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독한다며 입에 소금물 분무기" 성남 은혜의강 교회 집단감염

변태섭 2020. 3. 16.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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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배 강행, 6명 이어 하루새 41명 확진… 부천 생명수교회 등도 집단감염

하루에만 41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성남 은혜의 강 교회 측이 소금물로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판단, 소금물이 든 분무기를 소독하지 않은 채 돌려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교회 관계자가 신도에게 소금물이 든 분무기를 입에 뿌리는 모습. 경기도 제공.

목사ㆍ교인 등 6명이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은 경기 성남시 수정구 소재 ‘은혜의강’ 교회에서 하루 동안 교인 41명이 무더기로 확진됐다. 130여명에 달하는 확진환자가 나온 서울 구로구 콜센터에 이은 수도권 내 두 번째 규모의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이다. 해당 교회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예배를 강행하며 사태를 키웠다. 신천지 교회로 인한 대구ㆍ경북 지역의 신종 코로나 대규모 유행이 잦아지는 국면에 진입했지만 콜센터에 이어 소규모 종교시설에서 비롯된 수도권 집단감염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6일 보건당국과 성남시에 따르면 지난 1일과 8일 일요 예배에 참석한 은혜의강 교회 교인 135명 중 41명이 이날 추가로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달 9일부터 이 교회 목사(61)와 아내(61), 교인 등 6명이 잇따라 확진되자 성남시 수정구보건소가 예배 참석자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결과다. 이날 오후 5시까지 확인된 은혜의강 교회 관련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는 47명으로 늘었다.

은혜의강 교회는 성남시 구도심의 오래된 상가건물 3ㆍ4층의 절반씩을 사용해온 소규모 교회다. 3층은 예배당, 4층은 식당과 휴게실로 쓰였다. 각 층 면적은 약 115㎡(35평)로 130여명의 교인을 모두 수용하기엔 좁은 장소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은 이날 정례 기자설명회에서 “밀폐된 공간에서 예배와 찬송을 하는 종교행사는 1명의 감염자가 100명까지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어 위험요인이 굉장히 크다”라며 “닫힌 공간의 종교행사는 감염병 대량 확산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구나 교회측은 비좁은 공간에서 예배를 진행하면서 잘못된 정보에 기인해 교인들의 입에 소금물을 일일이 뿌려 감염 확산을 부추겼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이희영 경기도 코로나19 긴급대책단 공동단장은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1일과 8일 예배에 참석한 이들을 소독한다며 교회측이 예배당 입구에서 교인들의 입에 분무기를 넣고 소금물을 계속 뿌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분무기를 소독하지 않아 추가 환자가 더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교회 최초 확진자의 첫 증상 발현시점은 지난 5일이다. 이 확진자는 증상이 나타난 이후 8일 예배에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감염을 확산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16일 신도 41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 판정을 받으며 모두 46명이 확진된 경기도 성남시 은혜의 강 교회에서 경기 성남시 수정구청 관계자들이 교회 주변 방역을 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은혜의강 교회 신규 확진자 중 34명은 성남시 거주자다. 나머지는 서울 송파구 1명, 서울 노원구 1명, 서울 서대문구 1명, 인천시 계양구 2명, 부천시 2명 등이다. 확진자들이 수도권 여러 지역에 거주 중인 데다, 목사 부부를 포함해 추가 감염된 교인 중 기침ㆍ발열이 없는 무증상 감염자가 다수여서 수도권 전 지역에서 이미 2차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 교회 교인과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여성(75ㆍ성남 분당구 거주)이 이날 확진됐다.

구로구 콜센터 직원이 방문한 경기 부천 소재 생명수교회에서도 15명 이상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한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집단감염이 발생한 종교시설은 총 7곳, 확진자는 137명이다. 그 중 개신교 교회가 6곳 131명, 천주교 성당이 1곳 6명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종교시설이 대면 집회를 고집하고 있어 우려를 키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아직 교회 33%가 오프라인 예배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 시장은 예배를 강행하는 교회에 대한 행정제재 가능성을 밝히지는 않았다.

그간 보건당국은 종교행사 금지에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종교시설에서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계속되자 이 같은 기조를 바꿀 수도 있음을 내비쳤다. 정 본부장은 “감염병예방법에는 예방조치를 할 수 있는 법적 조항이 있다”며 “위험도를 계속 평가해 예방조치의 수준과 시기를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감염병예방법 49조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이 감염병 예방을 위해 흥행이나 집회, 제례 또는 다수가 모이는 걸 금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세종=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성남=임명수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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