 반만에 중국 28개 도시에 2370개의 매장을 냈다. 스타벅스의 중국 내 매장 수가 지난해 3700개를 넘기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는데, 루이싱은 1~2년 만에 중국 커피 시장을 잠식했다. 중국인들은 아직까지 커피보단 보이차 등 차를 선호하고 있어 커피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큰 편이다. 스타벅스는 이에 주목해 중국 매장 늘리기에 몰두해왔고 루이싱은 이런 스타벅스에 주목하며 탄생했다.

인기 배우 탕웨이 등을 앞세운 루이싱 커피 광고. 루이싱 커피 홈페이지

루이싱의 전략은 확실했다. 중국 전역에 퍼져가는 아이티(IT) 문화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으로만으로 매장 및 배달 주문을 받았다. 위치정보를 활용한 맞춤형 광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홍보, ‘2+1’, ‘5+5’ 등 큰 폭의 할인 쿠폰 배포로 젊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짧은 시간 안에 사로잡았다. 탕웨이 등 인기 배우들을 모델로 쓰고 있다.

루이싱은 특히 배달 서비스를 특화했다. 애플리케이션으로 커피를 주문한 뒤 실제 배송받기까지 ‘30분 이내’ 시간을 보장했다. 하나금융투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매장의 91.3%(2163개)가 픽업과 배달 위주의 ‘픽업 스토어’였다. 매장 규모를 최대한 줄여 넓은 매장에 고객이 장시간 머무는 스타벅스와 차이를 뒀다. 점포당 운영 비용이 적은 점은 신규 점포를 늘리는 데 장점이 됐다. 커피값은 스타벅스보다 30% 가량 저렴했다. 루이싱의 시장 영향력이 커지자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루이싱은 중국 산업 역사에서 가장 단시간 안에 유니콘(unicorn) 기업(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비상장 기업)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루이싱 커피 중국 매장. 루이싱 커피 홈페이지

목표는 역시 스타벅스였다.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 첸즈야는 지난해 5월 미국 나스닥 상장 뒤 목표를 “스타벅스를 넘는 것”이라고 했다. 첸즈야는 중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유카(UCAR)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출신이다. 루이싱은 지난해 12월31일 기준 매장 수가 4507개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일본의 닛케이 아시안 리뷰는 지난 1월 이는 중국의 스타벅스 매장 수(4300여개)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가파른 속도의 외형 확대 속에 이 기업의 실속을 두곤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됐다. 수시로 할인 쿠폰을 뿌리는 등 과다한 프로모션 속에 수익을 남기가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런 가운데 미국 투자조사 기관인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지난 2월 “루이싱 커피가 커피 판매량 등을 조작했다는 보고서를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입수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실제 매출을 부풀렸다는 회계 부정 사건이 드러난 것이다.

루이싱 사례는 중국 스타트업 기업들의 거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중국의 대표적 자전거 공유 기업 오포(ofo)도 외연 확장에만 골몰하며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해 1000만명 이상의 고객에게 보증금조차 지급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인 바 있다. 중국의 후룬연구원은 지난해 10월 기준 중국의 유니콘 기업 수가 206개로 미국(203개)을 넘어섰다고 집계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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