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연합시론] 건보료 기준 재난지원금, 신속 집행하되 추가 논란은 없애야

송고시간2020-04-03 16:27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선정 때 건강보험료 납부 금액을 기준으로 삼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 지원 방침을 밝힌 뒤 지급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기본 원칙을 내놓은 것이다. 올해 3월 기준으로 가구원의 본인부담 건강보험료를 모두 합산해 하위 70% 가구에 지급할 계획이다.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로 구성된 가구, 지역가입자로만 구성된 가구, 직장·지역 가입자가 섞여 있는 혼합가구로 구분해 지원 여부를 따진다. 이를테면 4인 가구의 경우 직장가입자는 23만7천원, 지역가입자는 25만4천원, 혼합 가구는 24만2천원 이하면 일단 지원 대상이 된다. 건보료는 긴급지원금 얘기가 처음 나올 때부터 유력한 지급 기준으로 꼽혀왔다. 실소득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낱낱이 검증할 수 없는 현실에서 모든 국민을 가입자로 둔 건보료가 그나마 전반적인 생활 수준을 보편적으로 보여주는 자료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초유의 재난지원금은 소득 수준이나 지자체의 자체 지원금 등과 맞물려 처음부터 형평성 시비가 일었고, 앞으로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실제로 건보료는 현재 소득 상황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못한다. 지역가입자는 사업·근로·이자·연금 등 소득과 주택·토지·자동차 등의 재산까지 고려해 부과하는 반면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만 갖고 계산한다. 게다가 100명 이하 사업장 가입자의 경우 최신 소득자료가 아니라 작년 자료를 토대로 산정하기에 코로나19 여파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다. 하위 70% 위쪽 언저리에 있다가 최근 소득이 급감해 아주 적은 차이로 아깝게 지원을 못 받는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큰 타격을 입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이 많이 속한 지역가입자는 심지어 재작년 소득을 토대로 하기에 정확성이 더욱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런 우려에도 건보료를 기준으로 한 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시급성 때문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을 듯하다. 생산·소비 급감과 이에 따른 소득 감소가 큰 충격파로 이어진 절박한 상황에서 지원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때에 따라선 한 모금의 물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 생명을 구할 수도 있는 법이다. 형평성을 높이려면 전 가구의 부동산과 금융자산 등 소득인정액을 조사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대상자 선정에만 최소 두 달은 걸린다고 한다. '긴급재난지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는커녕 조사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분란과 부작용만 빚을 가능성이 크다. 전 국민에게 지원하지 않을 바에야 선택지가 마땅치 않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지원 기준을 정한 만큼 신속한 집행을 위해 후속 조치를 서두르되 고액 자산가가 엉뚱하게 지원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등 추가 논란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무리 재난지원금이라 해도 돈이 걸린 문제인 데다 전체 가구의 30%는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지원 방식과 선정 기준을 둘러싼 불만과 비판이 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로 여겨진다. 총선이 코앞으로 닥친 시점이어서 정치적 공방 또한 거세다. 하지만 70%에 달하는 국민 대다수가 지원 대상이 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생존을 위협하는 바이러스가 가져온 위기 속에서 납세자에 대한 재정 환원으로 이해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회성 현금 지원으로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순 없지만, 공동체의 힘과 국가 역할을 되새기고 위기 극복의 디딤돌을 놓는 효과는 충분히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캐나다, 호주를 비롯한 여러 나라가 속속 현금 지원에 나선 이유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싶다. 너와 내가 따로일 수 없는 코로나19 위기를 이겨내고 상생하려면 눈앞의 상대적 불이익에 대한 분노가 아니라 나 못지않게 어려운 이웃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