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동선공개냐 사생활보호냐..미국서 '뜨거운 감자'

현혜란 2020. 3. 3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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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마다 공개방식 각양각색..플로리다, 가장 활발히 정보공개
개인의료기록 보호법 이유로 주저..전문가들 "전염병엔 정보 더 많이 공개해야"
코로나19 여파로 한적해진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해변 [AF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은 확진자의 사생활 보호가 먼저냐,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정보 공개가 먼저냐는 새로운 고민을 세계 각국 정부에 안겼다.

코로나19의 전염성을 고려했을 때 확진자가 어느 곳에 살고 있고, 어디를 다녀왔는지 동선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과 그런 개인 정보가 알려진다 한들 코로나19 확산세를 꺾는 데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이 딜레마는 사생활 보호를 특히나 중시하는 국가이자, 코로나19가 처음 발발한 중국을 제치고 최근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가 나온 국가인 미국에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텅 비어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헐리우드 밤거리 [EPA=연합뉴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가 나이, 인종, 성별, 계층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인간의 삶에 침투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개인의 사생활 보호가 투명한 정보공개에 우선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주(州)마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코로나19 확진자와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는데, 대다수 주가 최소한의 정보만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대체로 유지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예를 들어 4천600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캘리포니아주는 카운티별로 확진자를 발표하는데, 이조차도 카운티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하고 있어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정보가 얼마나 중구난방으로 관리되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우선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는 코로나19 확진자 연령대를 개략적으로만 공개하고 있으며, 발생지역은 베벌리 힐스·산타모니카·멜로스 등 140개가 넘는 도시별로 세분화해서 발표하고 있다.

코로나19 전체 확진자 숫자만 덜렁 공개하는 콘트라 코스타 카운티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피해망상증과 오명을 키우고 있다"며 개인과 공동체 보호를 위해 다른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타클라라 카운티는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명한 엄격한 개인 의료정보 보호법(HIPAA)을 근거로 각 도시에서 얼마나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 [AP=연합뉴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판이하다.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정보기술(IT) 인프라를 갖췄다고 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 정보를 하나도 활용할 수 없다는 점이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미국 뉴욕대 의과대학 생명윤리학과 아서 캐플런 교수는 진료차트를 종이에 기록하던 시대에 만들어진 HIPAA를 근거로 코로나19 확진자 정보공개를 제한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생명윤리를 전공하는 글렌 코헨 교수는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확산하는 시기에는 정보를 적게 공유하는 게 아니라 많이 공유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코르테스 산타클라라 카운티 감리위원은 코로나19가 언제, 어디서 퍼져나가는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한곳에 머물지 않고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노숙자들의 코로나19 감염 실태를 공개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유수 대학 연구진 역시 코로나19 확진자 정보를 구할 수 없어 언론에 의존하거나 한국, 중국, 이탈리아 등 다른 나라에서 발표한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고충을 겪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공중보건대학에서 전염병학을 전공하는 조지프 루나드 교수는 "우리는 지금 미국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거의 전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배우고 투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폐쇄된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해변 [AP=연합뉴스]

NYT는 미국과 정반대 방식으로 코로나19와 싸우는 나라로는 싱가포르와 대만을 꼽았다. 이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를 번호를 매겨 거주지역뿐만 아니라 직장, 교회 등 확진자가 발을 들였던 곳들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대만 정부는 특히 출입국관리기록과 의료기록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의사가 환자를 진료할 때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지역에 다녀왔는지를 앉은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놨다.

대만의 코로나19 대응을 연구한 미국 스탠퍼드대 제이슨 왕 박사는 "대만의 조치 중 일부는 사생활 침해 때문에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대만 정부가 적극적으로 동선을 추적하고 공개했기 때문에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인구 2천381만명의 대만에서 나온 코로나19 확진자는 298명이지만, 인구가 그 10분의 1 수준인 200만여명이 살고 있는 뉴욕시 퀸즈 자치구(borough)에서만 1만여명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30일 오후 4시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집계 기준 미국 전역에서 나온 코로나19 확진자는 14만3천25명으로 전 세계 확진자의 5분의 1을 차지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2천514명으로 이탈리아(1만779명), 스페인(6천803명), 중국(3천308명), 이란(2천640명), 프랑스(2천606명)에 이어 6번째로 많다.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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