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선언으로 각국 증시는 물론 부동산까지 흔들리고 있다. 코스피 붕괴과 함께 잇단 사이드카 발동으로 투자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집값의 바로미터인 서울 강남 아파트 시세는 눈 깜짝할 새 수억원씩 떨어졌다. 주식·채권과 펀드로 이뤄진 개인연금과 퇴직연금, 변액보험도 수익률에 경고등이 들어왔다.<편집자주>
서울 송파(왼쪽)와 강남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스1 DB
서울 송파(왼쪽)와 강남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스1 DB

[Cover Story]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본-부동산 이슈②



집값 폭락은 소유주에게만 충격이 아니다. 수억원의 전세금을 잡힌 세입자들도 “혹시나 (보증금) 못 돌려받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한다. 곳곳에서 “외환위기(IMF)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서울 강남 고가아파트가 몇달 새 수억원씩 폭락하는 것과는 달리 전셋값은 오히려 뛰었다. 내집마련을 미루거나 보유세 부담으로 집을 처분하는 경우가 늘면서 매매수요가 전세수요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른 추론이지만 매매가가 전셋값보다 떨어질 경우 집을 팔아도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깡통전세’가 증가할 것이란 긴장감도 감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불러온 부동산의 위기다.

◆강남 아파트 매매→ 전세 이동… 왜?

#. 2채의 강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자영업자 A씨(50세)는 고민에 빠졌다. 최근 아파트 매매가가 계속 하락 추세여서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할지 ‘강남불패’를 믿으며 버텨야 할지 판단을 못해서다. 팔지 않고 보유하고 있다가 매매가가 계속 떨어지면 은행 대출금도 제대로 못 갚고 깡통을 찰 수 있다. 막상 팔자니 벌써 수억원 떨어진 매매가를 생각하면 본전 생각이 난다.

최근 A씨 같은 걱정을 품은 집주인들이 늘었다. “강남에 집 있는 데 무슨 걱정이냐”는 부러움과 시기를 한꺼번에 받던 이들은 보유한 강남아파트가 자칫 골칫거리가 될 수 있어서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보미도맨션 84.48㎡(이하 전용면적)는 올 2월 21억8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같은 면적 실거래가격이 26억원이던 것과 비교하면 두달 만에 4억2000만원이나 떨어졌다.


서초구 반포동의 반포리체 84.96㎡도 2월 21억7000만원에 거래, 지난해 12월 거래가격(26억8000만원)보다 5억1000만원 하락했다.
서울 강남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DB
서울 강남일대 아파트 밀집 지역. /사진=뉴시스 DB
반면 전셋값은 상승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셋째주 송파(-0.08%) 서초(-0.03%) 강남(-0.01%) 등 강남3구 아파트 매매가는 모두 하락세를 기록했다. 이 기간 전세가 변동률은 ▲송파 0.07% ▲강남 0.06% ▲서초 0.05% 등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여기에 동대문(0.19%) 도봉(0.17%) 강북(0.16%) 등 강북권의 경우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매의 경우 지난해 12·16대책을 통해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기존 40%에서 20%로 줄어든 데다 올 공시가격 상승으로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커지고 코로나19 여파가 거래까지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진 않았지만 본격적인 봄 이사철을 맞아 매물이 부족하고 매매 대신 전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약 대기수요까지 전세시장에 남아 불안 요소가 될 것이란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깡통전세’다. 은행 대출을 끼고 집을 매입한 후 전세를 준 경우 가격이 떨어져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집주인뿐 아니라 세입자도 위험해질 수 있다.

◆경매물건 증가… 낙찰가율은 뚝?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으면 경매시장은 커진다. 하지만 하락장세가 계속될 경우 경매시장도 외면받는다. 더 떨어질 수 있어서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경락잔금대출’ 한도에 영향을 미치고 부동산값 폭락에 의한 투자심리 위축이 경매라도 피해갈 수 없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자본②] 급락 매매-뛰는 전세… 여기저기 한숨
경매업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2월 마지막 주부터 전국 법원에 휴정 권고를 내렸다. 경매일정 변경 건수도 ▲2월 1주차 6.5% ▲2주차 6.9% ▲3주차 7.8% ▲4주차 34.8% 등으로 점차 늘고 있다. 2월 넷째주의 경우 전체 2692건 가운데 936건의 입찰 기일이 변경됐다.
코로나19 여파로 입장절차가 까다로워지고 제한된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모이는 입찰 법정 환경에도 평균 응찰자 수는 전월대비 0.3명 증가한 4.5명으로 집계돼 경매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이 나타났다. 하지만 낙찰가율은 전월(72.1%)보다 1.2%포인트 떨어진 70.9%에 머물렀다.

장근석 지지옥션 팀장은 “코로나19 여파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경매물건이 늘었지만 매수심리가 위축된 탓에 낙찰가도 떨어졌다”며 “전국의 각 법원 휴정이 장기화될 경우 채권 회수 지연과 이자 부담 증가의 부작용까지 발생해 경매시장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38호(2020년 3월31일~4월6일)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