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잠재우려 태평양 잠들었다, G20에 벌어진일

김성휘 기자 2020. 3. 28.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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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청와대, 특별 화상정상회의 막전막후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를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26. photo@newsis.com


26일 밤 9시. 청와대 본관2층,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진행됐다. 그많은 나라 정상들이 청와대에 다 모였을까. 아니다.

미국 백악관에서, 프랑스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각자의 시간대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코로나19가 만들어낸 유례없는 화상정상회의다.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는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에 나섰다. 해마다 의장국을 정하고, 정상들이 의장국으로 날아가 만나야 했던 G20 정상회의 또한 유례없는 디지털 화상 정상회의로 변주됐다.

지구 전체에서 가능한 시간은?
첫 과제는 시간. 의외로 간단했다. 모든 정상들이 낮이든 밤이든 깨어있는 시간에 맞추려면 한국시간으로 오후 9~11시가 적당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미국 워싱턴 D.C.는 아침 8~10시(서머타임 적용), 시진핑 중국주석이 있는 베이징은 오후 8~10시였다.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하마드(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보다 6시간이 느린 낮 3~5시가 됐다.

이때라야 태평양이 자정부터 새벽시간에 들면서, 누구든 잠들지 못하고 화상회의를 해야 하는 곤욕(?)을 피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를 잠재우기 위해 태평양이 잠들어야 했던 것이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가한 G20 재무장관 화상회의도 한국시간 오후 8시부터 진행했다.

준비과정 역시 언택트(untact·비접촉)였다. 27일 청와대에 따르면 실무자들은 대면 접촉 없이 화상 회의와 전화, 이메일 등 온라인으로만 소통했다. 이에 대해 외신들도 독특한 사례로 남을 것이라 평가했다.

AP통신의 국제담당 부국장 태머 파카하니(Fakahany)는 "바이러스(virus)의 시대, 정상회담도 가상(virtual)"이라는 기사에서 "대면 접촉이 없고, 픽셀과 스크린, 디지털로 변환된 정상들의 음성 오디오가 있었다"고 묘사했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를 마치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비롯한 수행원들과 대화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26. photo@newsis.com
대한민국-文대통령 역할 '쑥'
이 같은 초유의 일을 만드는 데 대한민국의 역할이 적잖았다. 한국의 방역사례가 세계적 관심을 받았고, G20이 화상 정상회의를 하자는 제안 역시 문 대통령이 사실상 물꼬를 튼 것이다. 물론 국제사회의 호응을 얻을 만했고, 올해 G20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본격 추진하기에 이른다.

공동성명문에 대한민국의 의견도 반영됐다. 강 대변인은 "공동성명문 도출은 일반적으로 의장국이 작성한 '드래프트0'(draft-0, 초안)을 회람하여 각국의 의견을 수렴하며 드래프트1, 드래프트2를 만드는 식"이라고 말했다.

이번 성명문에는 “국가 간 이동과 무역에 불필요한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함께 협력할 것”이라는 문구가 담겼다. 청와대는 의장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드래프트0'을 만들기 전에 대한민국이 제안했고, 최종본까지 그대로 반영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공동성명문 합의에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린 대목은 국제사회의 대처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안이었다. 일부 참가국에서는 감염병에 대처할 별도의 기구 구성도 주장했다. 반대로 WHO(세계보건기구)의 관련 펀드에 대한 공여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인식도 회원국들 사이에 공유됐다고 한다.

[서울=뉴시스]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G20 특별화상정상회의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제공) 2020.03.26. photo@newsis.com
통상·보건·재무장관 바빠진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드래프트1.0이 2.0 버전, 3.0 버전이 될 때까지 5차례 회람이 반복됐다. 회의 시작 3시간 전, 한국시간 26일 오후 6시가 돼서야 공동성명문 최종본이 도출됐다. 강민석 대변인은 "준비 과정이 긴박했다"고 말했다.

그 결과 오는 30일 G20 통상장관회의가 열린다. 청와대는 G20 화상회의의 후속조치로 통상, 보건, 재무장관 등의 협의가 진행된다며 27일 이같이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6일의 G20 화상 정상회의 막전막후를 소개하며, 통상장관 회의 외에 "4월 중에 보건장관회의와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장관회의에서는 이번 대유행이 국제무역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고 통관, 투자, 기업인 출·입국을 원활하게 만드는 방법 등을 논의한다"고 말했다. 보건장관회의에서는 출·입국 검역과 방역, 임상 경험 및 데이터 등 정보 공유 방안을 논의한다.

G20은 이 과정에서 필요할 경우 언제든 다시 화상 정상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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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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