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직 알바에 내몰린 '코로나 백수들'.. 택배 나르고 아파트 청소하고

김우영 기자 입력 2020. 3. 15. 11:06 수정 2020. 3. 15. 12: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한 코로나發 실직자…단기 알바에 내몰렸다

택배 배달, 아파트 청소 등 지원자 몰려

전문가 "코로나 사태 장기화될 수록 더 위태"

"당장 단기알바라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워요. 알바 채용 공고가 나오는 대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도권의 한 의류회사에 다니던 김모(27)씨는 요즘 매일 새벽 6시 경기도 김포의 대형 물류센터로 출근한다.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이력서를 준비해 구직에 나섰지만, 연락 오는 곳은 없었다. 결국 물류센터에서 매일 야간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일러스트=정다운

우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밑바닥 경제가 얼어붙고 있다. 일자리를 잃거나 무급 휴가에 들어간 비자발적 실업자 이른바 '코로나 백수'가 늘면서, 당장 생계가 어려운 이들이 단기 알바에 몰리고 있다. 택배 상하차 알바부터 새벽 배송 알바, 아파트 청소 알바 등 업종도 다양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원 공고가 뜬 지 5분 만에 마감이 되는 등 일용직 알바마저 구하기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당장 생계 어려워…단기 알바라도 해야 버틴다"

대구에서 헬스 트레이너로 활동했던 문모(27)씨는 지난달부터 한 달째 택배 배송 알바를 전전하고 있다. 우한 코로나 여파로 헬스장을 찾는 손님이 크게 줄어들면서 그가 다니던 헬스장이 3주간 임시 휴업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지원자가 몰리면서 1개당 평균 1100원 하던 배송료는 800원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당장 생활비가 없어 택배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현장엔 저 말고도 30~50대 남성들이 아주 많았어요. 모두 절박해 보이더라고요" 문씨의 얘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코로나 때문에 알바에서 잘렸다. 어떤 알바라도 좋으니 추천해달라"는 하소연 글들이 줄이었다. 지방에서 기타 강사로 근무하고 있다는 한 남성은 "문화센터에서 하던 강의들이 잇따라 폐강하면서 단기 알바를 알아보고 있다. 주변에서 대리기사를 추천하는데 워낙 작은 동네라 아는 얼굴이라도 마주칠까 봐 고민"이라고 썼다.

실제 지난 9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가 실직자에게 주는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달 7819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작년 2월보다 32% 늘어난 수치다. 고용부는 업무일이 작년 2월보다 사흘 많았고, 고용보험 가입자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한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고용시장 충격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취업 커뮤니티에 올라온 “코로나 때문에 회사에서 권고 사직을 받았다” 내용의 게시글. /네이버 카페 캡처

소셜미디어(SNS) 홍보를 주로 하는 재택 부업에도 지원 문의가 쇄도한다. 한 광고회사 관계자는 "부업 문의가 지난달보다 2배 이상 크게 늘었다"며 "전업주부들이 주로 지원하는데 최근에는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많이 지원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서울의한 청소 대행업체도 최근 2주간 평소보다 4배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청소업계 관계자는 "실업급여를 받고 있는 일부 가장들이 재취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친구 통장으로 일비를 입금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일용직 아르바이트도 경쟁 치열"

하지만 일용직 아르바이트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구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인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택배를 배달하는 ‘쿠팡플렉스’ 서비스는 평소보다 50%가량 지원자가 늘었다. 쿠팡 측은 우한 코로나 확산 이후 일일 주문량이 지난해 연말과 비교해 2월 말 220만개에서 최대 300만개까지 늘면서 쿠팡플렉스 지원자 역시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최근 회사로부터 무급 휴직을 통보받아 단기 배송 알바를 뛰는 김모(31)씨는 "새벽 공고의 경우 뜨자마자 10분 내로 마감된다. 주문 따내기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했다.

알바 구인 공고도 확 줄었다.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인 ‘알바몬’의 경우 지난 2월 한달간 올라온 구인 공고가 작년 2월보다 약 4.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알바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방학이 끝나는 2월에는 알바 구인 공고가 늘어나는 편인데 작년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며 "특히 2월 중순 이후 급감한 것으로 보아 우한 코로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알바천국'도 지난 24~25일 이틀간 올라온 구인 공고가 작년보다 20%가량 줄었다고 한다.

코로나 백수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대구·경북에서 확진자가 크게 줄어들었지만, 최근 서울 구로 콜센터 등에서 110여명이 집단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직장인 박모(27)씨는 "당초 회사에서 이번 달까지만 쉬라고 했는데 얼마 전 보름만 휴직을 더 연장하자고 통보받았다"며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면 우리 같은 소시민은 더 위태로워진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단기 알바 등에 몰리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찬호 사회학자는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 고용시장의 불안정성과 취약계층의 위태로움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당장 경제 활동을 할 수 없으니 취업 준비도 못 하게 되고, 이런 악순환은 사회 곳곳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로 총체적인 고용 시장이 무너지면서 노동 주력계층인 3040 장년까지 타격을 받은 셈"이라며 "일자리를 두고 전 세대를 아우르는 생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