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진당 사건으로 판사에 불이익준 적 없어..행정처 관심은 알고 있었다"

이혜리 기자 2020. 3. 18.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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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5부(재판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판에 김문석 사법연수원장(61)이 증인으로 나왔다. 김 원장은 2015년 서울행정법원에서 심리하던 통합진보당 행정소송에 법원행정처가 개입했다는 양 전 대법원장 혐의와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당시 서울행정법원 법원장이 김 원장이었다.

법원행정처는 헌재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지만 의원직이 곧바로 상실되는지에 관해서는 ‘법원에 판단 권한이 있다’는 입장이었다. 헌재보다 사법부가 우위에 서야 한다는 논리였다.

김 원장은 그해 3월 전남 여수시에서 열린 전국법원장간담회 때 버스로 이동하면서 강형주 당시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통진당 사건 이야기를 듣고 법원행정처가 통진당 사건에 관심갖고 있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강 전 차장의 말을) 그 전에는 헌법재판소가 법관의 판결에 대해 심리했는데 이번 통진당 사건은 헌재 결정에 대해 법원이 심리하는 형국이기 때문에, 거꾸로 된 것이라는 취지로 이해했습니다.”(김 원장)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모습. /경향신문 자료사진

그해 5월 서울행정법원 수석부장이었던 조한창 판사가 법원행정처로부터 통진당 사건 관련 자료를 받은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다고 김 원장은 말했다. 김 원장은 “수석부장이 아마 법원행정처에서 무슨 자료를 받으러 간다고 저한테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명확하지는 않지만 (법원행정처가) ‘본안 판결’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들은 것 같다”고 했다. 조 판사가 법원행정처 자료를 통진당 사건을 심리하던 재판부에 전달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법농단 사건이 불거진 후 조 판사에게 들었다고 했다.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법원에 판단 권한이 없다’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각하 판결을 내렸다. 법원행정처 입장과 상반된 결론이다.

검찰은 이 때문에 김 원장이 통진당 사건 재판부의 재판장 반정우 판사 등에게 부정적 인사평가를 매겼다는 의심을 했다. 반 판사 평정 자료의 ‘판결 작성’ 항목에는 “일부 사건에서 결론을 도출하면서 객관적인 여러 사정에 대한 검토가 부족한 채 주관이 강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통진당 사건으로 재판부 판사들에게 불이익한 평정을 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그런 적 없다. (반 판사 등의 평정이) 불이익한 평정이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단호한 투로 말했다. 통진당 사건 판결문을 읽어보기는 했지만 판결에 대한 평가를 평정에 반영했는지는 확실히 말하기 어렵다는 게 김 원장 증언의 취지다.

김 원장은 서울행정법원 외에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도 법원장을 한 경력이 있다. 검찰은 특정 사건에서 논리 전개가 잘못됐다는 내용을 평정 자료에 넣은 경위가 무엇인지, 통상 판사 평정에 그런 내용을 넣는지를 물었다.

김 원장은 판사들의 판결문을 읽어보고, 상급심의 의견을 듣는다고 평정 방법을 설명했다. 김 원장은 “(판결의) 결론에 대해서 평가한 것은 아니다”라며 “판결 이유를 설시(설명)하는 데 있어서 논리적 모순이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떤 기준으로 판결문을 읽느냐는 질문에 김 원장은 “되도록이면 많은 판결을 읽어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했다”며 “특이한 사건이라든가, 사건이 좀 복잡하게 보인다든가 하는 판결을 무작위로 골라서 봤다”고 했다. “한 재판부당 10건은 읽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평정 자료에 문제삼은 사건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김 원장은 “지금은 기억할 수 없다”고 했다.

상급심 의견을 들으라는 지침은 법원행정처에서 법원장들에게 주는 평정 작성요령에 들어있다고 했다. “매년 조금 다른데요. 수석부장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제가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행정법원과 남부지방법원을 상급심에서 살펴본 의견을 좀 부탁드린다고 할 때도 있고요. 수석부장이 일일이 재판부를 찾아다니면서 의견을 취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경우에 따라서는 고등법원에서 의견이 많으면 미리 취합해놨다가 반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김 원장) 서울행정법원의 상급심은 서울고등법원이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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