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행 선언이 불러온 역풍, 휘청대는 도쿄 올림픽

김희선 2020. 3. 2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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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연합뉴스
대안 없는 강행 선언이 역풍을 불러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 도쿄 올림픽 정상 개최를 강행하겠다고 선언하자마자, 각국 올림픽위원회를 비롯해 사방에서 '올림픽을 연기하라'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오는 7월 24일 개막하는 2020 도쿄 올림픽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이라는 유례 없는 장애물을 만났다. 이에 IOC는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3일에 걸쳐 종목별 국제연맹(IF) 대표, IOC 선수위원을 비롯한 전 세계 선수 대표, NOC 대표와 연달아 긴급 화상회의로 집행위원회를 개최하고 올림픽 정상 개최 의지를 재확인했다. IOC는 대회 개막까지 아직 4개월 가량 여유가 있으므로 급격한 결정을 내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도 이후 인터뷰 등을 통해 올림픽 강행에 힘을 실었다. 특히 22일(한국시간) 독일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선 "올림픽은 주말에 열리는 축구 경기처럼 연기할 수 없는 대회다. 올림픽 연기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고, 확실한 근거가 있어야 결정할 수 있다"며 "올림픽에 나설 1만 1000여 명 선수들의 꿈을 깰 수 없다. 도쿄 올림픽이 정상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IOC의 의지에 도처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첫 포문을 연 캐나다의 아이스하키 '전설'이자 현 IOC 위원인 헤일리 위켄하이저를 비롯해 선수들의 반발 여론이 SNS 등을 타고 빠르게 퍼졌고, 미국수영연맹은 자국 올림픽위원회에 "올림픽 정신에 기반해 선수들의 요구 사항을 전달해달라"며 도쿄 올림픽을 1년 연기해달라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영국육상연맹도 닉 카워드 회장이 "연습할 장소가 모두 폐쇄된 지금, 올림픽 수준에 맞춰 훈련하기 어렵다"며 "도쿄 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르지 않겠다는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연기론에 힘을 실었고, 22일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육상연맹도 맥스 시걸 회장 명의로 올림픽을 연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목별 각국 경기연맹들이 연쇄적으로 올림픽 연기 주장을 펼치면서 IOC를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각국 올림픽위원회(NOC)들도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노르웨이 올림픽위원회는 코로나19가 진정세에 접어들 때까지 도쿄 올림픽 개최를 미뤄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공문을 IOC에 발송했고, 직전 대회였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개최국이었던 브라질 올림픽위원회 역시 홈페이지를 통해 "도쿄 올림픽을 1년 뒤에 개최하는 것이 옳다"고 제안했다. 브라질은 대회 개최를 앞두고 지카 바이러스 유행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은 바 있다.

이들 만이 아니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한 국가 중 하나인 스페인 역시 반대 의견을 주장하고 나섰다. 스페인 올림픽위원회의 알레한드로 블랑코 위원장은 "올림픽을 강행하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성토하며 연기를 주장했고,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도 홈페이지에 "2020 도쿄올림픽 개최 연기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은 "스포츠는 우리의 존재 이유이지만 지금은 뒤로 물러나 있어야 한다"며 올림픽보다 코로나19 사태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슬로베니아 올림픽위원회의 보그단 가브로베치 위원장과 콜롬비아 올림픽위원회의 발타사르 메디다 위원장도 같은 의견을 전했다. 이처럼 지구촌 곳곳에서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IOC는 이번 주 임시 집행위를 열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 개최 또는 취소·연기 방안을 재논의할 예정이다.

김희선 기자 kim.he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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