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장중 1900 붕괴.."앞으로 더 빠질 것" 한목소리

황의영 입력 2020. 3. 12. 00:03 수정 2020. 3. 12.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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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리서치센터장 6명 긴급 설문
주가 바닥은 어디?
경기 둔화, 유가 급락 겹친 게 악재
"1850까지 빠질 것""알 수 없다"
반등은 언제쯤?
미·유럽 코로나 진정되는 4월쯤
각국 공조로 V자 반등 가능성도
자산 대피시킬 곳은?
불확실성 걷힐 때까지 기다려라
반등국면 오면 믿을만한 IT 주목
간밤 미국 증시가 4% 이상 급등했는데도 한국 증시는 하락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공포와 불안이 한국 주식시장을 점령했다. 11일 코스피지수가 장중 1900선 아래로 내려가고, 코스닥지수는 600선 밑으로 떨어졌다. 각종 대외 불안 요인으로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작은 충격만 가해져도 쉽게 무너지는 모양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간밤 미국 증시의 급등 소식에 상승세로 출발했다. 1960선을 탈환하는 듯했으나 빠르게 낙폭을 확대, 장중 1898.27까지 저점을 낮췄다. 지수가 장중 1900선이 무너진 건 지난해 8월6일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54.66포인트(2.78%) 하락한 1908.27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999억원·4657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는 24.36포인트(3.93%) 급락한 595.61에 장을 마치며 지난해 8월29일(599.57) 수준으로 돌아갔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 6인이 보는 증시 전망.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한국 증시는 급락했던 주가가 회복하는 듯하다가도 대외 악재에 다시 폭락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저점은 계속 낮아진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불과 50일 전인 1월22일(2267.25)에 비해 358.98포인트(-15.8%)나 하락했다. 대체 주가는 어디가 바닥일까. 국내 6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긴급 설문을 했다.

설문에 응답한 6명 모두 “코스피가 더 하락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세명은 1900선을 저항선으로 봤고, 한 명은 “1850선까지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머지 두 명(신영·유안타증권)은 “알 수 없다”, “주가 예측이 의미가 없다”며 전망치를 내놓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큰 상황에서 유가 급락까지 겹친 게 증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단 판단이다. 유가 급락은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는 데다, 세계 에너지 기업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된다.

신동준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조정 폭이 고점 대비 10%를 넘어서면서 코로나19로 인한 조정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본다”면서도 “유가 하락이 리세션(경기 침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코스피 하단을 1850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센터장은 “코로나19와 유가 급락 이슈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미국 에너지 기업에 대한 신용 리스크(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코스피 낙폭이 일시적으로 추가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증시 반등은 언제쯤 가능할까. 일단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돼야 한다는 게 공통된 견해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코스피가 12개월 후행 PBR(주가순자산비율) 0.79배까지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수준(0.8배)을 밑돌고 있지만, 미국·유럽에서 코로나 확산이 진정돼야 의미 있는 반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거 다른 전염병 확산 사태 때도 그랬고, 중국도 확진자 수 증가가 둔화하면서 주가 반등이 시작됐다. 윤 센터장은 중국과 한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둔화하는 데 45~60일 정도 걸린 만큼 이탈리아 등에선 4월부터 안정될 것으로 봤다.

미국 금리 인하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17~18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도 주요 변수다. 이창목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한 통화·재정 정책 공조에 나서야 증시가 반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기현 센터장은 “3~4월 실물·심리지표의 저점 통과 등도 확인돼야 주가지수가 빠르게 반등할 수 있다”고 했다. 다소 다른 의견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센터장은 “정책에 기댄 V자형 반등은 3~4월에 가능하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펀더멘털(경제 기초 여건) 타격은 복구가 어려워 단기 반등 후 조정을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시아증시

미국의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화하고 있고 저유가가 길어지면 셰일 산업에 타격이 클 수 있다. 유럽은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 추가적인 통화완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게 부담이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센터장은 “유럽 증시의 타격이 가장 클 것”이라며 “소비 둔화 등으로 유럽 경제성장률 부진이 불가피한 가운데, 구체적인 정책 모멘텀(상승 동력)이 나와야 반등 트리거(방아쇠)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등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질 경우 한국의 수출 경기도 타격을 입어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다만 미국이나 유럽보다 타격이 덜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런 변동성 장세에서 자산을 대피시킬 만한 곳은 어딜까. 센터장들은 당장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기보단 불확실성의 안개가 걷히길 기다리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박기현 센터장은 “투매가 나타나 단기적으로 가격 매력이 형성된 시점에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며 “반등 국면이 나타날 땐 중장기 수요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IT 종목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윤희도 센터장은 “코로나 사태로 기초체력이 확인되면서 국가별·업종별로 반등 강도는 차별화될 전망”이라며 “이익 상향 가능성이 큰 미국 주식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했다.

황의영·문현경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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