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코로나19가 앗아간 대학생활'..개강일 학교 못 가는 새내기

박철홍 2020. 3. 16. 15:2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학 생활의 낭만은 집에 틀어박혀 보는 드라마에나 있네요."

전남대학교 경영학부 새내기 김모(19)양은 수시로 대학에 합격했지만, 대학 건물에 발도 디뎌보지 못했다.

"이게 우리가 꿈꾸던 대학생이냐"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김양은 "코로나19가 끝나고 학교에 가면 새내기 기분을 느낄 수 있겠지"라고 본인도 자신 없는 위로를 건넸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교수들도 원격강의 적응 분주..교수-학생, 소통 부재 등 부작용 우려
개강 첫날 '비대면 강의' 듣는 학생들 (광주=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개강 첫날인 16일 오전 광주 남구 광주대학교 도서관에서 재학생들이 온라인 강의 등 비대면 방식의 수업을 듣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2주간 개강을 연기한 대학들은 이날 개강하고 온라인 강의 등으로 수업을 대체했다. 2020.3.16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천정인 기자 = "대학 생활의 낭만은 집에 틀어박혀 보는 드라마에나 있네요."

전남대학교 경영학부 새내기 김모(19)양은 수시로 대학에 합격했지만, 대학 건물에 발도 디뎌보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학 새내기 환영 행사와 오리엔테이션 행사 등이 줄줄이 취소되고, 개강마저 미뤄지면서 선배는 물론 함께 4년여간 대학 생활을 함께할 동기들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

대학생이라고 느낄 때는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초대된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 올라오는 공지사항을 볼 때뿐이다.

소통을 위해 만든 대화방이지만, 선후배나 동기간 대화는커녕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운 대학 생활에 대한 갖가지 알림만 매일 전달된다.

한차례 개강이 미뤄지고 16일 개강일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자 대학 측이 원격강의 등으로 수업 대부분을 대체하기로 하면서 김양의 '오프라인 대학 생활'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이날 시작하는 원격강의도 불편한 것 천지다.

전공과 교양을 포함해 모두 6과목을 수강 신청했지만, 개강일 첫날 수업 두 과목은 모두 과제와 감상문 등 숙제만 안겼을 뿐 교수님의 얼굴조차 볼 수 없었다.

개강했어도, 교수 홀로 수업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대부분 대학이 개강한 16일 오전 전남대학교 사범대학에서 한 교수가 학생 없이 홀로 원격강의 수업을 하고 있다. 2020.3.16

과제는 직접 출력해서 제출해야 하는지, 파일로 내도 되는지, 몇장이나 써야 하는지 등 궁금한 것이 많지만 선뜻 물어볼 수 있는 곳도 없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여쭤봐도 되는지, 모바일 메신저나 메일을 보내도 실례가 아닌지 새내기에겐 모두 어려운 일이다.

일부 실시간 수업은 고등학교 시절 인터넷 강의 듣는 것과 비슷해 낯설지는 않았지만, 직접 듣지 못한 수업을 수강 신청 정정 기간 바꾸지 않고 계속 들어도 되는지도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이게 우리가 꿈꾸던 대학생이냐"고 한탄하는 친구에게 김양은 "코로나19가 끝나고 학교에 가면 새내기 기분을 느낄 수 있겠지…"라고 본인도 자신 없는 위로를 건넸다.

원격수업이 불편한 건 선배들도 마찬가지다.

광주대 3학년 이모(24)씨는 올해 전과한 후 적극적으로 학과 생활에 적응해보려 했으나, 첫 단추부터 어긋났다.

같은 과 학생들도 잘 모르고, 교수님들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수업마저 비대면 수업으로 진행되면서 답답하기만 하다.

전과생이어서 전공 수업 이해도가 아무래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수업 진행을 끊을까 봐 원격수업 과정에 제대로 질문할 수도 없었다.

전남대 사범대학의 한 재학생은 '병원 치료 중인데, 실시간 수업을 누워서 수업받아도 되겠냐'는 문의를 해오기도 했다.

'코로나19가 바꾼 일상' 개강했어도 한산한 대학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대부분 대학이 개강한 16일 오전 평소 수업을 오가는 학생들로 붐비는 전남대학교 인문대학 앞이 인적이 드문 모습을 보인다. 2020.3.16

교수들도 학생 없는 수업 진행이 불안하고 어색하지만 빨리 적응하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전남대 교육학과 류지헌 교수는 원격강의에 혹시나 차질 있을까 봐 교수들과 함께 원격으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사전 연습을 철저히 거쳤다.

그는 "학생들은 인터넷 강의 등에 익숙해 오히려 교수들보다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다"며 "강의실 수업 방식을 다변화하고, 온라인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교수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선대 교육학과 김민성 교수는 "수업 시간 학생들의 반짝거리는 눈을 보며 상호작용할 기회는 사라졌다"며 아쉬워하면서도 "비대면 강의는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다른 유형의 방법을 실험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강했어도, 대학은 출입금지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대부분 대학이 개강한 16일 오전 전남대학교의 한 단과대학 출입문에 코로나19로 출입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알림문이 붙어 있다. 2020.3.16

pch80@yna.co.kr

☞ '콩나물시루' 된 미 주요공항…"종말론 시나리오 보는 듯"
☞ 자제권고 무시한 대가 치렀다…개신교회 향한 여론 '싸늘'
☞ "20대 5년을 신천지에서 보냈다" 실체 고발
☞ 도망치듯 사라진 남성이 파출소 앞에 두고 간 이것은…
☞ 만취 상태서 딸의 전 남친 흉기 위협한 부친…무슨 사연?
☞ 20번 이상 빨아도 성능 유지되는 마스크 필터 나왔다
☞ "치료가 돼도 폐 손상 심각"…불안 키우는 가짜뉴스
☞ " 혼자 병을 견디는 일 없다" 한국식 코로나 대응모델 찬사
☞ "협량·쫄보 정치…입다물라" 홍준표, 황교안에 반격
☞ 환경미화원이 파출소서 엽총 훔쳐…구미시 "중징계 방침"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