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스타벅스 대항마' 中 루이싱 커피의 무너진 신화.."출혈 마케팅의 최후"

유진우 기자 2020. 4. 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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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챔피언 ‘스타벅스’에 호기롭게 도전했던 중국 대표 커피 프랜차이즈 ‘루이싱(瑞幸·Luckin) 커피’의 신화가 순식간에 무너졌다.

루이싱커피는 2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내부 조사를 통해 지난해 매출액 중 약 22억위안(약 3800억원)이 부풀려졌다"고 발표했다. 앞서 공개한 2019 회계연도 1∼3분기 매출액 29억2900억위안에 4분기 추정 매출 21~22억위안을 더하면 대략 40억. 이중 절반 정도가 허위 매출이라는 것.

이 사실이 드러나자 전날 27.19달러로 마감했던 루이싱커피 주가는 이날 장중 80% 넘게 하락하다가 결국 75.57% 떨어진 6.4달러로 장을 마쳤다. 지난해 5월 상장 이후 승승장구하며 올해 1월 기준 50달러를 넘나들었던 점을 감안하면 최고점에서 88%가 고꾸라진 셈. 하룻밤 사이 증발해버린 시가총액만 49억7000만 달러(약 6조1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최고운영책임자(COO) 류젠(劉劍)과 일부 직원들은 없었던 거래를 있었던 것처럼 속여 매출을 뻥튀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싱커피는 "독립 이사를 포함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현재 진상 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류젠 COO와 문제를 일으킨 임직원들을 이미 해고했고,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공개했던 1분기부터 3분기까지 실적 내용은 전부 무효화했다. 루이싱커피 측은 오는 27일 실제 회계 상황을 반영한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다.

한국 소비자에게는 생소하지만, 중국에서 루이싱커피는 20대부터 40대 소비자를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국민 커피’ 브랜드다. 지난 2017년 10월 문을 연 루이싱커피는 사무실로 직접 배달을 해주는 서비스, 스타벅스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 경쟁력, 공격적인 무료 쿠폰 마케팅을 앞세워 젊은 층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세계적인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 같은 글로벌 큰손들로부터 끌어모은 투자금 10억달러(약 1조2300억원)를 바탕으로 창업 1년 만에 매장을 1600곳 열었고, 현재는 매장 수가 2300곳을 넘었다. 중국에 37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스타벅스가 처음에 매장 1000곳을 여는 데 14년이 걸렸던 점을 생각하면 압도적인 속도다.

루이싱커피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첸즈야(錢治亞)는 나스닥 상장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스타벅스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라는 포부를 밝혔다.

그러나 몸집이 순식간에 커진만큼 잡음도 컸다. 올해 1월 루이싱커피 주가가 상장 이후 반년 만에 두배로 치솟자 일각에서 루이싱커피가 회계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조사 기관 머디 워터스 리서치는 ‘익명의 제보자로부터 루이싱커피에 대한 89쪽 짜리 보고서를 입수했다’며 "루이싱커피가 일일 상품 판매량, 일일 평균 판매가, 광고 지출 등 영업 데이터를 확대 계상해왔다"고 폭로했다. 약 1만 시간에 달하는 매장 비디오를 분석해 커피를 주문한 소비자 수, 메뉴를 담은 종이봉투 수, 영수증 발행 개수를 세어보니 3,4분기 매출액에 터무니없이 미치지 못한다는 것.

이 때문에 올해 초 루이싱커피 주가는 일시적으로 10% 넘게 떨어졌지만, 곧 다시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주가는 회복되고 사건은 묻혔다.

주체할 수 없을만큼 빠르게 몸집을 키우다보니 내실도 형편없었다. 2018년 루이싱커피는 16억1900만 위안(약 2800억원)을 영업손실로 기록했다. 그해 커피 9000만잔 커피를 팔았는데, 커피 한 잔을 팔 때마다 돈을 벌기는 커녕 평균 18위안(약 3100원)의 손해를 본 것. 식후에 단체로 커피를 마시는 회사원들을 겨냥해 두 잔을 사면 한 잔은 무료로 주고, 다섯 잔을 주문하면 다섯 잔을 무료로 주는 ‘출혈’ 마케팅 탓이었다.

루이싱커피는 미국 증권시장에 화려하게 등장한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증시에서 회계 부정은 단순히 ‘사기’로 취급되는 수준을 넘어 가혹할 만큼 일벌백계할 중대범죄로 여겨진다.

2001년 뉴욕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에너지기업 엔론은 한때 셰브론과 어깨를 견주는 ‘미국 7대 기업’에 꼽혔지만, 1조 5000억원을 분식회계한 혐의로 하루 아침에 파산했다. 분식회계에 가담한 아서앤더슨은 세계 5대 회계법인으로 꼽혔으나 공중분해됐고, 당시 최고경영자(CEO) 제프리 스킬링은 징역 24년을 선고 받았다.

이미 중국 매체들은 이번 사건을 ‘중국판 엔론 사건’으로 부르며 루이싱커피가 써내려온 ‘중국 토종 커피 성공기’가 결국 신기루처럼 몰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고 전했다.

동시에 글로벌 큰손들 사이에서는 다른 해외 상장 중국 기업 역시 회계 부정을 저질렀을지 여부를 놓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시에 무더기로 상장했다 한꺼번에 쓸려나간 전례가 있다. 지난 2010년 한 해만 중국 기업은 42개가 미국 시장에 상장되면서 루이싱커피처럼 주식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종목들로 꼽혔다. 이들은 주로 우회상장을 통해서 나스닥시장에 입성했기 때문에 빠르고 간단하게 세계 최대 증시인 미국시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1년부터 2년간 증권거래법 위반으로 상장폐지되거나 거래 정지된 중국 기업이 50개가 넘었다. 미국 증시의 별이 되길 기대했지만, 증시를 어지럽히는 미꾸라지로 전락한 것. 이 와중에도 중국 기업은 감사 법인을 수시로 바꾸면서 투자자 불신을 증폭시켰다. 이는 결국 미국에서 증권감독기관과 거래소가 중국 기업 상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근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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