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Stage] 대본 쓰고 연기까지..한송희 "잘하고 싶은건 그래도 연기죠"

박병희 2020. 3. 1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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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에서 배우 겸 작가로
"배우로 시작해 연기 애정 깊어"..하반기 '미래의 여름' 공연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더 잘 하고 싶은 건 그래도 연기죠."

배우 한송희는 극작과 연기를 함께 한다. 그는 지난달 29일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개막한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에서 헤라로 출연 중이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의 대본도 썼다.

한송희는 2012년 서울에 살고 있는 8도 지방 사람들의 이야기인 '서울 사람들'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쓴 작품이 네 개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2016년 초연했다. 소극장 산울림이 해마다 고전문학을 새롭게 해석해 선보이는 '산울림 고전극장'의 2016년 주제가 그리스 희곡이었다.

"그리스 신화를 현대적으로 풀어보자고 생각했다. 신화 속 이야기들 가운데 지금의 시선으로 보면 황당한 일들이 많다. 이런 건 말도 안 된다 싶은 그런 이야기들을 그대로 녹여내려 했다."

배우 한송희가 연극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에서 '헤라'를 연기하고 있다. [사진= 창작집단 LAS 제공]

그렇게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라는 세 여신을 주인공으로 하는 극이 완성됐다. 헤라는 제우스의 아내다.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는 제우스의 딸이지만 헤라가 낳은 딸은 아니다. 또 아프로디테와 아르테미스의 엄마는 같지 않다. 말 그대로 막장.

극에서 세 여신은 친구처럼 자유롭게 삶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화 속 이야기들을 그대로 차용해 오늘날 여성들의 언어로 풀어내는 데 거침이 없다. 아프로디테는 사랑의 여신답게 올림푸스의 여러 남신과 잠자리를 함께 한다.

아르테미스가 이해할 수 없다는듯 "왜 그렇게 사느냐?"고 타박하면 아프로디테는 "그게 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듯 대꾸한다. 정반대 성격을 가진 아르테미스와 아프로디테, 그리고 남편 제우스의 바람기 때문에 피곤하게 사는 헤라. 객석에서는 끊없이 웃음이 터진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는 2016년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초연한 뒤 관객들의 성원에 힘입어 앵콜 공연까지 했다. 서울연극인대상에서 극작상도 받았다.

한송희는 지난해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튼 연극인 '줄리엣과 줄리엣'의 대본도 썼다. 한송희는 로미오 몬테규가 아닌 줄리엣 몬테규를 연기해 캐플렛가의 줄리엣과 첫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는 연기를 했다. 줄리엣과 줄리엣도 2018 산울림 고전극장에서 공연된 작품이었다.

"창작집단 LAS의 이기쁨 연출이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당시 산울림 고전극장의 주제가 셰익스피어였다. 이기쁨 연출이 술자리에서 줄리엣과 줄리엣을 하자고 했고 내가 대본을 쓰겠다고 했다. 둘 다 평소 성소수자 인권에 관한 관심이 많았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줄리엣과 줄리엣의 사랑으로 치환했을 때 사회적인 혐오와 반발심에 대한 이야기로 풀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배우 한송희 [사진= 창작집단 LAS 제공]

자신이 대본을 쓰고 연기를 하면 아무래도 좀 편하지 않을까. 한송희는 "내가 대본을 쓰고 연기도 하면 작가가 어떤 의도로 썼는지 잘 알기 때문에 오랜 시간 대본분석을 할 필요는 없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다만 "내가 쓴 글이라 할지라도 배우로서 체화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분야이기 때문에 다른 작가의 글을 연기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편견없이 대본을 보려고 더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극본을 쓰지만 그의 본업은 배우다. 한송희는 극작보다는 연기에 더 욕심이 난다고 했다. "먼저 배우로 시작했고 연기에 대해 연구를 한 시간도 더 길다. 배우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직업이기 때문에 연기에 대한 애정이 훨씬 깊다. 더 잘 하고 싶고, 더 괴로운 것도 연기다. 다만 작가로서 활동하는 것에 제약을 두고 싶진 않다. 내가 가진 것을 활용해 더 좋은 글을 쓰고 싶다."

올해 하반기에는 2015년에 쓴 '미래의 여름'을 공연할 예정이다. 2015년 이후 5년 만에 하는 공연이다.

"주인공인 이미래가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는 형식의 연극이다. 어린 시절 가장 가깝게 지냈던 '어른 친구'인 고모 '동아'가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조금 '이상한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11살 여름방학을 떠올리는 내용이다. 어린 시절 아주 친밀했던 어른과 멀어지게 되는 성장과정을 담은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따뜻하고 맑은 이야기이고 나의 개인적인 유년 시절이 많이 반영돼 개인적으로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작품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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