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석학들 "리세션 이미 시작..올해 세계경제 마이너스 성장"

배정원 2020. 3. 1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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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 선제 대응에 오히려 리세션 실체 확인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마이너스 성장"
로고프 "90% 확률로 리세션 이미 시작"
골드만삭스 美 2분기 -5% 역성장 예상
라잔 "세계경제, 방역 성공에 달려있어"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5년 만에 ‘제로(0) 금리’ 시대로 복귀를 선언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적 파장에 강력 대응하고 나섰지만, 주식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이 경고해온 ‘경기침체설’의 실체를 확인시켜준 데다, 미 금융당국이 벌써 ‘패를 다 써버린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키웠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 석학들은 이번 코로나19발 경제 위기가 2008년 금융위기와 달리 수요와 공급 양쪽에 동시 충격을 주기 때문에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형태’의 리세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전통적인 재정·통화 정책은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15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현시점에서 글로벌 리세션은 90% 이상의 확률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중국 경제의 ‘제로 성장’이라는 초유의 경기 침체론까지 거론했다.

2001~2003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낸 로고프 교수는 “과거의 금융위기는 민간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는 ‘수요’ 충격에 따른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는 것이 특징”이라며 “1970년대 오일 쇼크와 비슷한 양상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경우 공급 충격에 따른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꺾일 것이라는 충격적인 분석도 나왔다. 통상 IMF는 세계 경제 성장률이 2.5% 미만일 때 리세션으로 간주한다.

2008년 금융위기 때부터 2015년까지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올리비에 블랑샤르 피터슨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세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하반기 성장률은 코로나19 확산이 언제 정점을 찍느냐에 달려있는데, 개인적으로 하반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블랑샤르는 미 매사추세츠공대(MIT)·하버드대에서 30년 가까이 재직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로, 미 Fed의 적극적인 금리 인하에도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그는 “Fed가 금리를 내려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며 “금리 인하는 상품에 대한 수요를 자극한다. 기업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부담을 완화시켜주고, 주식 투자자들의 리스크 부담을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충격은 ‘공급 충격’이기 때문에 금리를 인하한다고 기업이 격리된 직원들을 데려올 수 없고, 물건을 만들기 위한 부품을 조달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Fed의 금리인하는 상징적일 뿐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유용한 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정책인 ‘아베노믹스’에 이론적 토대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모리스 옵스펠드 UC버클리대 교수는 “최근 벌어지는 일들은 세계 경제에 독이 되는 혼합물(칵테일)”이라며 “중국·유럽·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고도 어떻게 심각한 리세션을 예상하지 못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미국의 올 1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로(0)로 하향 조정했다. 2분기에는 마이너스(-) 5%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3월 하순과 4월을 통틀어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불안감으로 관광·엔터테인먼트·요식업 등에 대한 소비자 지출이 감소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글로벌 공급 체인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며, 이 또한 미국 경제성장률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은 기존의 1.2%에서 0.4%로 하향 조정됐다.

결국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각국 방역 당국의 역할에 세계 경기 침체 여부가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의견을 모았다. 인도 중앙은행장을 지낸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경영대학 교수는 “경제충격의 정도는 당국의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 억제 성공 여부에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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