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자의 유레카!] 에볼라 치료제 vs 말라리아 치료제..누가 코로나19를 잡을까?

이영욱 입력 2020. 3. 2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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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데시비르·클로로퀸 등 기존 약물
A증상 외에 B증상에도 효과 있다면
적응증 바꿔 '새로운 약'으로 재탄생
수많은 약들 중 코로나19 치료제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 우리는 아직도 그 답을 찾는 중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기자의 유레카!-11]각국 의료진이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동안 한편에선 치료제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환자들을 대상으로 여러 가지 치료제 후보군의 실험이 진행되고 있죠.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어디까지 이뤄졌을까요?

WHO는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연대 대응 펀드`를 만들었습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1000만달러(약 123억원)를 쾌척했죠. /사진=WHO
◆WHO·유럽, 임상시험 돌입

지난 20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연대(Solidarity)'라는 전 세계적인 대규모 임상시험 계획을 밝혔습니다. WHO의 이 임상시험은 10여 개국 수천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합니다. 아르헨티나, 이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다른 비유럽 국가에선 환자 등록이 시작됐습니다. 프랑스국립보건의학연구원(INSERM)도 22일 자체적인 임상실험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디스커버리(Discovery)'란 이 실험은 유럽 7개국 환자 3200명이 대상입니다.

신약 개발에는 최소 10년이 걸립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까지 거쳐야 하기 때문이죠. WHO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신약재창출(drug repositining)'에 나섰습니다. 이미 시판돼 사용하는 약물이나 임상시험에서 효능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아 허가받지 못한 약물이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으로 연구 일정을 크게 단축할 수 있습니다.

◆WHO가 뽑은 4가지 후보

과학자들은 지난 1월부터 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을 연구해왔습니다. WHO는 10여 가지 후보물질 중 4가지인 △에볼라 신약 후보물질 렘데시비르(Remdesivir) △말라리아 예방 치료제 클로로퀸(Chloroquine)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Hydroxychloroquine) △HIV 치료제 로피나비르(Lopinavir)·리토나비르(Ritonavir) 혼합제 △HIV 치료제 로피나비르(Lopinavir)·리토나비르(Ritonavir) 혼합제에 인터페론 베타(β)를 투여하는 것을 주요 후보로 선정했습니다.

△렘데시비르

렘데시비르는 길리어드사가 개발한 에볼라 치료제로 바이러스의 RNA 중합효소(폴리머라제)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복제를 막아줍니다. 정작 에볼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선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죠. 2017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이 동물실험에서 렘데시비르가 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원인인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한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최근 의학저널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에 공개된 논문에 따르면 미국의 첫 코로나19 확진자는 렘데시비르를 투여받은 뒤 상태가 호전됐습니다. 이 외에도 렘데시비르가 효과를 보인 경우가 더 있습니다. WHO도 렘데시비르를 유력한 후보로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을 대상으로 실험 중인 렘데시비르 가격이 50~100달러(약 6만~12만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세계적인 제약사 바이엘그룹은 미국 정부에 300만정의 클로로퀸(상품명 레소친)을 무상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약은 말라리아 예방·치료제로 개발됐습니다. /사진=바이엘

△클로로퀸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게임 체인저"라고 언급한 약물입니다. 1934년 독일 바이엘이 말라리아 예방·치료제로 개발한 약이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경우 류머티즘 관절염과 전신성 홍반성 낭창 등으로 적응증이 확대됐습니다. 이미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도 다수 출시됐죠.

WHO는 원래 '연대' 프로그램에서 이 약을 빼려고 했습니다.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매우 많은 양의 클로로퀸을 투여했을 때 효과가 나타났기 때문이죠. 효과가 있다고 무작정 많이 투여했다간 심각한 독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국 의료진은 환자 100여 명을 클로로퀸으로 치료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이 실험 데이터가 불명확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코로나19 환자 20명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으로 치료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지만 무작위로 통제된 실험이 아니었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 중환자의학회(SCCM)는 20일 "코로나19 중증 성인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클로로퀸이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권고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이 약의 수요가 급증하자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계열사 산도스가 보유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1억3000만정을 전 세계에 무상 공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애브비는 칼레트라의 특허를 포기했습니다. 이로써 복제약 생산의 길이 열렸죠. /사진=애브비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복합약(칼레트라)

칼레트라(Kaletra)로 더 많이 알려진 약물로 2000년 미국에서 에이즈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두 가지 이상의 항생물질을 혼합한 복합약이죠. 바이러스의 단백질 분해효소를 억제해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아줍니다. 로피나비르는 우리 몸속의 단백질 분해효소로 인해 빠르게 분해되기에 지속 시간을 늘리기 위해 리토나비르를 섞어 투여합니다. 과학자들은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마모셋 원숭이 실험에서 치료제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중국 우한시 환자 199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연구팀은 환자들에게 이 약을 하루 두 번, 한 번에 두 알씩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는데 큰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연구팀은 NEJM에 실린 논문에서 "환자들이 이미 중증이었기 때문에 유의미한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는 최근 '칼레트라'의 특허권을 포기했습니다. 일부 특허가 2026년 만료될 예정이지만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특허권을 더 이상 행사하지 않기로 한 것이죠.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 복합약과 인터페론β

칼레트라와 더불어 또 다른 후보군은 칼레트라에 인터페론β를 투여하는 것입니다. 인터페론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동물의 세포에서 생성되는 항바이러스성 단백질로 바이러스 분열을 막아 증식을 억제하죠. 인터페론β는 체내 염증을 조절하는 역할 등을 합니다. 이 치료 방법은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메르스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이 방법도 부작용 우려는 있습니다. 중증 코로나19 환자에게 인터페론β를 투여할 경우 조직 손상으로 이어져 상태가 악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완치자의 혈장을 추출해 코로나19 환자에게 투여하는 `혈장 치료제`도 등장했습니다. 보건당국은 혈장 속 항체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죠.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완치자 혈장도 후보라고?

미국에선 '혈장 치료제'가 등장했습니다. 완치자의 혈장을 추출해 다른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으로 앞서 사스·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일선 의료진이 혈장 치료제를 신청할 수 있다며 사용을 일부 허가했습니다. 단, 혈장 치료제의 효능과 안정성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고,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만큼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우선 사용할 방침이죠. 미국에선 가장 피해가 큰 뉴욕주에서 먼저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 보건당국도 예산 40억원을 확보해 항체가 형성된 완치 환자의 혈장을 이용한 혈장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기로 했습니다.

WHO의 연대 프로그램과 더불어 유럽에서는 프랑스, 스페인, 영국, 독일, 베네룩스 3국(벨기에·네덜란드·룩셈부르크) 등이 '디스커버리' 임상시험에 참여했습니다. 현재로선 임상시험 결과가 어떨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제 신약이 출시될지 추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전문가마다 각기 다른 추측을 내놓고 있는 이유죠. 각국이 치료제 개발을 위한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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