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사견도 내는 北여인..'김여정 소속 뭐냐' 첩보 난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3일 본인 명의의 첫 담화에서 “저능한 청와대”라고 남측을 강도 높게 비판한 데 이어 22일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친서에 대한 '개인적 생각'까지 밝혔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그림자 수행원’ 역할을 하던 것에서 벗어나 북한 당국의 입장을 밝히는 ‘입’이 된 것이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 과정에서 북한은 김여정을 당 제1부부장이라고만 했을 뿐 소속은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북한에서 당국자들이 개인 생각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며 “특히 당 제1부부장은 참모인데 김여정은 예외적인 모습을 잇달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국은 그가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아닌 새로운 직책을 맡았을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다른 당국자는 “김여정이 2018년 2월 서울을 방문했을 때나 정상회담 등 여러 자리에서 본인이 선전선동부를 맡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며 “지난해 12월 노동당 전원회의(7기 5차)에서 김여정이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고 북한이 밝힌 바 있어 자리를 옮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ㆍ미 정상회담 이후 김 위원장의 밀착 수행을 현송월 당 부부장에게 맡기고 한동안 모습을 감췄다가 부서를 옮긴 후 활동을 재개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여정의 보직과 관련, 일각에선 그가 지난해 하반기 당 부장(선전선동부)을 맡았다가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다시 제1부부장으로 내려앉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다른 한편에선 분야를 가리지 않는 그의 역할을 고려하면 ‘당 속의 당’인 조직지도부로 옮겼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익명을 원한 북한 고위당국자 출신 탈북자는 “아무리 백두혈통인 김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부처 간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며 “조직지도부나 선전선동부에서 남북관계나 미국과 관련한 담화를 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조직지도부 이동은 확인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선전선동부로 복귀했다 하더라도 이런 담화 발표는 월권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김여정이 노동당의 특정 부서에 소속돼 있더라도 서기실(비서실)이나 총무부 등을 겸직하면서 '무임소 장관' 역할을 하는 김 위원장의 대변인에 나섰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밖에 그가 남북 정상회담 메신저 역할을 했고, 미국을 향해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통일전선부)로 자리를 옮겼을 수도 있다.
한 정보 당국자는 “김여정과 관련해선 다양한 첩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예단할 수는 없지만, 최근 김여정의 행보는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그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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