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 비리 취재 둘러싸고 MBC·채널A 보도윤리 공방

이정구 기자 입력 2020. 4. 1. 03:1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MBC "윤석열 측근과 통화 운운
채널A 기자, 유시민 비위 캐물어
"채널A "MBC 몰래카메라 동원 비리와 무관한 취재 배경 의심"

MBC 뉴스가 금융 사기죄로 수감 생활 중인 전 바이오기업 신라젠의 대주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대표가 최근 "채널A 법조팀 기자가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간부와 통화했다"며 "(그 기자가) 신라젠 행사에서 강의를 한 적 있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털어놓으라고 했다"고 제보해 왔다고 31일 보도했다. 신라젠 '미공개 주식 정보 이용' 거래와 관련돼 있는 여권 인사들을 대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거론된 검찰 간부는 보도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MBC '뉴스데스크'는 이날 이 전 대표로부터 지난 17일부터 네 통의 제보 편지를 받았는데, 편지엔 '채널A 이모 기자가 최근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가족은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는 조건으로 유 이사장을 엮을 수 있도록 협조하라고 했다'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MBC는 또 이 기자가 이 전 대표의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해당 검사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읽어줬다고 했다. 그 검사장이 채널A 기자에게 "언론에서 (신라젠 사건을) 때려봐. 당연히 반응이 오고 수사도 도움이 되고 양쪽(검찰과 언론)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채널A 기자를 만난 이 전 대표의 지인은 MBC에 "해당 검사장과의 통화 녹음 파일도 기자가 들려줬는데 그 목소리는 분명 제가 기억하는 ○○○ 검사장이었다"며 "검찰과 언론이 원하는 이름을 대라고 강요받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채널A는 MBC 보도 직후 이날 뉴스 클로징멘트를 통해 "사회부 이모 기자가 이 전 대표 측으로부터 검찰의 선처 약속을 받아달라는 부탁을 받아온 사실을 파악하고 즉각 취재 중단을 지시했다"면서 "취재원 대응 방식에 문제가 있었는지 진상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MBC는 검찰에 선처 약속을 요구한 취재원과 채널A 기자가 만나는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하고, 취재원으로부터 기자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한 내용을 받아 보도했다"며 "MBC가 사안 본류인 신라젠 사건 정관계 연루 의혹과 무관한 취재에 집착한 의도와 배경이 의심스럽다"고 했다.

MBC 보도에서 채널A 기자와 통화한 것으로 지목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 수사를 담당하지 않아 수사 상황도 알지 못하고, 언론에 수사 상황을 전달하거나 질의한 것과 같은 내용의 대화를 나눈 사실이 전혀 없다"면서 "'녹취록이 존재할 수가 없으니 보도하기 전에 내 음성이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주기 바란다'는 입장을 MBC에도 사전에 전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MBC 보도가 나온 지 4분쯤 뒤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MBC 뉴스데스크가 검찰과 언론의 유착을 알리는 대특종을 했다"며 "빨대(해당 검사장)는 한 곳이다. 누군지 다 아시는 바로 그놈"이라고 했다. 최 전 비서관이 속한 열린민주당도 곧바로 성명을 내고 "법무부 장관은 보도에 언급된 검사장 등에 대해 즉시 감찰에 착수하라"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