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한끼는 간단히 먹자"..'돌밥돌밥'에 가열되는 끼니 전쟁

곽재민 2020. 3.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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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끼니를 챙겨야 하는 상황에 엄마들의 고민이 만만찮다. 맘카페, 블로그 등에 '코로나 삼시세끼'란 제목으로 올라온 음식 사진들을 모았다. 중앙포토


#. 경기도 수원에 사는 주부 정재진(45) 씨는 식사 때가 다가오면 걱정이 앞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로 4월 개학이 현실화되면서 자녀들을 위한 식사 메뉴 스트레스가 극심해서다. 정 씨는 “재택 근무하는 남편 식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아이들에게 삼시 세끼 집밥을 차려주려니 균형 잡힌 영양까지 고민해야 한다”며 “음식을 하는 것뿐만 아니라 식재료를 사는 것도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한가지 반찬을 몇 끼 밥상에 올리면 아이들 반찬 투정까지 시작된다”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아서 하루 한 끼 정도는 시리얼과 같은 간편 대용식 등으로 대체하고 있다”라고 했다.

#. 주부 이정민(38ㆍ서울 마포구 신정동)씨는 재택근무에 들어간 남편과 아이들의 식사 준비를 ‘전쟁터’에 비유했다. 이 씨는 “매일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간편식을 검색하는 게 일과가 됐다”며 “세 끼 식사 준비와 간식까지 챙기고 나면 설거지에 갇혀 하루가 훅 지나간다”고 말했다. 이 씨는 식사 준비를 위해 매번 마트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 배달음식 등을 활용하고 있다. 그는 “코로나 19 때문에 평소 즐겨 찾던 맛집에 가지 못하는 스트레스도 풀고, 식사 준비에 대한 부담도 덜기 위해 맛집 음식 배달 횟수를 늘렸다”며 “짜파구리와 같은 레시피로 아이들과 함께 조리도 하면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외식을 줄이고 가정간편식이나 배달 음식으로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홈플러스의 창고형 매장 온라인몰 '더클럽' 매출 분석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전월 동기 대비 신선식품 328%, 간편식을 포함한 가공식품은 196% 매출이 늘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직원이 간편식 제품을 진열하는 모습. 연합뉴스



'한 끼는 간편하게' 트렌드 확산

삼시 세끼 집밥 먹기가 한 달가량 지속하면서 '돌아서면 밥 차리기'라는 의미의 '돌밥돌밥' 유행어까지 생겨났다. 이에 따라 ‘하루 한 끼 정도는 간편하게’라는 소비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개학 추가 연기와 재택근무가 확대되면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 등엔 식사 메뉴에 대한 스트레스, 설거지의 고충을 토로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식재료 구매에 따른 주부들의 피로감과 집밥이 지겨운 아이들의 투정까지 이어지면서 간편한 식사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증가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최근엔 간단히 즐길 수 있으면서 영양과 먹는 재미를 선사해 주부의 죄책감도 덜어주는 간편식 제품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오리온 그래놀라 제품. 사진 오리온

오리온에 따르면 코로나 19 사태 확산 이후 ‘오! 그래놀라’의 2월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44%, 전 월 대비 37% 급증했다. 국산 쌀이나 통귀리 등을 그대로 가공해 별도의 조리가 필요 없고 영양도 챙길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다. 이 제품은 특히 워킹맘이나 집밥이 지겨운 아이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직장인 류현진(경기도 김포시 풍무동) 씨는 “집에서 근무해도 근무량은 똑같고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비효율 등으로 업무에 로드가 걸리는 경우가 많아 시간 절약을 위해 그래놀라바 제품을 구매한다”며 “외부 활동을 못 하니 체중 느는 것을 방지하고 간편하게 영양성분도 섭취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호텔까지 '테이크 아웃'에 뛰어들어
투숙객과 내방객이 줄어 썰렁한 호텔 업계도 간편한 한 끼 수요에 맞춰 투고 박스(To-Go Box)나 배달 등의 서비스에 공을 들인다. 롯데호텔서울은 일식당 모모야마와 베이커리 델리카한스에서 선주문 후 결제 완료를 하면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제품을 받아갈 수 있는 ‘시그니처 박스’를 다음 달까지 판매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이 증가했다.11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내 한 맥도날드 매장에서 시민들이 드라이브 스루를 이용하고 있다. 맥도날드에 따르면 비대면 서비스인 '맥드라이브'는 최근 매출이 증가했으며 배달 플랫폼인 '맥딜리버리'의 매출도 소폭 증가했다. 뉴스1

간편한 한 끼의 대표 격인 빵과 패스트푸드 소비도 늘고 있다.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지난 2월 배달 서비스 매출이 전월 대비 6배 이상 급증했다. SPC의 파리바게뜨는 자사 애플리케이션(해피앱)과 배달 앱 요기요를 통해 배달에 들어갔다. 또 쉐이크쉑도 강남점과 청담점에서 배달 서비스를 시행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처음으로 드라이브 스루를 도입한 맥도날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7일까지 맥 드라이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늘었다.

마켓컬리. 중앙포토

장보기 앱 마켓컬리는 코로나 19 여파로 외부활동이 쉽지 않다는 것에 착안해 유명 서울 맛집 및 카페, 베이커리 음식을 집에서 맛볼 수 있는 기획전을 열기도 했다. 글래드나 워커힐 등 호텔 맛집부터 남순남 순댓국, 창화당 만두, 미미네 떡볶이 등 20여 곳의 맛집 간편식을 구성해 소비자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마켓컬리는 코로나 19 확산 영향으로 온라인을 통해 장 보는 수요가 늘면서 하루 평균 3만~4만건에 달하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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