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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과 카리브해를 건넌 기나긴 여정의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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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과 카리브해를 건넌 기나긴 여정의 아리랑”

아리랑연구소, ‘멕시코와 쿠바의 아리랑’ 발간

정선아리랑연구소(소장 진용선)는 오는 2021년 한인 쿠바 이민 100주년을 앞두고 멕시코와 쿠바 한인들이 부르는 아리랑을 요약한 ‘멕시코와 쿠바의 아리랑’(신국판 변형, 142쪽)을 아리랑아카이브에서 발간했다.

지난 2018년부터 하와이, 멕시코와 쿠바 한인 후손으로부터 채록 및 조사한 아리랑 자료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40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하와이 멕시코 쿠바 아리랑 연구’를 발간한 데 이어 올 하반기부터 중남미지역 아리랑로드를 체계화하고 아리랑 자료 발굴을 위해 이를 요약한 포켓판 책이다.

현재 멕시코에는 4만여 명, 쿠바에는 대략 1000여 명에 이르는 우리 동포가 ‘꼬레아노’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진용선(왼쪽 2번째)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이 쿠바에서 한인들과 아리랑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정선아리랑연구소

이들은 조선 왕조 말기의 혼란과 관료들의 부패, 함경도 일대에 몰아닥친 극심한 가뭄을 피해 생계를 위해 1905년 4월 제물포항에서 영국 화물선 일포드 호를 타고 멕시코로 머나먼 길을 떠난 1033명의 노동자 후손들이다.

자신의 운명을 바꿔보기 위해 스스로 이산(離散)의 길을 택한 이들은 멕시코에 도착한 후, 유까탄 반도의 에네껜 농장에서 섭씨 4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4년간의 계약노동을 시작했다.

날카로운 가시가 솟아난 에네껜 잎사귀의 단단한 밑동을 베고, 다발로 묶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찢긴 장갑에 핏물이 스며드는 혹독한 노동을 하면서도 한인들이 버틴 것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고국에 돌아간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인들이 자유의 몸이 되었을 때 에네껜은 사양 산업으로 전락했다. 1910년 고국이 일본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소식에 망연자실한 한인들은 먹고살기 위해 멕시코 전역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이들 가운데 274명은 쿠바에 가면 사탕수수 농장에 일자리가 많다는 말을 듣고 1921년 3월 카리브해를 건너 쿠바로 눈을 돌렸다. 멕시코 한인의 디아스포라는 예상치도 않았던 쿠바까지 흘러들게 된 것이다.

이 책에는 미지의 땅에 정착한 한인들이 멕시코, 쿠바의 에네껜 농장과 사탕수수 농장에서 고된 일상을 달래준 노래 아리랑을 조명하고 있다.

회갑잔치나 특별한 행사가 열리는 날이면 춤을 추면서 부르는 노래 아리랑이 현재까지 전승되는 양상을 조명하고 있다.

멕시코 메리다와 쿠바 엘 볼로 농장에서는 매일 밤 광장에 모여 한국에서 가져온 꽹과리와 징, 피리 등의 악기를 연주했고, 애국가와 아리랑을 부를 때면 모든 사람이 합창을 한 활동이 이를 지켜본 한인 후손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고찰했다.

현재 멕시코와 쿠바의 한인 1세대와 2세대는 모두 세상을 떠나고, 후손은 6세대까지 이어졌지만 3세대부터는 혼혈과 현지에 동화하면서 민족 정체성도 점차 사라져갔다.

특히 쿠바는 1953년부터 시작되어 1959년에 신정부 수립으로 이어진 쿠바혁명 과정에서 사회주의를 선언한 쿠바가 북한과 우방관계를 맺으면서 조국과 단절된 채 한인들은 사회 문화적으로 완전히 쿠바에 동화했다.

세대를 달리하면서 한인들은 정체성을 잃어갔지만 아리랑을 부르는 동안에는 한인이라는 정서가 유지되고 있음을 기억을 현지에서 만난 한인들의 인터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와 함께 한류 열풍이 멕시코와 쿠바에 불면서 한국 문화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가면서 한인 후손들이 아리랑을 배우며 정체성을 회복하는 과정도 보여주었다.

아리랑연구소에서는 이 책 발간을 계기로 2021년 3월 한인쿠바 이주 100주년을 앞두고 올해 역점사업으로 멕시코와 쿠바 아리랑의 전승 양상을 재조명하는 ‘아리랑 로드, 멕시코와 쿠바를 가다’ 프로젝트를 시작키로 했다.

멕시코와 쿠바 한인 5세대와 6세대가 부르는 아리랑을 발굴하고, 한인 이민사를 통해 보는 아리랑 사진집을 발간하며, 한인 후손들과 함께하는 아리랑 영상 만들기, 전시와 공연, 학생 연계 프로그램으로 교류를 이어가는 행사다.

올해 연말에는 현지 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학계의 성과들도 반영해 '사진으로 읽는 멕시코 쿠바 아리랑'을 펴내고, 아리랑의 이동 경로를 디아스포라의 관점에서 아리랑로드(Arirang road) 정립 사업으로 구체화 할 계획이다.

진용선 아리랑연구소장은 “현재 멕시코와 쿠바의 한인가운데 우리말을 할 수 있는 이들은 거의 없지만, 한국의 발전과 K-pop 등을 통해 긍지와 자긍심을 찾은 이들은 아리랑을 정체성을 회복하는 노래로 여기고 있다”며 “2021년 한인 쿠바 이민 100주년을 앞두고 아리랑이 한국과 쿠바의 수교를 잇는 희망의 노래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쿠바 마탄사스 대학 철학과 교수를 역임한 마르타 임 김(88)씨는 멕시코와 쿠바 한인들에게 아리랑을 잃었던 정체성을 회복하는 노래라고 했다.

그는 “아리랑은 부모를 생각하게 하는 노래였고, 동시에 부모님이 그토록 그리워한 한국을 떠올리는 노래였다”며 “그래서 아리랑을 부를 때면 잔잔한 슬픔이 밀려오고 아리랑은 한인들이 자신의 삶을 되짚어보게 하는 그리움의 노래이자 한인 후손임을 깨닫는 노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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