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코로나 빙하기.. '3대 뇌관'은 유가·회사채·이탈리아

인현우 입력 2020. 3. 23.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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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22달러선 추락… 美 셰일기업, 공격 투자 이중충격

회사채 불안에 기업 돈맥경화… 보잉사 등 구제금융 요청

伊 재정적자 악화 땐 국채 보유한 유럽 은행들도 휘청

이탈리아군 병사가 20일 북부 밀라노의 가리발디 기차역에서 통행 통제를 위해 정찰을 하고 있다. 밀라노=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경제 충격 극복에 각국이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위기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로 번질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여느 경제위기 때와 달리 주요 산유국의 증산 경쟁 여파로 유가가 급락하고, 한계기업이 도미노 위기에 빠짐에 따라 신용시장 불안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는 유로존 최대 뇌관 중 하나인‘이탈리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유가 급락에 미국 셰일업계 직격탄

22일 금융권과 외신에 따르면, 최근 국제유가 급락은 미국을 비롯한 각국 석유산업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20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2002년 이래 최저 수준인 배럴당 22달러대로 추락했다.

급락의 주 원인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이 좀처럼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연료 수요가 최대 20%까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에는 급기야 ‘마이너스 유가’ 가능성까지 등장했다. 폴 생키 미즈호증권 이사는 18일 보고서에서 “국제적인 석유 저장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면 저장비용이 판매비용보다 오히려 더 들어, 제조사가 재고 해소를 위해 돈을 주고 석유를 파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유가 급락은 특히 미국 회사채 시장의 신용 불안으로 번질 수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16년 국제유가 급락 이후 미국 에너지산업의 투기등급(신용등급 BB 이하) 회사채 발행 비율은 50%를 넘는데, 최근 이들 채권의 이자율이 급등하면서 이자비용이 커지고 있다. 미국 셰일기업들은 2016년부터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국제유가가 안정을 찾은 이후 공격적으로 돈을 끌어 모아 투자를 진행했다가 코로나19와 유가 급락의 이중 충격을 맞은 상황이 됐다.

채권 수익률과 국채 현물-박구원기자

◇글로벌 회사채 시장 이상 기류

회사채 시장 불안은 에너지 업계만의 얘기가 아니다. 회사채 조달 경로가 막히면 정상적인 기업도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파산할 수 있다.

미국에선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사가 600억달러 어치 자금 지원을 요청한 것을 비롯해 비롯해 항공, 호텔, 여행, 레스토랑 등 업계가 다투어 구제금융을 요청하고 있다. 이들의 연쇄 파산 우려가 커지고, 현금 수요가 늘면서 투자자들은 회사채를 내다 팔기 시작했다.

가장 안정적인 국채와 고위험(하이일드)채권의 평균 금리 격차(신용스프레드)는 현재 9%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졌다. 투기등급 바로 위 투자등급(신용등급 BBB) 채권도 신용 스프레드가 3%포인트 이상 확대됐는데, 이는 이들 회사의 투자등급이 투기등급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신용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기업어음(CP) 매입과 머니마켓펀드(MMF) 긴급자금 지원 등 대책을 내놓았다.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이 회사채를 매입할 수 있도록 법률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탈리아, 다시 유럽 위기 뇌관으로

유럽에서는 만성적인 재정 불안에 시달리던 이탈리아 리스크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국내총생산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135%(2018년 말)에 육박하는 이탈리아는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극심한 국가다. 최근 경제활동이 완전히 정지되면서 올해 마이너스 성장과 세수 감소가 유력한데, 여기에 경기부양을 위해 250억유로 규모 긴급 재정지출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추가 재정부담도 우려된다.

이탈리아 경제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반영하는 이탈리아와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 격차는 최근 2%포인트 이상으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각국 은행이 이탈리아 국채를 다량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국채가격 하락(금리 상승)은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닐 셰어링 수석경제학자는 “이탈리아 은행은 갑작스런 충격에 대비가 돼 있지 않아 글로벌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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