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김 스탠퍼드 교육대학원 부총장 인터뷰
비대면 교육에서 오는
교수-학생간 신뢰의 위기
기술로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
지식전달만 하는 대학 사양길
학생 문제해결능력 키워줘야
비대면 교육에서 오는
교수-학생간 신뢰의 위기
기술로 어떻게 극복할지 고민
지식전달만 하는 대학 사양길
학생 문제해결능력 키워줘야
교수와 대면 없는 강의, 학생 간 네트워킹이 힘든 환경, 매년 수천만 원씩 내는 비싼 학비는 무엇을 위한 것인지. 미국 서부 최고 명문이라는 스탠퍼드대 역시 고민의 흔적이 깊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불편함이 있기에 혁신이 나오는 것이죠. 원격교육을 통해 배우는 점도 많습니다. 특히 교수와 학생이 대면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신뢰의 위기를 어떻게 기술로 극복할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그룹 활동을 원격으로 하기 위해 실습 키트를 학생들에게 택배로 보내 토론을 유도하는 등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요지는 '불편함과 질문은 혁신을 낳는 원동력'이라고 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대학의 존재 이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그는 "단순 티칭만 하는 대학은 사양길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혁신을 주도하기 위한 대학의 '연구'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즉 대학이 집중해야 할 영역은 이제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학생을 도와주는 것'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교사는 앞으로 지식의 샘이 아닌 지혜의 샘이 되어 학생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키워주고 각자가 가진 역량을 이끌어주는 코치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때문에 스탠퍼드대는 다수의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역동성은 학생들이 마음껏 실험할 수 있도록 열어둔 데서 나왔다"며 "디자인스쿨 같은 경우 학생들을 디자인 이론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스케치를 많이 했는지를 보기 위해 연습한 종이의 무게로 평가를 진행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론 암기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해 얼마나 다양하고 혁신적 사고를 많이 했는지 등 평가 방식도 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 교육에 대해 "한국도 훌륭한 교육자원을 갖고 있지만, 학생들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차원에서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교사들도 세계 최고 수준이고 학생들은 더욱 뛰어나다"며 "그러나 학부모들이 전통적 방식의 편안함과 안전함만을 추구한다면 젊은 세대의 변화가 어렵고 도전정신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스탠퍼드대 디자인스쿨에서 하는 것처럼 고민의 깊이를 측정하는 평가 방식을 도입한다고 했을 때 과연 학부모들은 이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지만 그런 한계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두가 공무원이나 건물주를 꿈꾸는 세상이 된다. 그는 "개개인의 독창성과 대중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모두에게 평등한 교육이란 미안하지만, 범죄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의 독창성을 키워주고 다양성을 보장하는 교육정책은 미래 산업을 주도할 것"이라며 "다른 강대국에서는 느려서 하기 힘들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가능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내가 느끼는 불편함에 대해 마음껏 물어보고 스스로 해답을 찾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도와주는 문화를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문화적 엔지니어링'이 한국에는 필요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어느 대학도 문화 엔지니어링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없다"며 "한국 대학들이 이 부분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면 좋겠다. 나도 그런 노력에 적극 동참하고 싶다"고 전했다.
폴 김 교수는 초·중·고교를 모두 인천에서 마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로 건너가 교육심리학과 기술교육을 받았다. 원격기술을 활용한 혁신교육 환경과 운영체제 등을 개발해 아프리카 등 교육이 필요한 나라에 강의를 전달하기도 하고, 스탠퍼드대 내에서 상당수 혁신적 교육 모델들을 만드는 역할을 해왔다.
[실리콘밸리 = 신현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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