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장기전 카드 꺼내나.. '사회적 거리두기' 한달 연장
부활절 무렵 치명률 정점 예상
경제활동 조기 재개 계획 제동
내달 1일 세부내용 발표 예정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만료 시한 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하던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이 결국 전문가들의 의견을 따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규모가 14만명 규모로 급증하는 등 위급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판단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의 코로나19 치명률이 2주 이내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지침의 만료기간인 이달 30일이 다가옴에 따라 4월 12일 부활절까지 미국의 경제활동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지만, 결국 보건 전문가들의 반발에 부딪혀 뜻을 접은 것이다.
그는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치명률이 2주 이내에 정점에 달할 것"이라면서 부활절 무렵에 치명률이 최고치에 이를 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지침을 4월 30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계획과 전략을 마무리한 뒤 다음 달 1일 세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에 참여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미국이 수백만 명의 감염자와 10만∼20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사태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에서 이기기도 전에 승리를 선언하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은 없을 것"이라며 "더 잘할수록 이 모든 악몽은 더 빨리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부활절 정상화 언급이 실수였다는 말이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단지 나의 열망이었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서 쓴소리도 마다치 않은 소신파인 파우치 소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폭넓고 신중한 결정"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다만 10만∼20만명 사망자 예측의 경우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충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수치라고 해명했다.
29일 오후 6시 30분 현재(미국 동부시간 기준) 미 존스홉킨스대학에 따르면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13만9675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12만명을 넘어선 환자가 하루 새 2만명 가까이 더 늘어난 것이다. 미국 내 최대 확산지역인 뉴욕주의 환자는 하루 새 7200명 늘어난 5만9606명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환자 수가 적었던 미시간과 루이지애나에서도 급증세가 나타나고 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이 천문학적 금액의 예산 법안을 마련했지만 병원의 의료용품 부족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2조2000억 달러의 관련 예산 중 1000억 달러가 병원과 주 정부를 위한 것이지만, 막상 의사와 간호사가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보호복, 장갑, 마스크의 심각한 부족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품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조달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았고, 단기간에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만한 여건도 못 되기 때문이라고 AP는 지적했다.
완제품을 해외에서 직접 수입해서 쓰는 일도 쉽지 않다. 중국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공장 폐쇄로 미국으로의 의료용품 수출이 급감한 데다 그나마 생산물량의 전부 또는 일부를 중국 내에서 판매하게 돼 있다. 또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병으로 번지면서 동남아시아에서 중남미에 이르기까지 많은 공장이 문을 닫거나 생산량을 제한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
글로벌 무역정보업체 판지바에 따르면 이달 들어 현재까지 의료용 장갑 선적은 작년 동기보다 23% 감소하고, 보호복 수입은 64%나 줄어들었다. 거의 전량 중국에서 생산하는 N95 마스크는 아직 미국 항구에 도착하지 못했다.
싱크탱크인 글로벌개발센터(CGD) 객원연구원인 프라샨트 야다브는 "진정한 과제는 수요와 공급을 일치시킬 확실한 기능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단지 더 많은 현금을 투입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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